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시민홀에서 450여 명의 할아버지·할머니가 함께 울고 웃는 ‘은빛청춘들의 예술이야기’가 펼쳐졌다.
아산시노인복지관 연극·음악·영화제작반원들이 1년여 동안 준비한 연극과 합창, 단편영화의 발표회를 열었던 것.
“연극을 하면서 더 젊어진 기분이 들고 몸도 건강해졌다.”
이번 발표회 중 ‘울고넘는 박달재’를 공연한 노흥렬 연극반 반장의 말이다.
노 반장은 4년 전 점심을 먹다가 식당에 걸린 ‘노인 연극반 모집’ 공고를 보고 심장이 뛰었다고 한다. 젊어서부터 하고 싶었던 연극을 늦게나마 ‘할 수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그의 마음을 들뜨게 했다고.
“자영업에서 은퇴한 후 사회에 봉사하고자 독거노인 도시락배달과 수지침 봉사 활동을 했었지만 무엇인가 부족한 느낌이었다. 그러던 중에 만난 연극은 나 자신과 관객에게 봉사 할 수 있는 기회를 줬다.”
그는 공연이 끝나고 많은 사람들에게 격려와 응원을 받았지만 가장 흥분되고 보람을 느꼈던 순간은 따로 있었다고 전했다. 바로 연기자와 관객이 하나가 됐을 때이다.
“‘가랑잎이 휘날리는 산마루턱을 넘어오던 그 날 밤이 그리웁구나.’ 아들 석규역을 맡은 정미기 할머니가 연극에 심취한 나머지, 목이 메여 노래를 부르지 못하고 있을 때, 객석 어딘가에서 시작된 노래는 연기자와 모든 관객을 한마음으로 뭉치게 만들어줬다. 그 순간만큼은 연기자와 관객모두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전문연기자가 아니기 때문에 공연에서 몇 가지 실수도 있었는데 금봉역을 맡은 이옥선 할머니가 ‘아편을 끊지 않으면 이런 꼴은 영원히 반복될 것이에요. 이돈 가지고 가세요’라며 지갑을 꺼내야 했지만 소품인 지갑을 놓고 와서 헛손질로 마무리 했던 일. 군밤을 사고 돈을 지불하는 장면에서 호흡이 맞지 않은 연기자들이 임기응변으로 대처했던 일들은 연기자들에게 또 다른 재미로 다가온다고.
“연극을 통해 아산지역의 많은 노인들에게 행복을 선사하는 봉사를 하고 싶다. 처음 연극을 시작했을 때 ‘잘할 수 있을까?’하는 걱정도 있었지만 못한다는 생각을 버리고 나니까 연극이 즐거워졌다. 자기 자신과 다른 사람에게 봉사할 수 있는 연극반에 많은 노인들이 동참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