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발주 공사에서 부실시공을 주장한 마을 주민이 증거물을 제시하고 있다.
부실공사 지적하는 주민에게 폭력까지
시가 행하는 공사에 주민이 참여해 부실을 막고 공사관리의 원활한 수행을 목적으로 하는 ‘주민명예감독관제’가 심각한 허점이 드러나 보완이 요구되고 있다.
문제의 ‘오·우수 분류식 하수관거정비공사’는 마을단위의 오·우수를 분리해 악취발생을 방지하고, 주민의 공중보건위생을 위해 실시되고 있다는 것이 사업 취지다.
사업비는 총 68억원 가량 소요되며 오는 11월 완공될 예정이다.
지난 15일(토) 윤태호(44·입장면 연곡1리)씨에 따르면 “집앞에서 공사가 이뤄지고 있고, 부실우려가 있어 시정을 요구했다. 그러나 공사관계자들은 의견을 묵살한 것은 물론 심한 욕설과 함께 폭력까지 행사했다”고 말했다.
또한 마을이장 박봉섭(42)씨가 나서도 같은 반응을 보였다고 말해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박봉섭 이장은 공사현장의 주민명예감독관으로 위촉돼 있다는 사실이다.
조례대로라면 박 이장은 당연히 공사의 모든 것을 감독할 권한이 있지만 정작 본인은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이에 윤씨는 부실로 의심되는 부분에 대해 하자가 전혀 없다면 자재비는 물론, 인건비까지 개인부담으로 보상해 준다며 확인을 요구했다. 확인결과 주름관을 연결하는 이음새에 결함이 발생한 것이 사실로 드러났다.
문제가 확대되자, 시공을 맡은 C사와 천안시 수도사업소 측은 사태해결에 나섰다.
감리를 담당하고 있는 S사 관계자는 일부 부실시공이 있었음을 인정했다.
C사측은 현장 인부들과 불미스런 일이 발생된 점에 대해 유감을 표하고 “공사현장마다 감독을 할 수는 없는 일”이라며 “감리단이나 천안시를 통해 의사전달이 됐으면, 불미스런 일은 발생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수밀시험(공사후 합격여부를 검사하는 절차의 한 종류)을 통해 공사가 잘못된 부분은 시정되므로 부실시공문제는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다. 천안시 수도사업소도 부실시공이 발견되면 재시공토록 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17일(월) 천안시 하수과와 시공사측은 4곳에 대한 수밀시험을 가졌고 1곳에서 부실이 발견됐다.
천안시 하수과 이모씨는 “이날 주민설명회를 통해 현장인부의 전원교체와 주민 요구안을 수렴해 작업을 진행할 것이며, 문제가 발견되면 즉시 시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윤태호씨는 “우리 마을은 지하수를 식수로 이용하고 있다”며 “천안시든, 시공사든, 처음부터 당연히 세심한 배려를 해야 했다. 마을 주민이 지켜보며 잘못을 지적한 현장에서도 부실을 일삼는데 그렇지 않은 현장에 대해서는 어떻겠는가”라며 강한 불신을 제기했다.
제도만 만점
지난 97년 제정된 천안시 조례에 따르면 설계금액 1억원 이상 공사에 대해 공사와 관계있는 지역주민 3명 이상 5인이하를 명예감독관으로 위촉하도록 규정짓고 있다.
또한 전문지식이 풍부한자 1인을 포함해야 하며, 준공검사, 기초공사, 사용검사, 하자검사를 할 때 검사실시 10일 이전에 통보해 검사에 입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이 명기돼 있다.
지난해 7월 천안시 행정사무감사에서 최민기 의원은 있으나마나한 명예감독관제를 질타하고, 시정을 촉구하기도 했었다.
당시 본보 확인결과 상당수 공사현장 주민들은 주민명예감독관 위촉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관련기사 본보 2001년 7월7일자 보도)
그로부터 1년이 지난 현재도 상황은 마찬가지. 천안시 하수과는 입장면 연곡1리 박봉섭 이장에게 명예감독관 위촉장까지 보내 줬다며 해명했지만 정작 박 이장 본인은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이에 대해 천안시의회 이충재(입장면) 의원은 “지난해 행정사무감사를 통해 주민명예감독관제의 성실한 이행을 요구했으나, 운영되지 않고 있다면 시행정의 심각한 문제”라며“수도사업소측에 연곡리에서 불거진 문제와 명예감독관제 이행여부를 확인한 후 시정될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