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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준화 찬반토론, 접점 찾지 못하고 평행선만

박완주 국회의원 주최 천안지역 고교입시전형에 대한 정책토론회

등록일 2012년07월17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지난11일 천안시청 대회의실, 200여 시민 모여 지켜봐

지난 11일(수) 천안시청 대회의실에서는 박완주국회의원 주최로 ‘천안지역 고교입시전형에 대한 정책토론회’가 열려 뜨거운 논쟁을 펼쳤다.

지난 11일(수) 오후2시부터 천안시청 대회의실에서는 박완주(천안을·민주통합당)국회의원 과 천안시의회 주최로 ‘천안지역 고교입시전형에 대한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200여 명의 시민들이 모여 천안과 충남교육계의 가장 뜨거운 이슈중 하나인 고교평준화의 찬반토론을 듣고 참여했다.

박완주 의원은 인사말을 통해 “이번 토론회는 무언가 합의된 결정을 하자는 것이 아니다. 다만 천안 교육의 미래와 우리 지역에서 공부하는 아이들에게 가장 적합한 제도는 무엇인가 라는 주제를 갖고 토론자와 시민들이 자신의 의견을 충분히 이야기하고 상대방의 의견을 경청하는 소통의 자리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번 토론회의 좌장은 나사렛대학교 사회복지학부 윤철수 교수가 맡았고 평준화 찬성쪽에서는 충남고교평준화조례제정운동본부 배영현 정책담당, 김영숙 시의원이 반대쪽에서는 윤현구 천안고교평준화반대 범시민연대 회장과 박중현 충남좋은학교만들기학부모모임 상임대표가 나섰다.
윤철수 교수는 학교간 격차 해소문제, 인재유출 문제, 소수 우수학생들을 제외한 대다수 학생들을 위한 대책 등을 주제로 꺼내며 토론을 유도했다.
3시간 가까이 진행된 이날 토론회에서 패널들은 때론 차분하게 때론 격앙된 분위기에서 서로의 당위성을 강력하게 주장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 김지철 도교육의원이 현황보고 발제를 하기로 했으나, 반대쪽에서 찬반 논의의 형평성을 맞춰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해 참석하지 못했고 그가 준비한 천안 고교평준화의 역사와 충남교육청의 일련의 과정에 대한 발제 내용은 토론회 자료로 대신됐다.

평준화, 찬반발제부터 극명한 입장차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충남고교평준화조례제정운동본부 배영현 정책담당은 28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자료를 토대로 평준화 도입을 주장했다.

현직교사이기도 한 배영현 정책담당은 “OECD국가의 평균무상교육기간은 12년이다. 우리는 현재 9년 무상의무교육이지만 고등학교까지 12년으로 무상의무교육을 확대해 국민 누구나 모두에게 필요한 보편적 교육내용, 기본적인 교양교육을 중심으로 의무교육을 받아야 한다”며 “이를 위해 가장 적합한 학교체제는 평준화 체제다. 국민 대부분이 졸업하는 의무교육단계의 학생선발은 경쟁선발보다는 초등학교에서 중학교로 진학하는 것처럼 무시험 추첨배당이 합당하다”고 밝혔다.

반대발제에 나선 박중현 대표는 ‘천안고교평준화 이미 때가 아니다’라는 제목으로 평준화 도입을 반대했다.
박 대표는 “우리나라는 1974년부터 평준화를 도입했으나 시간이 흐르고 학생, 학부모들의 다양한 욕구를 만족시키지 못하면서 각종 특목고, 자율고, 특성화고 등이 생기게 됐다. 전체 고등학교 중 일반고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이 조금 넘는 상황에서 평준화는 빈껍데기만 남았다. 10년이나 그 이전에 이런 논의가 있다면 모를까 지금에 와서 평준화를 도입하자는 주장은 너무 때늦은 감이 있다”고 주장했다.

사실상 의무교육인 고등교육, 입시경쟁은 부작용만

발제에 이어진 토론에서 평준화 도입찬성의 배영현 정책담당은 다양한 근거를 제시하며 논리를 심화시켰다.

배 정책담당은 평준화에 대해 “대입제도의 헤아릴 수 없이 잦은 변화에도 불구하고 고교평준화는 35년간 우리 교육정책의 근간이 돼온 기본적인 제도다. 명문고에 진학하기 위해 재수도 불사하는 사회교육적 문제를 해결하자는 배경에서 도입된 이 제도는 당시 과열된 중학교 교육과정을 정상화 시켰고 일류고등학교 학벌에 의한 사회적 갈등과 차별을 해소시켰다”며 “시험성적에 따라 순위를 매기고 줄을 세우는 것은 교육이 아니다. 교육은 학생들의 다양한 능력과 재능을 발견해 계발시켜 주는 것이어야 한다. 평준화는 이것이 가능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는 것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평준화를 통해 ▷비평준화 지역 하위권 학교, 학생들의 좌절감 해소 및 모든 학생들의 전면적 균등 발달 ▷과열 고입경쟁 해소로 중학교 교육과정 정상화 ▷수시확대, 입학사정관제 도입 등 변화하는 대입제도에 더 유리하다며, 그동안 전국에서 유일하게 비평준화를 고수해 온 충남이 10여 년간 전국 학력 최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사례 등을 들며 당위성을 강조했다.

평준화 도입 토론자로 나선 김영숙 시의원은 “오늘 이 자리에 아이들은 없고 어른들만 있다. 하지만 토론은 여기 없는 우리 아이들을 위해 진정 무엇이 더 나은 제도인가, 어떤 것이 더 교육적인 제도인가를 고민했으면 한다”는 말로 운을 뗐다. 

