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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아산 돌봄교사, 사회적기업 ‘나우누리’ 위탁논란

돌봄교사들 “위탁 아닌 직접고용 원한다!”

등록일 2012년07월17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충남교육청 “정년 및 처우개선 보장, 강제가 아닌 배려다”
돌봄교사들 “사실상의 아웃소싱, 무기계약 회피하려는 술책”

맞벌이 학부모 등 여러 가지 사유로 돌봄이 필요한 아이들을 위해 초등학교에서 운영중인 ‘초등돌봄교실’.  최근 여기서 일하는 돌봄교사들의 고용불안이 고조되고 있다.
충남교육청이 전국 최초로 초등돌봄교실 위탁계획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충남교육청은 사회적 기업 ‘(재)나우누리’를 통한 정년보장으로 사실상의 무기계약직화, 4대보험, 연봉1200만원 등 현재보다 훨씬 나은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돌봄교사들은 충남교육청이 직접고용, 무기계약직 채용을 회피하고 기업으로 떠넘기겠다는 의도로 고용불안을 조장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13일(금) 오전10시 천안교육청 대회의실에서는 전날 아산에 이어 사회적기업 ‘나우누리’의 사업설명회가 열렸다. 여기서는 충남교육청·나우누리 관계자와 돌봄교사간의 열띤 설전이 벌어졌다.

충남교육청 ‘강제가 아닌 배려다’

"공무원인 나를 믿어달라" 보육교사들에게 사회적 기업 ‘나우누리’의 사업을 설명하는 충남교육청 김대원 장학관.

충남교육청 장학사와 장학관은 최근 돌봄교사들의 위탁을 놓고 반대여론이 고조되자 적극적인 진화에 나섰다.
주장의 핵심은 현재 돌봄교사들을 강제로 ‘나우누리’와 고용계약을 시키려는 게 아니라 희망자들만 선택할 수 있게 했다는 것이다. 이 자리에서 충남교육청 김대원 장학관은 “불확실한 유언비어, 루머에 속지말고 공무원이 나를 믿어달라, 내가 책임진다”를 수차례 강조했다.

그는 “사실상 초등돌봄교실은 법적 강제 근거가 없는 수익자 부담사업이지만 도교육청이 의지를 갖고 거의 강제적으로 5년여를 끌고 왔다. 돌봄은 수요에 의해 생기기 때문에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될 경우 일선 교장들은 당연히 부담을 느끼고 반대하는데 이에 대응할 방법이 없다. 도교육청은 사회적기업 ‘나우누리’를 통해 돌봄수요가 끝나면 방과후학교로 전환시켜 계속 근무하게 함으로써 사실상 55세 정년을 보장하려는 것이다. 이는 학교일선 업무경감은 물론 돌봄교사들도 학교장과의 마찰을 최소화 시킬 수 있는 방법이다. 또한 절대 ‘나우누리’에 강제로 보내려는 것이 아니라 희망자들만 계약을 하라는 것이니 오해하거나 왜곡하지 말아달라”고 주장했다.

또한 “정년보장 외에도 전국 최고수준의 봉급, 현교배치 우선 등 최대한의 배려를 할 예정이다. 9월1일부터는 제시된 연봉외에 토요일 수당 2만5000원을 별도로 확실히 지급할 것이다. 사회적기업 ‘나우누리’는 국립 공주대에 있다. 국립대가 망하는 것 본 적 있으신가? ‘나우누리’는 돌봄교사들의 돈을 뜯어 운영되는 것이 아니다. ‘나우누리’ 대표는 이 사업을 위해 3억원을 선뜻 출연한 사람이다. 루머만 믿고 흔들리지 마라”고 강조했다.
오전 10시부터 시작된 ‘사업설명회’는 교육청 공무원들이 적극적인 해명과 장밋빛 고용조건들을 직접 강조하고 나서면서 마치 ‘나우누리’의 직원인 듯 보일 정도였다.

‘위탁계약 하지말고 교육청이 직접 고용하라’

기업체 위탁고용이 아닌 교육청의 직접고용을 주장하는 한 보육교사.

도 교육청 직원들의 일방적인 해명과 사업설명이 길어지면서 청중 곳곳에서는 볼멘소리들이 터져나왔다.
돌봄교사들은 이날 설명회에서 장시간 발언의 기회를 좀처럼 잡지 못했다. 급기야 한시간여가 지나서 한 보육교사가 적극적으로 마이크를 뺏고 나서야 간신히 반대의사를 토로하기 시작했다.

