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2010 문현자(49·다발성혈액암·원성동)
“12월에 서울대병원에 입원해 자가이식수술을 받을 예정이에요. 예정대로라면 내년 1월 중반에 퇴원할 예정입니다.
자가이식은 좀 낫다지만 재발률도 높다니 걱정이 많이 돼요. 군대간 아들, 막내녀석 둘 다 걱정이에요.
어미로써 미안한 마음 뿐입니다.(눈물)”
다발성 혈액암을 진단받은 두 아이의 엄마 문경자 씨,
두 아들의 어머니인 문현자씨.
94년 사업에 실패한 남편을 대신해 사실상 이 가족의 가장노릇을 해온지 10여 년이 훨씬 넘었다. 남편은 신용불량 상태로 취업이 힘들기도 하지만 혈압과 당뇨를 지병으로 갖고 있어 경제적인 도움을 전혀 주지 못한다.
문씨는 5년여 전부터 김밥집에서 주방일을 해 왔다. 보통 오전10시부터 저녁6시까지 일하지만 바쁘면 밤 10시를 넘겨 일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아이들이 한참 커가고 돈이 드는 시기였기에 엄마는 종일 서서 일하면서도 자신의 몸을 돌볼 틈이 없었다.
그러던 중 지난 5월15일 아침, 갑작스레 찾아온 다리마비.
아침에 출근을 준비하던 문씨는 통증의학과를 바로 찾아가야 했다. 간단한 검사를 마친 병원에서는 바로 큰 병원행을 권유했고 단대병원으로 가서는 곧바로 8시간에 걸친 응급수술을 받았다.
놀랍게도 암 덩어리가 신경을 눌러서 다리 통증을 불렀고 몸을 움직이기 힘들게 한 상황이었다. 골수암의 경우 병원에 갔을 때는 중기이상 진행된 경우가 다반사다.
단대에는 골수이식 센터가 없어 그녀는 다시 서울로 가야했고 그전까지 단대에서 4번의 항암치료를 받았다.
10월 서울대병원으로 올라 간 그녀가 받은 최종 진단은 ‘다발성 혈액암.’
암세포가 혈액을 타고 다니다가 머무는 곳에서 확장되면서 암을 발전시킨다는 병이다. 병원에서는 골수이식을 권유하고 있지만 비용마련이 막막한 상황이다. 그나마 본인의 골수를 자가 이식할 수 있다는 것이 불행중 유일한 다행이다.
수입 없는 가정, 전기·수도·가스 다 끊길 예정
처음 단대에서 받은 응급수술이 그나마 빨리 되어 현재 뛰지는 못해도 걸을 수는 있는 상태다. 자녀를 비롯해 가족들은 갑자기 닥친 위기상황에 어쩔 줄을 모르는 상태다.
입대한 아들은 지금껏 두 번의 휴가를 나왔는데 첫 번째 휴가에서는 단대병원을, 두 번째 특박에서는 서울대 병원을 찾아와야 했다.
올해 수능을 본 둘째는 엄마를 밤샘 간호하느라 입시에 온전히 신경을 쓰지도 못해 엄마를 더 안타깝게 했다.
집안의 유일한 소득원인 엄마의 와병으로 집은 주택으로서의 기본 기능을 상실하기 일보직전이다. 지금껏 미미하게 집안에 남아있던 돈은 치료비도 모자랐고, 수도와 가스, 전기는 다 끊긴다는 연락이 왔다. 가족들은 이 긴 겨울을 어찌날지 벌써부터 걱정이다.
“막내가 24시간 저한테 붙어있다 보니 너무 미안했어요. 워낙 성실한 아들인데…, 아이들을 뒷바라지 해주기는 커녕 짐만 지워주는 것 같아 그게 제일 힘들어요(눈물)”
하루에 세 번씩 진통제를 먹어가며 투병하는 엄마.
극한 상황에서도 형제를 생각하는 엄마의 진한 모정은 모진 현실을 더욱 더 안타깝게 느껴지게 한다.
<이진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