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 서부역을 가득 메운 대한간호협회 간호사 및 간호대학생들.
양승조 의원 대표발의한 의료법 개정안 두고 갈등
전국 각지의 간호사와 간호조무사들이 천안에 모여 첨예한 입장차를 드러내며 날카롭게 맞섰다.
지난 9일 천안서부역과 천안터미널 앞에서는 각각 대한간호협회와 대한간호조무사협회가 준비한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이들이 다른 곳이 아닌 천안으로 모여든 것은 ‘천안갑’이 지역구인 민주통합당 양승조 의원이 지난 9월초 의료법 제80조의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기 때문이다.
의원 12명의 명의로 발의된 의료법 제80조 개정안의 핵심은 현재의 ‘간호조무사’를 ‘간호실무사’로 이름을 바꿔 부를 것과 현행 시도지사가 부여하는 간호조무사의 ‘자격’을 보건복지부 장관의 ‘면허’로 전환하고 신고의무를 부여하자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이를 두고 대한간호협회는 ‘보건의료체계를 사지로 몰아넣는 개악’이라고 주장하고 있고 대한간호조무사협회는 이번 의료법 개정 반대는 ‘자기 밥그릇 챙기기’의 전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국민건강 위협’ vs ‘선진간호 지름길’
9일 오전11시, 천안 서부역 광장에는 간호조무사의 역할을 강화하는 방향의 의료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2000여 명의 간호사, 간호대학생들이 몰려들었다.
성명숙 대한간호협회 회장은 “이번 의료법 개정은 국민 건강권을 위협하는 개악”이라며 “간호 조무사의 명칭을 의료인에 준하는 실무사로 변경한다든가 자격을 면허로 하고 자격신고제를 도입하는 것은 국민의 알권리 및 건강권을 침해하는 악법”이라고 주장했다.
간호협회는 이번 의료법 제80조 개정 발의안이 그대로 처리되면 ▷의료서비스 저하 및 의료사고 급증 ▷병원 수익은 느는 반면, 국민은 질 낮은 간호서비스 감수 불가피 ▷지방과 수도권의 의료양극화 심화 ▷지방중소도시 및 농어촌 주민들 역차별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투쟁결의문을 통해 각 정당별 대통령후보 경선과 대통령선거, 총선 등에 30만 간호사와 7만 간호대학생의 정치참여를 공식 선언하는 등 대응방안을 밝혔다.
같은 시각 간호조무사 500여 명은 천안 터미널 에서 집회를 열었다.
대한간호조무사협회는 의료법 개정이 ‘선진 간호서비스로 가는 지름길’이라며 ‘국회 입법권에 도전하는 간호협회의 각성’을 촉구했다.
강순심 대한간호조무사협회 회장은 “어느 누구나 이름을 바꿀 수 있다. 또 면허로 시작했던 자격증을 면허로 환원하겠다는 것에 반대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우리가 간호사의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이 정도 수준의 개정안마저 이해를 못하는 것은 너무 속 좁은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이들은 간호조무사가 의료법상의 의료인인 아니지만 의료인, 의료기사, 응급구조사, 약사, 한약사와 같이 ‘의료사고피해구제 및 의료분쟁조정등에관한법률’ 제2조의 정의와 같이 ‘보건의료인’이라며 자긍심을 갖고 일선에서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이 꼭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양 의원은 대선후보 순회경선 참여로 부재
집회장소는 같았지만 이들이 애초 예정한 집결지는 구성동의 양승조 의원 사무실이었다.
먼저 집회신고를 낸 대한간호협회는 서부역 집회 이후 바로 구성동 사거리 양승조 의원 사무실까지 가두 행진했다. 하지만 간호조무사협회는 충돌을 우려한 경찰의 저지로 천안 IC인근 하늘공원장례식장 앞마당에서 집회를 마무리한 뒤 해산했다.
한편, 집회가 열리는 시각 양승조 의원은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순회경선이 진행된 대전에 있어 사무실을 찾아 온 간호협회와의 직접 만남은 이뤄지지 않았다.
2012년 3월을 기준으로 각종 의료기관에서 근무하는 간호사는 12만2082명, 간호조무사는 12만3792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진희 기자>
이번 의료법 개정안을 두고 대한간호협회는 ‘국민 건강권을 위협하는 개악’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대한간호조무사협회는 ‘선진 간호서비스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반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