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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체험학습장에서 ‘개’를 굽다니···”

아산시 송악면 종곡리 느티장승마을 주민, ‘계곡하류 통제’

등록일 2012년08월04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이런 쳐죽일 놈들”

아산의 숨은 피서지로 알려진 송악면 종곡리 느티장승마을 계곡에서 누군가 개를 불에 태웠는지 그 자리에는 앙상한 뼈만 남은 개의 사체와 함께 역겨운 악취가 진동했다.

이에 한 마을주민은 “개를 구어 먹고, 이렇게 놓고 가는 놈들이 세상천지에 어디 있나. 그리고, 이렇게 두고 가면 그 뒤처리는 누가 하란 말인가. 이런 쳐죽일 놈들”이라고 말했다.

“마을로 통하는 길이 좁은 도로 하나뿐인데, 여름철 주말이면 피서객의 차량으로 도로가 마비돼요. 피서객이 계곡에 두고 간 쓰레기도 문제에요. 계곡 인근에 모아진 쓰레기는 산더미 같이 쌓이고, 곳곳에 버려진 음식물 쓰레기에서는 심한 악취까지 풍겨서 도저히 못살겠어요. 그리고 학생들의 생태체험학습장으로 이용되는 계곡에서 ‘개’를 불에 굽는다는 것이 말이나 돼요?”

아산의 숨은 피서지로 알려진 송악면 종곡리 느티장승마을 주민들이 계곡하류에 대한 피서객의 출입을 통제한 이유다.

마을의 자연생태를 보존·유지하고자 주민들이 자체적인 통제안내에 나선 것.

그러나 이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계곡하류는 통제하는데 반해 노인회가 운영하는 평상이 위치한 상류에서는 취사행위와 물놀이가 가능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주장이다.

느티장승마을을 찾은 한 피서객은 “계곡하류를 통제하기에 상류로 올라가 봤더니 가족으로 보이는 피서객이 평상에서 삼겹살을 구어 먹고 물놀이를 하더라.그 일행에게 물어보니 ‘마을노인회에 5만원을 주고 평상을 빌렸으며, 취사행위금지 및 물놀이금지에 대한 안내를 받지 않았다’고 답했다”며 “노인회의 수익을 올려주는 평상에서는 취사행위와 물놀이가 가능하고, 그렇지 않은 곳은 통제한다면 형평성에 어긋나는 것이다. 통제할거면 다 통제하고, 개방하려면 모두 개방해야 하지 않는가”라고 말했다.

이 같은 불만에 종곡리 느티장승마을 현명기 이장은 “계곡하류는 생태체험학습장소로 이용되는 곳이고, 상류는 피서객을 위해 마련된 곳”이라며 “취사행위 자체는 일절 금지하지만 안내가 부족했던 것은 사실이다. 마을입구에서 상류계곡안내장 및 취사금지협조문 등을 전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청정계곡에 버리고 간 ‘못된 양심’

“기자양반, 무슨 말을 듣고 왔는지 모르겠지만 일단 이거나 보고 이야기 하슈.”

종곡리 느티장승마을 계곡입구에서 차량을 안내하던 한 할아버지가 계곡 한편의 돌무더기로 안내했다.

할아버지를 뒤따라 돌무더기 인근에 다달았을 때 코를 찌르는 악취에 구토가 나올 지경이다.

이 할아버지는 무엇인가를 보여주기 위해 역겨운 악취를 참으며 돌무더기를 하나, 하나 치우기 시작했고, 그 안에는 불에 타 앙상한 뼈만 남은 동물의 사체가 놓여있어 악취의 근원임을 알 수 있었다.

“개를 구어 먹고, 이렇게 놓고 가는 놈들이 세상천지에 어디 있나. 그리고, 이렇게 두고 가면 그 뒤처리는 누가 하란 말인가. 이런 쳐죽일 놈들.”
할아버지의 성화가 대단하다.

“누가 돈 한푼 주는 것도 아닌데 마을노인들이 오죽 답답했으면 때양볕 아래로 나왔겠는가. 이렇게 둬서는 안되겠다 싶어서 마을회의를 통해 계곡하류를 통제하게 됐다.”

또 다른 할아버지는 쓰레기 불법투기와 교통체증에 대한 하소연을 늘어놓았다.

“피서객들이 한곳에 쌓아두고 가는 쓰레기 양이 만만치 않다. 15t트럭이 와도 다 못 실을 정도다. 특히 이곳은 산속이어서 쓰레기를 헤집는 산짐승이 많은데 그에 따른 악취가 말도 못 할 정도고, 쓰레기를 처리 할 인력도 없다. 국민의식이 바뀌어야 자연이 보호될 텐데 청정계곡에 ‘못된 양심’을 버리고 가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걱정이다.”

할어버지는 이어 “도로는 좁고 몰려드는 피서객은 많다보니 교통체증이 심각하다. 도로에 주차한 차들 때문에 차 한 대가 겨우 빠져나가는데, 내려가는 차량과 올라가는 차량이 중간에서 만나 교통이 마비되면 마을 안에서는 두세시간 동안 꼼짝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자연생태 보존 및 유지 ‘최우선’

“느티장승마을의 자연생태를 보존하고, 문화적 가치를 유지하는 것을 그 어떤 것보다 최우선시 하겠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계곡하류를 통제한다고 밝힌 현명기 이장의 말이다.

그에 따르면 종곡리 느티장승마을은 지난 6월21일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주관한 ‘2012 생활문화공동체 만들기 신규사업 전국공모’에 선정된 이후 마을의 역사와 문화, 생태자원 발굴 등 맥락구성을 통해 ‘이야기’가 있는 체험관광 요소를 개발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또한 얼마전에는 충남교육청 및 아산시 체험마을 협의회와 자매결연을 맺는 등 테마형 문화마을과 산촌생태체험 마을로서 스스로의 자생력을 확보할 방침이다.

송악면 종곡리 느티장승마을 현명기 이장은 “산촌생태체험을 경험하는 유아 및 학생들과 방문객들이 요즘은 보기 힘든 가재와 다슬기 등을 직접 볼 수 있다면 생태적인 측면과 문화적인 측면에서 그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가”라며 “관련 시스템을 도입하는 시기이다보니 크고 작은 민원이 발생할 수 있겠지만 자연생태는 최대한 보존·유지하고, 방문객의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 중에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요즘 같은 여름에 통제안내를 하지 않는다면 계곡은 아수라장이 된다”라며 “다소 불편한 점이 있겠지만 취사가능 구역과 물놀이구역 등을 융통성 있게 기획하고 있으니 마을주민의 통제에 협조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밝혔다.

손상욱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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