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애학교사건 가해교사의 엄중처벌을 촉구하는 1인시위가 80회를 맞고 있다.
지난 2010년 천안의 공립 특수학교인 인애학교에서는 경악할 만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른바 ‘천안판 도가니’ 사건. 장애학생들을 가르치고 보호해야 할 교사가 교실에서 학생들을 성폭행했다는 내용이 확인된 것이다.
의사표현 능력이 부족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벌어진 교사의 파렴치한 행각은 처음 2명의 피해자로 사건화됐지만 조사가 확대되면서 피해자가 늘어났고 이로 인해 재판과정이 무척이나 장기화 되고 있다.
현재까지 기소자는 6명이지만 시민대책위측은 가해자 이모교사로부터 성폭력 피해를 입은 학생이 최대 14명에 달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인애학교사건과 관련한 공판은 올 2월부터 시작됐고 최근까지 모두 12번이 열렸다.
오는 8월29일 13차 공판이 예정돼 있는 상황. 관계자들은 9월 중순이 돼야 선고공판이 열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인애학교성폭력시민대책위 김현순 집행위원장은 “선고공판을 앞두고 있다보니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달 영화 ‘도가니’의 배경이었던 광주인화학교 판결이 기존보다는 한결 강하게 나온 것을 확인했다. 장애당사자들은 장애특성상 재판부가 필요로 하는 명확한 시점이나 상황을 특정하기가 어려워 재판에 어려움이 많다. 재판부가 다시는 이런 비극적인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엄중한 경고의 판결을 내려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1인시위 통해 다시 뜨거워 지는 관심
영화 ‘도가니’를 계기로 확인된 천안의 이번 사건은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되며 뜨거운 이슈가 됐다. 그러나 언론에 첫 보도된지 9개월여가 흐른 지금은 거의 관심 밖으로 밀려난 일이 되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이 같은 현실을 안타까워하며 지난 4월23일부터 매일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번주에 80회를 맞게 되는 1인시위는 월요일은 천안여성회, 화요일은 충남장애인부모회천안지회, 수요일은 민주노총과 평등교육실현을위한 천안학부모회, 목요일은 충남인연맺기운동본부, 금요일은 여성의전화와 성평등교육문화센터 등이 나서는 식이다.
“우리 사회에 불공평한 일을 당한 사람이 있을 때, 같은 구성원으로써 최소한이나마 들어주고 함께 해 주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천안판 ‘도가니’ 인애학교 사건에 우리가 계속 관심을 갖고 힘을 보태야 할 이유입니다.”
심현민 씨.
휴가를 맞은 심현민 씨는 며칠 전 천안종합터미널 횡단보도에서 한시간 동안 이번 사건의 관심을 촉구하는 1인시위에 참여했다.
현민씨는 충남인연맺기운동본부를 통해 장애아동·청소년들의 건강한 자립을 지원하고 고민을 함께하는 멘토로 활동하고 있다.
“인애학교 사건과 관련해 1인시위에 참여한 것은 이번이 네 번째입니다. 직장생활을 하다보니 야근하는 날 점심때 짬을 내서 참여하거나 이렇게 휴가를 쓰게 됐을 때 나섰죠. 지금껏 80여 회 가까운 1인시위 참가자들의 노력 때문일까요? 처음에는 이상하게 바라보시던 시민들이 점점 관심을 갖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지난 주에는 지나던 한 시민이 ‘지역에서 이런 끔찍한 일이 있었는데, 내가 어떻게 참여할 방법은 없느냐’는 질문을 해 와서 부랴부랴 가해교사의 엄중처벌을 촉구하는 탄원서를 만들어 서명을 받기 시작했다고 한다.
하루에 한시간씩 받은 서명인데 일주일만에 벌써 2000여 장이 모여졌을 만큼 시민들도 반응을 보여주고 있다.
심현민 씨는 “얼마 전까지 이번 사건을 통해 그간 우리 사회의 장애아동에 대한 관심부족을 정말 많이 느꼈어요. ‘우리가 함께 살지만 함께 살고 있지 않구나’하는 느낌이죠. 지금이라도 이런 부분에 대해 자문과 반성을 해야하는 것 아닐까요? 인애학교사건과 같은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해 보다 많은 관심과 참여가 필요합니다”라고 말했다.
<이진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