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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으로 입원한 남편, 두 아이 버팀목 돼야…

희망2012 정미경(34·천안시 동남구 북면)

등록일 2012년09월04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천안시건강가정지원센터에 상담을 받으러 온 정미경 씨 모녀. “어려운 형편에 쪼들리다 보니 2000만원을 빌려 쓰게 됐는데 그게 이자까지 더해 어느새 8000만원이 넘었어요. 남편도 입원해 있는 형편이어서 제가 아르바이트 하는 돈으로 온 가족이 생활하다보니 돈은 갚을 엄두도 못 내고 그저 하루하루 생활만 하는 상황이에요.”

북면에 사는 정미경 씨는 요즘 어느 때보다 심리적으로 압박감을 느낀다.
결혼 후 9년이 넘게 일용직으로 일하던 정씨의 남편이 1년 반 전 어머니와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심각한 우울증을 맞았고 급기야 입원치료를 받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간경화로 거동이 힘든 상황이었다지만 그 아버지를 간호하던 어머니가 뇌출혈로 쓰러진 뒤 제대로 된 응급처치를 못해 그만 돌아가시고 말았다. 이후 남겨진 아버지도 어머님이 돌아가시고 50여 일만에 뒤따르듯 세상을 떠나셨다.

3남 1녀 중 막내였던 남편은 부모님이 돌아가신 뒤 ‘사는 것이 재미가 없어졌다’는 말을 자주 했다고 한다. 그동안 부모님의 속은 많이 썩혔는데 해 드린 것은 없다는 허무와 자괴감. 게다가 쉽사리 나아지지 않는 어려운 가정형편은 그의 마음을 계속 짓누른 듯하다.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허리디스크까지 수술한 남편은 3개월 정도를 쉬고 택시 운전을 시작했다. 하지만 24시간 2교대의 업무강도를 지탱하기 힘들었던 그는 결국 6개월 뒤 다시 몸을 뉘여야만 했다. 

남편은 원래 친구들과 어울리고 외향적인 사람은 아니었다. 하지만 점점 우울증에 시달리면서 담배를 많이 태우고, 아내와 자녀들에게도 관심을 줄이면서 오직 바둑에만 몰두하게 됐다고 한다. 무력해진 남편과 어려워져 가는 가정형편 속에서 아내 정씨는 절박한 심정으로 집안의 가장 역할을 맡게 되고 일거리를 찾아야 했다.

‘파산신청이 받아들여 져야 할 텐데…’

“북면에 지역아동센터가 생기면서 지난 3월부터 급식아르바이트를 시작했어요. 낮에는 인근 초등학교 도서관에서 사서로 3시간 일을 하게 됐죠. 시골이다보니 그래도 50만원 남짓 그렇게 번 돈으로 근근이 생활을 이어갔어요. 그러다 2달 전 심각해진 상태의 남편이 걱정스러워 정신과에 데리고 가니 입원치료를 해야 한다는 소견을 듣게 됐답니다.” 

현재 약물치료와 상담치료를 병행하며 입원중인 남편.
병원비 걱정이 컸지만 다행히 기초생활수급자 2종에 선정되고 병원에서도 기관연계를 통해 3개월 동안은 치료비를 지원 받을 수 있다고 해서 앞으로 조금은 시간을 벌게 됐다. 하지만 일과 가정을 같이 챙겨야 하는 그녀에게 지워진 짐은 여전히 감당하기 힘들다.
얼마 전 다시 신청한 파산신청이 받아들여지고 이후 회생을 통해 신용을 회복하는 것이 관건이지만 이미 한 번 신청했다가 젊은 나이를 이유로 거절당한 바 있어 걱정이 많다.

남편이 입원과 함께 수급자 신청이 받아들여져 40만원 정도의 정부지원이 나오고 있지만 병원비 지원이 끊기면 다시 통원치료를 해야 하는 비용만도 큰 부담. 또 낮은 신용등급 탓에 선뜻 괜찮은 직장을 지원하기 힘든 조건도 커다란 장애물이다.

책을 좋아하는 첫째 딸에게 마음껏 책을 읽히고 싶고, 아직 어린 둘째랑은 놀이공원을 가자는 약속을 못 지킨지 오래라는 그녀. 하지만 마음만은 늘 아이들을 보듬고 있다.

“그래도 다음 달에는 북면 오곡리로 이사를 나올 예정이에요. 지금 사는 곳은 집들이 워낙 띄엄띄엄 있다보니 아이들도 많이 무서워 하거든요. 교통비도 줄이고 아이들도 조금은 더 가까이에서 안전하게 지켜주고 싶어요.”

스스로의 그늘을 감추려고 애쓰던 미경씨. 왜소하고 가녀린 그녀의 어깨에 지워진 무거운 짐은 언제쯤 조금이나마 덜어질 수 있을까?
<이진희 기자>

이진희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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