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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향잃은 교장공모제 담합·비리 논란

서둘러 진행된 공모제, 계획없던 학교 뒤늦게 포함

등록일 2012년07월30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교장공모제가 ‘일부의 담합으로 특정인을 밀어준다’는 주장이 제기된 가운데 아산의 신광초등학교 운영위원은 ‘취지가 사라졌다’며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충남지부는 지난달 18일 ‘사실상 내정, 담합 판치는 교장공모제’라는 제목으로 성명서를 발표했고, 이와 함께 한 학교운영위원이 ‘이번 공모제는 너무 서둘러 진행됐으며, 한 학교는 공모제에 뒤늦게 포함됐다’며 충남교육청을 재차 비판한 것.

이 학교운영위원은 “위원회 회의는 통상 충분한 심의를 위해 일주일전에 자료를 주도록 되어 있으나 이번 교장공모제에 관한 사항은 임시회가 소집된 자리에서 알게 됐다. 또한 송남초등학교는 이번 교장공모제에서 제외됐다가 충남교육청을 항의·방문한 학부모들의 요구에 공모제에 뒤늦게 포함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교장공모제는 교육수요자가 원하는 교장을 통해 학교 운영의 다양화를 도모하는 제도인데, 이번 공모제는 교육수요자가 선택할 수 있는 시간을 주지 않았다. 이는 교장공모제를 도입한 취지에 크게 어긋난 일”이라고 하소연 했다.

충남교육청의 담당 장학사는 이와 관련해 “교장공모제는 교육과학기술부의 지침에 의해 운영되고, 이번 공모가 서둘러 진행된 까닭은 교과부의 지침 자체가 늦게 내려왔기 때문”이라며 “공모제에 지정되는 학교는 지역안배나 균형 등을 고려해 계획을 수립한다”고 밝혔다.

한편 충남교육청은 아산지역의 2012년 9월1일자 교장공모제 학교로 신광초등학교와 천도초등학교를 지정했으나 천도초등학교의 운영위원회 심의결과 부결로 처리돼 송남초등학교를 공모제에 포함했다.

또한 신광초등학교는 학교운영위원회 심의 결과 찬성 7표, 반대 1표, 무효 1표, 결원 1명 등으로 ‘초빙형 교장공모’로 가결됐고, 단 한명이 응시했다.

송남초등학교는 응시자가 없어 공모제가 취소됐다.

인사비리·부패 줄인다는 ‘교장공모제’

2007년 9월부터 자율학교에 한해 시범 운영된 교장공모제는 연공서열이나 경력점수를 기준으로 삼던 교장임명과 달리 능력을 기준삼아 기존 승진제를 다양·효율화 시키고, 교육계의 인사비리와 부패도 줄인다는 기대 하에 2010년부터 일반학교에 적용됐다.

이는 교육청이 정한 승진후보자 순위에 따라 이뤄진 교장임명제를 탈피해 승진후보자 명부에서 순위가 밀리거나 아예 포함되지 않은 사람도 지원할 수 있는 제도여서 기존의 승진·임용방식보다 교장지원 자격요건 완화 및 투명한 공모절차를 진행한다는 장점이 있다.

학부모 등 교육수요자가 원하는 교장을 초빙하는 교장공모제는 ▶초빙형: 교장자격증 소지자(일반학교 대상) ▶내부형: 교장자격증 소지자 및 교육경력 15년 이상 교육공무원 또는 사립학교 교원(자율학교 및 자율형공립고 대상) ▶개방형: 교장자격증 소지자 및 해당학교 교육과정 관련 기관에서 3년 이상 종사한 경력이 있는 자(자율학교로 지정된 특성화중·고 및 특목고, 예·체능고 대상) 등의 방식으로 공모한다.

전교조, ‘짜고 치는 교장공모제’ 비난

전교조 충남지부는 지난 6월18일 성명서를 통해 충남교육청이 진행하는 교장공모제를 강력하게 비판했다.

이들이 성명서에서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2012년 9월1일자 교장공모제로 지정된 학교는 충남도내 22개(초등 17교, 중등 5교) 학교이며, 이중 12개교(54%)가 경쟁자 없이 단독으로 응모했다.

또한 2명이 응모한 8개 학교는 경쟁자 간의 우열이 뚜렷해 ‘사실상 특정인을 염두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를 근거로 전교조 충남지부는 “교장공모제가 절반이 넘는 단독응모 등으로 특정인이 내정된 상태에서 요식행위로 진행되고 있다”며 “수요자 중심의 교장공모제가 일부 전문직 출신이나 교장자격 조기 취득자의 정년관리에 악용돼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특히 ‘교장공모제 절차를 엄정하게 진행해야 한다’고 밝힌 전교조 충남지부 김지선 교사는 “충남교육청은 ‘짜고 치는 교장공모제’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며 “공모절차에 하자가 발생한 학교에 대해서는 추후 정보공개를 통해 임용을 취소하도록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장공모제’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교장공모제를 결정하는데 있어서 ‘시간이 너무 촉박했다’고 밝힌 신광초등학교 운영위원은 “학교를 대표하는 사람을 공모하는 일인데 ‘번갯불에 콩 구어 먹듯’ 해서는 안 될 일”이라고 말했다.

