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계의 인사비리를 줄이고 연공서열 중심의 경직된 승진제도를 개선해 줄 것으로 기대됐던 교장공모제가 답합, 편법논란에 휘말리고 있다. 교장이 될 수 있는 자격기준을 ‘연공서열’ 중심에서 ‘능력’으로 바꿔 기존 승진제를 다양화, 효율화 시키고 교육계의 인사비리, 부패도 줄인다는 기대 하에 시작된 교장공모제.
지난 2010년부터 도입된 이 제도가 최근 다시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본래 제도의 취지가 훼손돼 사실상 정년연장의 수단으로, 공정한 경쟁이 아닌 내정담합으로 점철되고 있다는 것이다.
충남교육청은 올해 학교장의 정년이 얼마남지 않은 22개 학교를 교장공모제 대상으로 지정했다.

하지만 전교조충남지부는 지난 주 발표한 성명을 통해 ‘22개 대상학교의 지원자 현황과 공모절차를 분석한 결과 사실상 특정인이 내정된 상태에서 요식행위로 교장공모제 심사절차가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천안지역 교장공모하는 학교는 총 7개

교장공모제에는 교장자격증 소지자로 응모자격을 제한한 초빙형과 15년 이상 교육공무원이나 교육경력자 누구나 응모할 수 있는 내부형, 교장자격증 소지유무와 관계없이 지원가능한 개방형의 3가지 방식이 있다.
교육공무원법은 일반학교를 대상으로는 초빙형, 자율학교와 자율형공립고에는 내부형, 자율학교로 지정된 특성화중고와 특목고 및 예체능고에서는 개방형을 도입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이번 천안지역 교장공모제 대상학교는 총7개.
이중 창의경영학교인 천안S초, 학력향상중점학교인 I초 는 내부형이고 나머지 5개 학교들은 초빙형으로 교장을 공모중이다.

임용절차를 보면, 교장공모제 대상학교를 교육감이 지정 통보하면 해당학교 학교운영위원회가 1차 심사를 맡고 교육청에서 구성된 교장공모심사위원회가 2차 심사를 맡게 된다.
이런 1, 2차 심사점수를 각각 50%씩 합산한 순위를 고려해 교육감이 최종1명에게 교과부에 추천하고 최종적으로 대통령이 임명장을 내리게 된다.

알박기, 품앗이, 들러리 사례

하지만 이번 공모에서는 22개 학교중 경쟁자 없는 단독 응모가 12개교(54%)였고 8개 학교는 2명이 응모했다. 2개 학교는 아예 응모자가 없어 지정이 취소됐다.
전교조는 이번 교장공모제 대상학교 홈페이지 자료와 내부제보를 분석해 ‘내정의혹, 담합이 판친다’는 총평을 내놓았다. 그 유형으로는 알박기, 품앗이, 들러리 담합이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이들이 주장하는 알박기는 유력인사가 지원한다는 소문을 퍼트려 섣부를 지원을 못하게 하는 것이다.
A교감은 사전에 B초등학교가 교장공모제 학교로 지정되기 이전부터 자신이 B교에 지원할 것이라고 알리고 다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사람이 공모에 응할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자 전문직 출신의 유력자도 지원할 것이라는 소문을 퍼트려 결국 단독으로 공모에 응시해 현재 심사절차를 밟고 있다고.

들러리 지원은 응모한 지원자가 중도에 사퇴하거나 면접, 경영계획서 등에서 뚜렷한 우열이 드러나도록  하는 유형이다.
C교감은 공모심사에서는 지역출신이 선호된다는 점을 역이용해 자신과 친분이 있는 타 지역 D교감을 지원하게 해 결국 자신이 단독 응모한 효과를 거뒀다고. 이른바 들러리 지원으로 향후 품앗이로 악용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전교조 충남지부 이정희 사무처장은 “교장공모제는 교장공모제는 교육수요자가 원하는 자를 당해 학교의 교장으로 초빙해 학교운영의 다양화를 도모하는 제도다. 사실상 이번 충남교육청의 교장공모제는 이런 취지를 전혀 살리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전교조 충남지부는 충남교육청에 현재 진행되고 있는 교장공모제의 문제점을 제대로 파악하고 공모절차를 엄정하게 진행할 것을 촉구하고 공모절차에 하자가 발생한 학교에 대해서는 추후 정보공개를 통해 임용을 취소하도록 요구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진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