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제5일반산업단지 내 폐기물시설이 학교보건법 ‘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을 위반했다는 논란이 일면서 주민들의 반대 여론도 더욱 거세지고 있다.
또한 폐기물 처리 법적 요건 보다 8배에 가까운 규모를 설치, 입주 예정인 지정폐기물처리업체에게 특혜를 주는 것 아니냐는 논란마저 일고 있다.
성남면 주민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 폐기물시설 설치 반대 목소리를 높이며 오는 20일 시청 앞에서 집회를 계획, 강도 높게 대처한다는 입장이다.
주민들은 폐기물시설과 천남중학교와의 거리가 100m가 채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학교보건법 제6조제1항제7호에 의해 학교 경계선이나 학교설립예정지 경계선으로부터 200m 이내인 ‘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에서는 폐기물처리시설을 할 수 없도록 명시하고 있다는 것.
주민들은 이렇게 중대한 사안에 대해 주민동의나 설명회 없이 천안시가 계획을 변경, 추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대책위는 폐기물을 처리하기 위해 전국에서 각종 대형차량이 오가게 되면 주민의 안전도 위협받게 된다고 주장했다. 특히 침출수로 인한 지하수 오염과 악취문제 등 환경오염문제를 우려했다.
특히 10년 동안 매립될 94%의 지정폐기물은 폐산, 폐알칼리, 폐유, 폐석면, 분진, 의료폐기물 등 주변환경을 오염시킬 수 있거나 인체에 해를 줄 수 있는 물질로 주민건강권을 심각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주장이다.
비상대책위 황형석씨는 “5산업단지가 들어서면 지역발전 등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하던 천안시가, 아파트대신, 폐기물처리장을 대규모로 조성, 주민들을 우롱하고 있다”고 밝혔다.
황형석씨는 “분양을 위해 법적 요건인 폐기물처리시설을 설치해야 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8배에 가까운 폐기물처리시설이 들어오는 것은 주민 건강을 볼모로, 업체 배불리기 밖에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천안시는 지난 4월 5산단 내에 예정돼 있던 주택건설용지에 3만9669㎡ 부지에 총200만톤 규모(환경영향평가서 초안 기준)의 폐기물을 처리할 수 있는 폐기물처리시설을 조성하는 산업단지 지정 및 실시계획 변경내용을 고시했다.
당초 천안시 동남구 성남면 대화리, 화성리, 수신면 신풍리 152만㎡ 일원에 2847억원(국비 492억, 시비 2355억)을 들여 추진 중인 천안제5일반산업단지 조성사업은 신소재, 첨단부품소재, 조립금속사업 등 120여개 업체를 유치할 계획이었다.
처음 5산단 토지이용계획은 전체 151만764㎡ 중 ▷산업시설용지 83만2356㎡(55.1%) ▷주택건설용지 6만1785㎡(4.1%) ▷근린생활시설용지 6415㎡(0.4%) ▷지원시설용지 2만2521㎡(1.5%) ▷공공시설용지 58만7687㎡(38.9%) 등이었지만 폐기물처리시설이 확대되면서 아예 주택건설용지를 없애고 산업시설용지로 변경했다.
기준치 보다 8배 큰 폐기물처리장 왜?
전종한, 유제국, 주일원 시의원 매립시설 무효 주장
천안시는 분양률을 높이기 위해 입주업종에 식료품제조, 고무, 플라스틱제조업, 의료업, 화학제품 제조업을 추가했다. 또 화학물질 및 화학제품 제조업 면적이 확대된 반면 전자제품제조업종이 축소되는 등 폐기물 발생업종의 비중이 커지면서 폐기물발생량이 기준치를 넘어서게 됐다.
제5산업단지는 입주업종을 변경하면서 연간 폐기물 예상발생량 당초 1만6757톤에서 2만6616톤으로 확대됐다.
‘폐기물처리시설 설치촉진 및 주변지역지원 등에 관한 법률’은 연간 폐기물 발생량이 2만톤 이상이고 조성 면적이 50만㎡ 이상인 산업단지를 개설 및 증설하고자 하는 경우 처리대상 폐기물을 10년 이상 매립하기 위한 폐기물 매립시설을 설치해야 한다고 되어있다.
상식대로라면 변경된 연간 2만6616톤을 처리할 수 있는 폐기물처리시설이 들어서야 하지만 천안시는 이보다 8배가 많은 연간 20만톤의 폐기물을 처리할 수 있는 매립장을 계획하고 있다.
의회기만? 업체 특혜의혹까지
주민 항의가 거세지자 해당구역 시의원들도 폐기물시설 설치를 반대하고 나섰다.
전종한 시의원은 교육청과의 단 한차례의 협의도 없이, 실정법을 무시한 채로 폐기물처리시설의 위치를 선정했으며, 더 나아가 민간업체에 해당 폐기물처리시설 부지를 수의계약으로 이미 매각까지 한 상태로 실제, 매립장 예정부지로 부터 80m 거리에는 천남중학교가 위치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 의원은 천안시가 매립시설의 신설에 관한 내용이 포함된 제5일반산업단지 지정 및 실시계획 변경에 대한 주민 등의 의견 청취 공고를 내고 제5일반산업단지 지정 및 실시계획 변경과 관련된 서류를 공고기간 동안 비치, 지역주민들이 그 내용을 열람토록 했다고 천안시가 주장하고 있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당시 열람 및 의견 접수기간동안 (2011. 11. 21 ~ 2011. 12. 16) 지역 주민으로 부터 접수된 의견은 단 한건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전의원은 “더욱이 지역주민의 삶의 질에 직결되는 폐기물 매립시설의 설치를 위한 내용이 포함된 산업단지의 지정 및 실시설계 변경에 대한 주요한 내용을 천안시의회에 알리지 않음으로써, 결과적으로 주민의 대표기관인 의회를 기만했으며 주민대리자로서의 의원의 대의기능 또한 무력화 시켰다”고 말했다.