이 학교운영위원에 따르면 충남교육청이 ‘2012년 9월1일자 교장공모제 지정 안내’에 대한 공문을 학교에 전달한 시기는 지난 6월7일이며, 공문은 ‘교육공동체의 의견을 수렴해 6월12일까지 학교운영위원회 심의 회의록 제출’을 요구했다는 주장이다.

이에 따라 학교운영위원회(임시회)가 소집된 날자는 6월11일이며, 운영위원들은 회의에 참석한 후에야 ‘공모제 안건’이 추가된 사항을 알게 됐다고.

또한 교장공모제 가결 이후 6월14일에는 교장공모제 세부 운영계획 및 담당자 연수에 관한 공문이 충남교육청으로부터 신광초등학교에 내려졌다고 주장했다.

이 학교운영위원은 “이번 교장공모제는 전교조의 주장처럼 사실상 내정된 사람이 응모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 짙다”며 “그렇지 않고서야 교장공모제에 관한 사항이 2주일이라는 짧은 시간동안 일사천리로 진행될 수는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교육수요자의 의견을 수렴하는 사전조사가 진행되지 않았고, 공모에 응시하는 교원도 학교의 특성과 발전방향에 대한 계획을 수립하기에는 시간이 촉박했을 것”이라며 이번 교장공모제에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교장공모제 시작부터 불투명?

신광초등학교 운영위원은 ‘충남교육청의 교장공모제는 시작부터 불투명했다’고 주장했다.

사전조사 없이 진행된 교장공모제로 지정학교가 변경됐다는 것.

이 운영위원에 따르면 충남교육청이 6월7일 공모제 지정학교로 보낸 공문에는 신광초등학교와 천도초등학교가 명시 됐지만 6월14일 공문에는 천도초등학교는 사라지고 송남초등학교가 교장공모제 학교로 지정됐다는 설명이다.

또한 이 운영위원은 공모제 지정학교가 변경됐음에도 불구하고, 충남교육청은 어떠한 해명과 통보도 하지 않았다고.

신광초등학교 운영위원은 “공모제 학교로 지정된 B초등학교는 무슨 이유인지 중도에 사라져 버렸고, 애초 계획에 없던 송남초등학교가 공모제 학교로 지정된 이유도 전혀 알 수 없다”며 “기존의 승진·임용방식보다 투명한 공모절차를 진행한다는 교장공모제가 시작부터 불투명했다. 이는 충남교육청이 교육수요자를 우롱하는 처사”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신광초등학교의 한 운영위원은 “충남교육청의 공문을 받고 운영위원회 회의를 진행했으며, 회의결과 찬성 5표, 반대 5표 등으로 나타나 교장공모제를 반대했다”고 밝혔다.

또한 송남초등학교의 한 학부모는 “지난 6월8일 다른 학부모들과 함께 충남교육청을 찾아가 ‘교장공모제를 신청했는데 왜 제외 됐는가’라고 항의했다”며 “이후 교장공모제 학교로 지정됐지만 응모하는 사람은 없었다. 충남교육청이 사전에 공모제에 대한 준비를 철저하게 했더라면 이 같은 상황은 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초빙형 교장공모를 진행하게 된 신솽초등학교에서 찬성표를 던진 모 운영위원은 “학부모들이 원하는 것은 학교에 오랫동안 머물 수 있는 교장이고, 이번 교장공모제로 학부모들이 원하는 1차적인 부분은 해소된 것 같다”며 “더 이상의 문제를 만들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고, 새로 부임하는 교장을 잘 보필해 학교를 발전적인 방향으로 이끌어 가겠다”고 밝혔다.

충남교육청, ‘그런 사실 없다’

“그런 사실 없다. 그들(전교조 충남지부)의 주장처럼 특정인을 밀어주려면 발령을 내면 그만이다. 구태여 교장공모제에 편승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또한 이번 공모제에서 시간이 촉박했던 것은 사실이나 교과부의 지침 자체가 늦었을뿐더러 정해진 날자에 맞추려다보니 어쩔 수 없었다.”

전교조 충남지부의 성명서와 신광초등학교 운영위원의 비난에 대한 충남교육청 담당 장학사의 해명이다.

해당 장학사에 따르면 전교조 충남지부의 성명서는 교장공모제와 관련한 연례행사와 같으며, 이는 교장자격증이 없는 사람에게도 기회를 줄 수 있는 내부·개방형 공모제를 확대해 달라는 의미로 해석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교장공모제 지정학교 12개교에 단독으로 응모한 사항은 교육계에는 엄연히 연공서열이 정해져 있으며, 상대에 비해 경쟁력이 약한 응시자는 중간에 포기하는 경우와 응시 자체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특히 교장공모제에 응시자가 몰리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심사에 대한 부담감이 크게 작용한다는 설명이다.

10여 명의 심사위원 앞에서 1차와 2차로 나눠진 심사를 받는 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큰 부담이며, 이에 많은 응시자들이 1년~2년 늦게 발령을 받는 길을 선택한다고.

충남교육청 담당 장학사는 “교장공모제는 충남교육청의 문제만이 아니다. 다른 곳은 그와 관련해 법적 소송이 진행되는 곳도 있다”며 “교육과학기술부에서도 이 같은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2013년 3월1일자 교장공모제는 상당히 축소를 해서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손상욱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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