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시와 전국노점상총연합회(이하 전노련) 아산지회가 ‘불법 노점상 강제철거’를 두고 날카롭게 대립하는 가운데 ‘전노련이 기존 노점상을 억압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진위파악이 요구되고 있다.
전노련 아산지회는 지난 7월29일부터 지금까지 온양전통시장 입구(시민문화복지센터 앞)에서 ‘생계형 노점상에게 강제철거는 죽음뿐이다’라며 천막농성을 펼쳐왔다.
이들이 천막농성을 펼치게 된 이유는 아산시청 담당공무원들과 불법 노점상 이동·철거에 대한 면담자리에서 해당공무원이 ‘불법 노점상 철거에 성과급제를 운영하는 등 노점상을 싹쓸이 하겠다’고 발언한 것에 위기의식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전노련 아산지회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노천족욕탕에 위치한 노점상과 시외버스터미널의 노점상 등을 자발적으로 이동·철거하는 등 아산시와 협조체제를 유지했으나 시는 온양온천상인연합회의 민원을 근거로 일방적인 강제철거를 준비한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전노련 아산지회는 시민과 온양온천상인연합회의 불편을 최소화 하고, 생계형 노점상인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몇몇 노점상인들은 전노련 아산지회의 이 같은 명분을 강력히 비판했다.
아산시내에서 10년 이상 노점상을 운영해온 이들은 ‘전노련 아산지회가 기존 노점상인들에게 공갈과 협박, 영업방해 등의 탄압을 일삼고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전노련 아산지회의 보복이 두려워 ‘쉬쉬’하는 분위기다.
그중 용기를 낸 한 노점상인은 “전노련 회원으로 가입하지 않으면 장사하기 힘들 것이라는 협박에 못 이겨 마지못해 회원으로 가입했다. 그러나 입회비 10만원과 월회비 3만원을 강요했고, 이를 내지 않자 영업을 할 수 없도록 방해했다”며 “이후 전노련 아산지회의 괴롭힘에 시달려 지난 6월부터 장사를 못했고, 지금은 정신병원에서 치료를 받고있다”고 말했다.
전노련 아산지회의 횡포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이 노점상인에 따르면 전노련 아산지회의 관계자들이 한 노점상의 노점을 강제로 철거했으며, 다른 노점상인의 자리에는 장사를 할 수 없도록 트럭을 세웠다. 또한 ‘그 자리 뽑아버려(노점상 강제철거)’, ‘판매물건에 소변을 보겠다’ 등의 공갈로 회원에 가입하지 않은 노점상을 겁박했다는 것이다.
이에 전노련 아산지회 박정제 지역장은 “일부 내용은 간부들에게 보고받은바 있으며, 잘못을 인정한다. 그러나 서로간의 감정싸움에서 비롯된 일이고, 이후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를 단단히 줬다”고 밝혔다.
한편, 전노련 아산지회가 주장하는 ‘성과급’, ‘싹쓸이’ 등의 발언과 관련된 아산시청의 해당 공무원은 “새로 충원된 노점상 단속요원의 성과를 이야기 한 것이 사실과 다르게 부풀려졌다”고 해명했다.
또 “노점상 문제는 전노련 아산지회가 외부 노점상들과 힘을 모아 몸집을 부풀린 후 기존의 노점노동연대 소속 노점상인들을 강제로 흡수하면서 벌어진 일”이라며 “전노련 아산지회는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워 자신들의 입지를 굳히고, 그와 더불어 영향력과 이권을 늘리려는 속셈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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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시와 전국노점상총연합회 아산지회가 ‘불법 노점상 강제철거’를 두고 대립하는 가운데 ‘전노련이 기존 노점상들을 겁밥하고 있다’는 증언이 나와 진위파악이 요구되고 있다. |
먹고 살만한 몇몇 노점상의 ‘중상모략?’
전노련 아산지회 박정제 지역장은 ‘전노련이 기존 노점상을 억압한다’에 대해 ‘먹고 살만한 몇몇 노점상의 중상모략’이라고 반박했다.
박 지역장은 “노점상은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이른바 ‘없이 사는 사람’들의 생계형 자영업”이라며 “실제로 전노련 아산지회의 회원 중 85%의 노점상인이 보증금 100만원~300만원에 월 30만원의 월세에 살고 있고, 심한 경우는 보증금도 없어서 여관에서 생활하는 노점상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전노련이 기존 노점상을 억압한다고 주장하는 노점상인 중 한명은 자신의 소유로 집이 두 채나 있으며, 또 다른 노점상인은 중앙하이츠의 30평대 아파트를 소유했다”고 주장했다.
또 “온양온천상인연합회 상인과의 몸싸움, 노점상 영업방해 등의 현장에는 없었지만 간부들을 통해 보고받은바 있다. 그 일들은 분명 잘못된 부분이다. 회원들에게 단단히 주의를 줬고, 이후 온양온천상인연합회 및 비회원 간의 마찰은 없었다”며 “이 또한 서로간의 감정적 다툼에서 비롯된 일이지 전노련 아산지회가 악의를 가지고 자행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전노련 아산지회 박정제 지역장은 아산시의 ‘불법 노점상 강제철거’에 대해 “전국노점상총연합회 차원의 회원동원 및 물리적 저항을 하지 않을 것이며, 강제철거가 되더라도 합법적이고 민주적인 방식으로 투쟁을 이어갈 예정이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전노련 아산지회는 ‘기업형 노점상’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1가구 1마차, 아르바이트 채용 금지, 노점상 매매 금지, 노점상 크기 축소, 계절영업(붕어빵, 호떡)의 비수기에는 노점상 자진철거, 노점상 디자인 통일 등의 회칙을 바탕으로 시민과 온양온천상인연합회의 불편을 최소화 하고, 생계형 노점상인들의 권익을 보호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다수 이용한 공권력 도전
“불법 노점상 철거 문제는 겉으로 드러나는 부분만 봐서는 안된다. 이번 문제는 전노련 아산지회가 자신들의 입지를 굳힘과 동시에 온양온천전통시장의 이권에 개입하려는 의도가 숨어있다.”
