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기업형슈퍼마켓을 대상으로 한 영업시간 제한·의무휴일제를 시행한지 두 달여가 지났다. 사진은 성정5단지 전통시장.
신방동에 사는 홍미영(36) 주부는 대형마트 영업시간 제한과 의무 휴무제를 시행 한 후 소비습관이 변했다.
미영씨는 대형마트가 운영하지 않는 일요일, 가까운 슈퍼를 찾아 장을 보고 있다.
“일요일에 마트를 운영하지 않으니까 슈퍼를 찾게 되요. 조금 비싸긴 한데, 한 번에 많은 양의 장을 보던 것을 이제는 필요한 만큼 구입하는 것이 달라졌어요. 또 차를 이용하지 않는 것도 다른 점이죠.”
쌍용동 김선자(45) 주부는 휴무가 있는 일요일에 장 보는 것을 피한다. 토요일이나 월요일 대형마트에서 장을 본다는 선자씨는 의무 휴무일이 지역 소상공인에게 얼마나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의무휴일 두 달 째, 슈퍼마켓·전통시장 매출 소폭 상승
천안지역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 의무휴업일이 5월27일 첫 시행에 들어갔다. 최근까지 모두 4번의 휴무에 들어간 셈이다.
시는 ‘천안시 전통상업보존구역 지정 및 대규모·준대규모 점포의 등록제한 등에 관한 조례’ 개정안을 지난 5월21일 공포하고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의 영업시간 제한과 월 둘째, 넷째 일요일 영업을 하지 못하도록 했다.
영업시간 제한은 지난 5월22일부터 시행돼, 매일 오전 0시부터 오전 8시까지 영업을 하지 못한다.
적용대상은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메가마트 등 7개 대형마트와 홈플러스익스프레스, 롯데슈퍼, GS슈퍼 등 기업형슈퍼마켓 18개소다.
시행 두 달이 지난 현재,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이 영업시간 제한과 의무휴업일을 위반한 사례는 한 건도 없었다.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보호를 위해 실시한 영업시간 제한, 의무휴일제가 과연 어떠한 영향을 주었을까.
시장경영진흥원, 소상공인진흥원 천안지원센터에 따르면 제도 시행 전과 비교해 골목상권, 전통시장 매출이 소폭 상승 했다고 밝혔다.
소상공인진흥원 천안지원센터는 천안지역 대형마트 인근 동네슈퍼 13곳의 매출액과 고객 수 변화를 표본 조사한 결과 매출액은 5~10%, 고객 수는 5% 증가했다고 밝혔다.
시장경영진흥원은 의무휴업 6월10일 충남 천안, 서산, 연기, 홍성(중앙남산시장, 병천시장) 등 전통시장 매출액과 고객수를 조사했다.
조사결과 매출액은 전주 6월3일 대비 매출 2,7%, 고객수는 1,7% 증가했다. 전국평균 매출액은 16.8% 증가했으며 평균 고객수는 14.2%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소상공인진흥원 천안지원센터 관계자는 “조사 자료가 전체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닌, 표본 조사를 했기 때문에, 정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조사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소상공인, 전통시장 모두 영업시간과 의무휴일제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골목시장, 전통시장 보호 넘어 경쟁력 확보
골목시장과 전통시장 보호를 위해 제정한 영업시간 제한과 의무휴일제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소상공인, 전통시장 상인들이 보호차원을 넘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요구되고 있다.
천안남산중앙시장 상인연합회(회장 이선우)는 단골고객 유치를 위해 10월31일까지 공동쿠폰 발행 행사를 실시하고 있다.
천안남산중앙시장에 따르면 공동쿠폰 발행은 상인회원 190개 가맹점포에서 일정금액 이상을 구매할 경우 고객에게 쿠폰 1매를 줘 쿠폰 5매가 모아지면, 추첨을 통해 자체상품권 5000원 권, 1만원권을 제공해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경품행사 응모를 통해 행사기간 동안 매월 추첨을 통해 상품을 추첨 지급할 예정이기도 하다.
또한 제1회 천안 전통시장 사진 공모전과 전시회를 개최한다. 오는 31일까지 천안시민을 대상으로 접수(공모주제 자유) 받고 있으며 전문가 심사를 거쳐 선정된 작품에는 상품권과 표창이 주어진다.
상인연합회는 입상작과 출품작을 한데 모아 8월10일부터 12일까지 남산중앙시장 일대에서 전시회를 열 예정이다.
충남천안슈퍼마켓조합(이사장 허영)과 충남천안나들가게협의회(회장 정운양)는 공동물류를 통해 좀 더 저렴한 물품을 시민들에게 공급하고 있다. 또한 매달 4~5개 물품을 정해 5% 할인행사를 하는 등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충남천안나들가게협의회 정운양 회장은 “의무휴일제를 하는 날 20~30% 가량 매출이 증가하고 있다”며 “하지만 대형마트가 이미 포화상태에 있음에도 계속 증가 하고 있어 이에 대한 정책변화가 없다면 의미 없는 일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천안지역 대형마트 의무휴일제 소송 갈까
전국적으로 대형마트나 기업형슈퍼마켓이 의무휴일제가 부당하다며 소송을 진행시켰고 최근 서울 강동구, 송파구 내 대형마트의 영업시간을 제한하고 의무휴일을 강제한 지자체의 조례는 위법하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재판부는 ‘해당 조례는 지방자치단체장이 공익판단을 할 수 있는 여지를 박탈하고 의무적으로 영업제한을 할 수 밖에 없도록 규정하고 있어 상위법인 유통산업발전법에 위반된다’며 ‘대형마트 등의 영업상 자유를 제한하는 처분을 할 때 내용을 사전통지하고 의견제출 기회를 줘야 하는 절차도 지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천안지역 대형마트나 기업형슈퍼마켓도 의무휴일제와 관련한 소송을 진행시킬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천안시 관계자는 최근 다른 지역과 같이 소송이 진행되더라도 위법성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위법성이 드러난 사례는 조례 내용상의 강제성의 문구가 상위법을 어긴 것으로 해석됐다”며 “천안시 조례는 해당되지 않으며 조례 제정시 충분한 의견교환 절차를 겪었기에 대형마트측에서 소송을 제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얼마 전 아산신도시에 이마트 트레이더스 천안·아산점(창고형매장)이 문을 열었다. 또 제3산업단지 확장공사 일부 부지(서북구 차암동 일대)에 미국계 할인점 ‘코스트코’가 입점할 계획이기도 하다. 이미 포화상태인 천안지역에 대형마트 입점은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대형마트'로 등록돼 있는 것을 쇼핑센터, 전문점 등으로 변경, 의무휴일제를 벗아 나려는 꼼수도 걱정이다. 골목상권·전통시장 상인들은 이 같은 대형마트의 융단포격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장담하지 못하고 있다.
<공훈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