천안 동남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보육교사로 일한다는 A씨는 “그동안 보육교사들은 각종 악조건과 교장의 꼼수에 시달리면서도 아이들과 일 자체에 대한 애정만으로 모든 것을 감수하며 일해왔다. 하지만 갑자기 ‘사업설명회’라는 이름으로 ‘불출석시 발생할 불이익은 본인의 책임’이라며 사실상 출석을 강제하고 주민등록증, 도장까지 갖고 와 현장에서 근로계약서를 쓰라고 한다. 우위가 분명한 상호관계에서 이렇게 해놓고 강제가 아니라는 것이 말이 되나?”라고 성토했다.

다른 보육교사 B씨는 “도교육청이 보육교사들을 위해 이런 사업이 있으니 고민해보라고 작은 매뉴얼을 만들던지 충분한 설명을 해주었거나 고민할 시간만 충분히 주었어도 이 지경까지는 오지 않았을 것”이라며 “보육교사들을 무시하고 일방통행하는 교육청의 행정 자체가 문제”라고 꼬집었다.

보육교사 C씨는 “나우누리는 토요일 제외 연봉 1200만원에 일 4시간 근무를 보장한다고 한다. 나는 지금 2시간 근무 중이다. 사실상 지역별, 학교별로 사정이 다 달라 보육교사 모두가 4시간 고정 근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런데 교육청에서는 이를 다 통일되도록 지도감독하겠다고 호언하는데 과연 교장들이 가만히 있겠나? 도무지 신뢰할 수 없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고 주장했다.

서북구에서 보육교사로 일한다는 D씨는 “그동안 학교장들은 무기계약직 전환을 하지 않으려고 주15시간 근무를 피하려 일 2시간50분씩 근로계약을 체결하는가 하면 1년 계약을 하지 않으려고 3월에서7월까지 계약하는 등 꼼수를 써왔다. 4대 보험은 언감생심 생각하지도 못한 이들이 대부분이다. 그동안 이런 현실을 외면하던 도교육청이 장및빛 약속으로 우리를 사회적 기업에 보내려는 의도가 의심스럽다”고 토로했다.

보육교사 E씨는 “사회적기업의 사업설명회라는데 마치 기획부동산 업체의 사업설명회 같은 분위기였다. 도교육청이 하는 행태가 마치 MB정부의 4대강 사업보다 더 지독하게 일방적”이라고 비꼬았다.

충남초등돌봄교사협의회는 이날 설명회에 앞서 천안교육지원청 정문에서 위탁반대운동을 펼쳤다. 이들은 앞으로 근로계약서 작성 거부와 교육감 직접 고용 서명운동, 피켓시위 등의 활동을 통해 외부용역 계약을 막아내기로 했다.

반면 충남교육청은 ‘지난 12일 아산에서 열린 사업설명회에서는 설명회 참석대상자 39명중 18명이 서명을 했고 13일 천안에서는 76명중 21명이 서명을 했다’며 조만간 전원계약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다.

정황은 만들어 놓고, 강제는 아니라는 도교육청

이번 갈등은 상대방인 돌봄교사들에 비해 우월적 지위에 있는 도교육청이 사전에 충분한 소통의지를 보여주지 않았던 점이 가장 중요하고 일차적인 원인이라 할 수 있다.

공공기관 및 일반기업에서도 현재 비정규직을 정규직화 시키는 것은 사회적 추세로 2년이상 계속 근무자는 무기계약을 해야 한다. 교과부도 2011년 11월 ‘학교회계직원 고용안정 및 처우개선 방안 통보’라는 공문을 통해 학교회계직의 무기계약직화와 처우개선을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충남교육청은 돌봄교사들이 학교회계직에 포함되지 않는다며 무기계약직 전환에 대해서도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다가 이번에 전국 최초로 초등돌봄교실을 위탁한다는 방침을 밝히고 ‘강제’라고 생각될 만한 충분한 정황을 만들어 놓았다.

그리고 충분한 여론수렴이나 반대의사에 대한 대책없이 이미 사업시작 시점과 구체적인 추진방법을 다 정해 놓은 것도 강력한 반발을 불러온 원인이라 할 수 있다.

노무법인 ‘참터’의 김민호 공인노무사는 이번 일에 대해 “사용자라 할 수 있는 학교나 교육청이 직접 고용하지 않고 사회적기업을 통해 ‘간접고용’하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불법은 아니지만 편법이랄 수 있는 ‘간접고용’을 교육청이 나서서 하는 것은 규탄받아 마땅하다. 이는 정부기관이 사회적 기업을 악용하는 첫 사례가 될 수도 있다”며 경계했다.

김 노무사는 “특히 나우누리는 아직 인증서를 받지도 않은 상태로 고용노동부에서 정식 인증받지도 못한 상태다. 또 사회적 기업으로 충남사회적기업협의회에 알리지도 않은 상태로 그동안 성실히 사회적기업을 운영해 온 사람들이 ‘나우누리’의 사업방식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진희 기자>

사업설명회에서 근로계약서 나눠주고 작성을 권하는 (재)나우누리 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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