아산시청의 한 관계자는 이번 노점상 문제를 순수한 의도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에 따르면 이번 노점상 문제는 아산지역의 노점상 단체 두 곳이 합병되면서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노점노동연대에 속해 있던 기존 노점상인 30여 명이 갑자기 70여 명으로 불어난 전노련 아산지회에게 강제로 흡수됐으며, 이 과정에서 공갈·협박을 당한 노점상인들의 피해사례가 시에 접수됐다는 것이다.
또 전노련 아산지회가 세력을 넓히면서 새로운 노점상들이 만들어졌으며, 장사에 직접적으로 피해를 입은 온양온천상인연합회와 마찰이 빚어졌다고 덧붙였다.
아산시청의 해당 공무원은 “기존에 없던 노점상들이 새로 생기면서 온양온천역 5일장의 좌판 노점상들까지 시장입구에 좌판을 펼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좌판 노점상인과 온양온천상인연합회 상인 간의 몸싸움이 있었다. 몸싸움 후 전노련 아산지회 회원 30여 명이 해당 상인의 가게를 찾아가 위협을 가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번 노점상 문제는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는 격이며, 특히 다수의 힘을 빌어 공권력에 도전하는 것”이라며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신규노점상 세곳은 시민과 온양온천상인연합회로부터 통행불편과 불법 노점상 단속 등의 민원이 빗발치는 곳이다. 이에 시는 자진철거에 대한 내용을 담은 계고장을 3회 이상 전달했고, 일정기간의 유예기간을 거쳐 신규노점상 세곳에 대해 강제철거를 집행할 방침이다”라고 밝혔다.
전노련 상인 시장상인에게 기다렸다는 듯이 ‘발길질’
상인들의 다툼은 공갈·협박에 이어 폭행에까지 이르렀다.
온양온천상인연합회의 몇몇 상인에 따르면 지난 8월17일 야채를 파는 좌판 노점상인과 몸싸움이 있었다고 한다.
좌판 노점상과 전통시장 야채가게는 인접해 있기 때문에 ‘여기에 노점을 펴면 우리는 어떻게 장사하라는 말이냐’고 항의하자 전노련 노점상인은 기다렸다는 듯이 시장상인의 배를 걷어찼고, 이후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는 시장상인의 증언도 나왔다.
이어 전노련 노점상인은 자신의 야채를 자신의 손으로 뒤엎고, 발로 밟은 후 ‘상인회에서 야채를 못쓰게 만들었다’며 억지를 부렸다고 시장상인은 목격담을 전했다.
해당 노점상인은 이에 그치지 않고, 전노련 아산지회 회원 30여 명과 함께 야채가게를 찾아갔으며, 그 자리에서 전노련 노점상인들은 ‘노점상을 방해하면 칼로 찔러버리겠다’, ‘길에서 마주치면 죽여버리겠다’ 등의 갖은 협박을 가했다는 목격담도 나왔다.
특히 전노련 아산지회의 한 관계자는 기존 노점상(할머니)에게 ‘판매물건에 소변을 보겠다’고 위협하는 등 횡포도 부렸다고.
시장 상인들은 “예전의 좌판 노점상인들은 오후 5시부터 장사를 하는 등 최소한 상도덕은 지켰다. 그러나 지금은 처음 보는 좌판 노점상인들이 아침부터 저녁까지 장사를 펼쳐 전통시장 상인들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주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협박과 강요에 의한 회원가입
“전노련 아산지회의 공갈과 협박에 시달리다보니 자면서까지 가위에 눌린다. 2주전부터는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는데, 인터뷰를 하는 지금도 그들의 보복이 너무 두렵다.”
온궁로 문화의 거리에서 15년 간 노점상을 운영해온 A씨는 지난 6월초부터 지금까지 노점상을 열지 못하고 있다.
전노련 아산지회의 영업방해와 억압이 두려워 노점상에 나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에 따르면 6월초 전노련 아산지회의 관계자들이 찾아와 ‘회원에 가입하지 않으면 장사하기 힘들거유’라며 협박을 했고, 강요에 못 이겨 회원가입을 했으나 입회비 10만원과 월회비 3만원을 내지 않자 영업을 할 수 없도록 방해했다고 말했다.
또 6월초에는 회원가입을 하지 않은 다른 노점상을 찾아가 영업을 방해했으며, 7월 중순에는 그 노점상인이 회원에 가입했음에도 불구하고 노점상 하나를 강제로 철거해 갔다고 한다.
이어 그는 “전노련 아산지회 관계자들은 지난 7월7일 한자리에서 수 년간 노점상을 운영해온 한 노점상인의 자리에 수박을 가득 실은 트럭을 주차해 영업을 방해했고, ‘그 자리 뽑아버려(노점상 강제철거)’ 등의 협박으로 회원가입을 강요했다”며 “나 혼자서 떼지어 몰려다니는 사람들을 어떻게 감당할 수 있겠나. 깡패나 조폭보다도 더한 사람들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