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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에 서 있는 아버지와 삼남매

해체된 가족들, 생계조차 어려운데 병원비 부담까지…

등록일 2012년10월09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김기석(가명·60·천안 안서동) “식사요? 학교에서 점심 먹고 저녁은 가끔 집에서 혼자 해먹어요.
돈이 없어 불편한 것은 잘 모르겠어요. 아예 안 쓰고 살다보니 습관이 돼서 그런 것 같아요.
현재 계속 이력서 내고 취업하려고 노력중이에요. 졸업하고 취업하면 돈을 좀 모아놓고 싶고, 안 되면 입대할 예정이에요.”

상호씨(가명)는 말을 길게 하지 않고 계속 기자를 경계하는 눈치다. 그는 가정사정으로 다니던 학교를 자퇴하고 2년만에 다시 복학해 현재 22살의 나이에 고3으로 학교를 다니고 있다.
상호씨에게 보통의 고3 가정은 TV에서나 보는 장면이다. 부모형제가 있긴 하지만 집에 있는 것은 오직 그 혼자다. 이번 추석 명절조차도 상호씨는 혼자였다. 따뜻하게 차려진 식사와 애틋한 뒷바라지는 꿈꿔본 적도 없다.

가장 힘든 것, 지금 가장 필요한 것, 앞으로의 꿈 등을 물어봤지만 시원한 대답을 들을 수 없었다.
지금 그의 꿈은 그냥 취업해서 돈을 버는 것. 그것이 전부다.

해체된 가족, 위기에 몰리다

삼남매의 엄마는 막내를 출산하다 산후합병증으로 돌아가시고 아버지는 혼자서 자녀 셋을 키워왔다. 하지만 평소 술을 즐기던 아버지는 자녀들에게 그리 따뜻한 아버지가 되지 못했다.
아버지와 자녀들간의 대화는 물론, 형제들간의 소통도 그리 활발하지 않은 상태로 보였다.

큰 딸은 중학교 중퇴 후 검정고시를 준비하던 중 아버지와의 다툼으로 현재까지 객지에서 생활하고 있다. 현재 서울에서 미용사 보조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그녀는 얼마 전 연락이 돼 현재 고3인 22살 동생의 교통비와 관리비 정도를 지원해 주고 있다. 하지만 적은 수입에 힘든 일을 하는 장녀에게 그 이상의 부양을 기대할 수는 없는 형편이다.

21살인 막내는 고등학교 졸업후 집을 나가 연락이 잘 되지 않는다. 오는 11월 입대할 예정이라는 얘기만 전해 들었다.
가족은 모두 각자의 어려운 상황에 매몰돼 서로의 끈을 잡고 있기조차 힘든 형편이다.
일일노동으로 집안생계를 유지해 오던 아버지는 1년여 전부터 폐지를 주워 생활하시다 지난 8월 외상성경막하 출혈로 쓰러진 뒤 중환자실을 거쳐 요양병원에 입원치료 중이다.

천안시청 사회복지통합서비스전문요원과 아버지 김기석(가명)씨가 있는 병원을 찾아갔지만 그는 정상적인 의사소통조차 힘들었다. 김씨는 작년 4월 현 거주지 옥상에서 뛰어내려 자살을 시도한 적도 있다고 한다. 간호사는 김씨가 뇌출혈 후유증에 알콜성 치매까지 있는 환자로 대화가 될 때도, 안될 때도 있다고 귀띔했다.

생계만도 어려운데 병원비 부담까지

자녀들이 미성년자가 아니고 경제활동 가능자로 분류되다보니 지난 6~8월은 기초생활 수급비 지원도 끊어졌었다. 최근 상황이 감안돼 현재 9월부터 수급비 지원이 재개됐지만 김씨가 장기입원을 하게 되면 받게될 월 50만원 정도 되는 지원금 중 40만원씩이 병원비로 들어갈 예정이다.
다행히 큰 빚은 없지만 나날이 쌓여가는 압류장, 독촉장, 고지서는 이 집 우체통을 가득 채우고 있다.

“많은 부분이 문제지만 특히 현재 고등학교에 다니는 상호에 대한 지원이 시급합니다. 안 그래도 학업은 물론 생계조차 어려운 상황에서 입원비 부담까지 더해지면 혼자 생활하는 그에게 얼마나 큰 짐이겠어요.”

점점 더 감당하기 힘든 어려운 상황과 맞딱드리고 있는 아버지와 삼남매. 그들에게 이번 겨울은 어느 때보다 혹독할지 모른다.
<이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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