유제국 의원은 최근 5산업단지에 입주한 6개 업체를 모두 방문했다.
유 의원에 따르면 6개 업체가 모두 산업단지의 업종변경과 폐기물시설 확대 설치에 대해 모르고 있었고, 이들 업체로부터 업종변경과 폐기물시설 확대 설치는 입주계약을 위반한 것으로 천안시에 항의하겠다는 의견을 내비쳤다고 전했다.
유제국 의원은 “대규모 산업폐기물 시설 설치를 입주한 기업마저 빈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형폐기물시설이 있는 산업단지에 입주할 업체가 있겠느냐”며 “이는 분양에도 악영향을 줄 것이 뻔하고 이는 천안시가 분양을 위해 악수를 둔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지난 5월부터 추진된 업종변경과 산업폐기물설치 사안을 천안시가 한 번도 의원총회에서 밝히지 않은 것은 의회를 무시한 것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주일원 의원은 업체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주 의원은 환경영향평가서 초안에 따르면 폐기물처리업체가 2011년 5월 천안시에 폐기물최종처리업(매립시설) 사업제안, 같은 해 7월 천안시로부터 사업제안에 따른 회신공문 접수했다며 천안시가 충청남도에 2011년 11월11일 산업단지 지정 및 실시계획 변경신청을 한 일련의 과정이 특혜의혹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밝혔다.
주 의원은 “대형 폐기물시설 설치는 성남면 주민 뿐 아니라 분양에도 도움이 전혀 되지 않는다”며 “폐기물 설치를 전면 백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폐기물시설 설치와 관련 보도자료를 배포한 전종한 의원은 ▷ 현재의 폐기물 매립시설 설치계획 전면 무효 ▷제5산업단지를 폐기물 매립시설이 불필요한, 미래지향적 친환경 고부가가치 업종군의 전문산업단지 변화 ▷제5산업단지 내에 폐기물 매립시설이 법적시설로서 부득이한 상황이라면 법적요건에 맞춘 최소한의 시설을 설치·운영 ▷제5산업단지 내에 폐기물 처리시설의 설치와 관련 주민대책위원회와 거버넌스 체계 구축 ▷산업단지 지정 및 실시설계 변경과정과 관련, 일련의 부적절한 행정행위에 대해 전면적인 감사 등을 요구했다.
천안시, 행정적 문제없다 강행
천안시는 폐기물시설 설치 무효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해명자료를 발표했다.
시는 학교보건법에 따르면 학교정화구역내 설치제한 대상여부는 개별법에 의한 인허가협의 대상으로, 이번 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과의 이격문제는 앞으로 진행할 폐기물 처리시설 설치 허가신청시 금강유역환경청과의 협의과정에서 관련기관 허가가능 여부에 따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단지지정 및 실시계획 변경에 대한 주민의견 청취를 위해 주민들이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성남면, 수신면사무소와 시 홈페이지 등에 열람공고를 실시하는 등 주민의견 수렴절차를 거쳤다고 설명했다.
‘의회에 알리지 않았다는’ 내용에 대해서는 의회에 의견청취 또는 의회 동의를 득할 사안이 아니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성남면 주민들은 폐기물처리시설 설치는 성남 일부 지역만의 문제가 아닌 천안지역의 시민건강권과 연결된 매우 중대 사안으로 폐기물처리장 설치가 무효화 될 때까지 싸우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공훈택 기자>
성남면의 또 다른 민원 ‘대형 양돈장’
제159회 임시회에 제5산업단지 폐기물매립장 반대 청원과 더불어 성남면 대흥리에 들어설 예정인 3만3000㎡ 규모 양돈장 조성을 반대하는 청원도 함께 제출됐다.
이 양돈장은 제5산업단지 조성과 무관하지 않다.
청원서에 따르면 화성리에 위치했던 양돈장이 5산업단지에 흡수, 이후 보상을 받아 대흥리 산 57-3번지 일대 약 1만평의 대규모 확대된 대형 양돈장을 설립할 계획이라는 것이다.
대흥리 주민들은 악취와 분뇨 처리 문제로 전부터 마을에서 민원이 해마다 끊임없이 발생에도 불구, 일부 주민 동의서를 받아 확장 조성되고 있는 것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양돈장이 들어설 부지 인근 기업체도 양돈장 조성을 반대하고 나섰다.
이들 40여개 업체들은 이곳에 사업장을 세운 이유가 주변 환경이 좋아서 입주 했지만 대규모 양돈장이 들어서는 것을 허가한다면 기존 업체들의 사업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천안시의 행정이라고 비판했다.
이들 업체들은 대형 양돈장이 들어서는 사실을 알았다면 입주하지 않았을 것 이라며 양돈장이 들어선다면 해외 바이어, 방문고객 등 사업장을 운영할 수 없다고 호소했다.
성남면 대흥리 주민과 기업들은 천안시에 대형 양돈장 설치 인·허가를 내 주지 말아야 한다는 내용으로 서명서를 첨부해 청원서를 천안시의회에 제출했다.
<공훈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