김 의원은 “2년 전까지 천안지역 고입은 한 중학교 체육관에서 공동입시 창구라는 이름으로 진행됐었다. 혹시 현장을 가 본 분이 있으신가. 공동입시창구를 가 봤다면 학생 학부모가 느꼈을 그 가혹함을 조금은 헤아리리라 생각한다. 고등학교들 모두가 서열화돼 성적에 따라 밀리고 밀리며 틈을 노리다, 원하지 않는 먼 지역 학교까지 진학해야 하는 상황을 감수해야 하는 비극이 바로 천안의 현실”이라며 “고교평준화야 말로 모든 학생들에게 평등한 교육의 기회를 부여하는 가장 중요한 교육정책”이라고 말했다

교육문제 해결 못 한 때늦은 제도

두 번째 발제자인 충남 좋은학교만들기 학부모모임 박중현 대표는 “천안의 고교평준화는 이미 논할 때가 아니고 시기적으로 늦었다”라는 주장을 폈다.

박 대표는 “말씀하신대로 도입된지 벌써 수십년이 지났지만 고교평준화는 우리나라 대학입시를 정점으로 한 입시경쟁 체제를 완화시켜 중등교육을 정상화 하는데는 실패한 제도다. 오히려 헌법에 보장된 교육의 기회능력에 따라 교육을 받을 수 없도록 능력차가 다른 학생들을 함께 가르침으로써 교육의 파행을 초래한 산업사회의 고입정책이며 검증이 끝난 제도”라고 주장했다.

박 대표는 “현재 천안은 단순 일반고가 대부분으로 교육수준은 타 도시에 밀리고 있고 인근 아산이나 공주 등으로 지역인재를 유출시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무책임한 고교평준화는 학력의 하향평준화 및 인재유출을 가속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같은 입장에서 토론자로 나선 윤현구 천안고교평준화반대 범시민연대 회장은 “잘 돌아가는 천안 교육계에 평준화 논란이 제기되며 평지풍파를 일으키고 있다”는 말로 토론을 시작했다.

윤 회장은 “평준화를 하게 된다면 자연스러운 교육의 획일화를 가져온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학생의 능력이나 선택이 아닌 추첨에 의한 것은 교육적인 행위가 아니다. 헌법에는 능력에 따라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권리가 보장돼 있다”고 주장했다. 윤 회장은 또 “평준화를 주장하는 쪽이 통학거리 및 비선호 학교 문제, 학구설정 등 선결조건을 어떻게 해결할 건지 대안을 마련해 놓고 도입을 주장했다면 이런 갈등이 없었을 것”이라며 “무턱대고 평준화를 도입하자며 끌고 가는 것은 더 많은 갈등을 야기하는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진정한 명문고 육성이냐 특목고 도입이냐

토론자들이 갖고 있는 교육관의 전제부터 다르다 보니 토론은 접점을 찾지 못하고 지속적인 평행선을 이어갔다.

평준화 찬성측은 ‘공교육은 보통교육’이라는 전제하에 중학생 99%이상이 진학하는 고등학교는 이미 의무교육으로 받아들여야 하며 사실상 의무교육인만큼 과열경쟁 입시분위기를 조성하고 학생들의 다양한 재능을 줄세우기 교육에 몰입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주장이다.
이에 반해 평준화 반대측은 ‘교육과정에서 경쟁을 통한 학생 개인의 발전과 지역인재 육성’을 주요 화두로 삼고 이들에게 추첨이 아닌 다양한 선택권을 통한 교육의 기회를 열어주어야 한다며 비평준화 고수를 주장하고 있다.
학교간 격차, 인재유출, 대다수 학생들을 위한 대책 마련 등의 의제에서도 이런 주장은 계속됐다. 특히 인재유출과 관련한 지역명문고 논란에서 이들의 차이는 더 분명했다.

배영현 정책실장은 “지역의 명문고라면 학생 선발부터 우수한 학생을 뽑아 결과를 내는 것이 아니라 학교의 교육력을 통해 우수한 성적을 내는 것이 명문고다. 현재 천안에서 명문고로 꼽히는 학교도 다른 학교와 똑같은 학생들을 분배받고 그동안 쌓아온 명성을 통해 치열하게 교육하고 더 좋은 성과 내 정정당당한 위상을 확보해야한다”는 주장을 폈다.

김영숙 시의원도 “중앙고의 경우 공립고다. 천안시내 어느 교사나 순환근무를 통해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다. 중앙고가 선호학교로 거론될 수 있는 이유는 교육의 질 때문이 아니라 우수한 아이들을 선발할 수 있는 특권 뿐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반해 박중현 대표는 “교육의 다양화를 통해 특목고는 물론, 특목중학교, 사립초등학교도 만들어 천안을 교육일번지로 바꿔나가야 한다는 게 제 확고한 신념”이라며 “이렇게 학교의 다양화를 통해 외부인재 유출을 막으며 명문고를 육성시켜 나가야 한다. 고교평준화를 시행하면 인재유출 가속화는 명제 그 자체”라고 강조했다.

윤현구 회장도 “천안의 발전을 위해서는 지역에 외고나 과학고 등의 특수목적고를 유치하고 학생들이 학업에 열중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더 필요하다. 교육환경 개선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비평준화의 단점으로 지적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진희 기자>

이진희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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