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성적조정이 논란이 됐던 W고등학교.
천안시 불당동 W고등학교에서 있었던 성적조정 논란은 결국 원래대로 ‘오답’으로 처리돼 ‘없었던 일’로 매듭지어졌다.
이 학교에 성적조정 논란이 처음 불거진 것은 지난달 27일이다.
충남교육청 담당자들은 28일, 일부 언론을 통해 알려진 내용의 사실 확인을 위해 이 학교를 찾았고 학교장은 결국 본인의 지시했던 ‘밀려 쓴 답들의 정답처리’를 번복하기로 결정했다.
학교 교장은 “이번 결정이 법리적인 문제에 있어 잘못됐다는 주위 분들의 의견에 따라 오답으로 처리하기로 했다. 교육은 소신만으로 할 수 없다는 걸 느꼈고 학생도 본인의 실수는 자신이 책임져야 한다는 것으로 마무리 했다”고 밝혔다.
‘알고 있었지만 밀려 쓴 답’ VS ‘원칙은 원칙’
성적조정 논란의 발단은 바로 지난 10월 초 치러진 중간고사다.
평소 1~2등을 다툴 정도로 성적이 우수했던 2학년의 한 학생은 이날 시험중 한 과목에서 주관식 문제 7문제 가량의 답을 하나씩 밀려 썼다. 당초 해당 과목 교사는 이들을 모두 오답 처리했으나 학교측은 정답을 인정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11명의 위원으로 구성된 성적관리위원회에서도 ‘오답은 오답’이라는 의견이 과반수를 넘었고 ‘성적조정’을 부결 처리했으나 고심을 거듭한 교장은(성적관리위원회 위원장) 끝내 정답을 인정하라고 지시했다.
당시 교장은 “학생이 문제의 답을 알고 있었다는 것은 성적관리위원 대부분도 인정했다”며 “학생의 장래를 생각할 때 정답으로 인정해줘야 한다는 교육적 소신으로 정답을 인정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결국 이 학생의 성적은 올라갔으며 당연히 나머지 학생들의 석차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런 내용을 알게 된 다른 학부모들의 이의제기는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교장의 어긋난 ‘소신’은 바꿀 수 없는 ‘원칙’ 앞에서 바로 좌절되고 말았다.
논란이 핵심이었던 밀려 쓴 답들에 대한 정답처리 지시는 결국, ‘이의신청 심사기간 내에 발생했던 일로 확정된 것이 아니었던 만큼 없었던 일’이 됐다.
하지만 학교의 공식적인 대외 해명이 없자 소문은 일파만파로 퍼졌고 ‘성적조작’으로 까지 확대됐다.
일부 학부모는 “내신에 큰 영향을 미치는 중간고사를 치르면서 특정 학생의 성적을 조작한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학부모가 학교에 큰 영향을 미치는 분은 아닐지 의심스럽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또 학부모단체는 뒤늦게 성명을 발표해 교장의 이번 조치를 성토하기도 했다.
문제는 우여곡절 끝에 해결됐지만 가뜩이나 수능과 고입전형을 목전에 둔 학교의 분위기는 이로써 더 가라앉아 있는 상황.
냉정함을 잃고 잠시 원칙을 잊은 교장의 잘못된 배려는 적잖은 아쉬움과 씁쓸함을 남기게 하고 말았다.
<이진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