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리오광장 1만여 응원단 환호, 직장마다 거리마다 월드컵 열풍
“한국팀이 이겼습니다. 한국축구 반세기만의 쾌거입니다.”
전국민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 넣었던 월드컵 1승을 올리던 그날 밤, 천안의 열기도 경기가 열렸던 부산경기장 못지 않게 뜨거웠다.
폴란드를 완파한 주심의 경기종료 휘슬이 울리자 천안시민들도 한반도 전역의 축제분위기에 동참했다.
갤러리아 백화점 앞에 모여든 1만여 시민들은 환호성과 함께 뜨거운 몸짓으로 감격을 표출했고, 거리의 차량들은 일제히 경적을 울리며 첫승의 쾌거를 경축했다.
거리로 쏟아진 인파들은 감격의 여운을 오랫동안 간직하기 위해 귀가할 생각조차 잊고 말았다.
갤러리아 사상최대 인파
대형스크린이 설치된 갤러리아백화점 앞 광장에는 경기시작 전부터 몰려든 인파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시민들은 광장이 생긴 이래 최고의 인파일 것이라고 말했다.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한데 어우러진 시민들은 경기시간 내내 같은 생각과 같은 표정, 같은 몸짓을 보였다.
TV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나
천안역 광장에서도 시민들은 지방선거에 출마한 한 후보자의 유세차량에 설치된 TV수상기 앞으로 모여들었다.
거리마다 TV가 설치된 곳엔 어김없이 사람들이 모여 들었다.
거리 곳곳 한산
천안시내 거리 곳곳이 한산했다. 항상 차량정체로 혼잡하던 천안역앞 거리에도 운행중인 차량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명동거리나 음식점이 몰려있는 상가골목 곳곳에서도 일찍부터 문을 닫거나 임시휴업이 많았다.
일부 대형스크린을 준비한 음식점과 술집엔 경기를 즐기려는 시민들로 북새통. 이에 따른 희비도 엇갈렸다. 배달을 전문으로 하는 일부 음식점 전화는 불통사태까지 맞아 즐거운 비명. 반면 월드컵 특수를 미처 준비하지 못한 음식점들은 일찌감치 문을 닫기도.
승리여운 새벽까지 계속
한국 대표팀의 16강 진출 희망이 보이자 설레임에 잠을 이루지 못한 주택가와 아파트 등에서 시민들은 새벽까지 불을 밝혔다.
각 방송사에서 경기 명장면과 재방송을 송출하자 놓쳤던 장면을 다시 보기위해 늦도록 TV앞을 지키기도.
성숙된 시민의식 아쉬움
한국대표팀의 16강 진출을 바라는 시민들의 뜨거운 염원은 아름답다. 그러나 군중심리에 가려진 시민의식의 실종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한국-폴란드전이 열리던 지난 4일(화) 아라리오 광장은 발디딜 틈조차 없을 정도로 시민들이 모여들었다. 한국팀을 응원하는 것은 애국심의 발로일 것이다. 그러나 시민들이 머물던 자리에 버려진 쓰레기는 또다른 과제를 남겼다.
당시 붉은악마를 비롯한 일부 스포츠 동호인들이 머물던 자리를 정리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러나 많은 시민들의 양심이 버려졌다는 안타까움은 떨칠 수 없다.
한편 아라리오산업측은 광장에 전시된 조형물의 훼손과 안전사고의 우려를 들며, 대형TV 철거를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월드컵 우승보다 성숙된 시민의식의 우승이 더 자랑스럽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