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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제 보호자는 바로 우리 누나입니다”

장기투병 중인 동생, 엄마손으로 보다듬는 누나

등록일 2010년11월02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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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남매 중에 저랑 가장 비슷한 성격의 동생이에요. 독립적이고 남에게 아쉬운 소리 하지 않고 스스로 고집스럽게 이겨내려고 하고.(눈물)”
“앞으로도 쉽지는 않아요. 혹시나 모를 이식받은 장기의 거부반응도 지켜봐야 하고 1년 이상은 맹물도 못 마시고 멸균된 음식만 먹을 수 있답니다. 나중에 둘이서 오붓이 식당에 가서 맘 편히 양껏 먹어보는 게 지금으로선 가장 큰 바람이에요.”

동생을 대신해 인터뷰 하게 된 누나 김영숙 씨(47·가명). 중간중간 감정에 북받쳐 몇 번이나 눈물을 찍어내던 그녀는 애써 눌러두었던 동생에 대한 걱정과 안쓰러움이 다시 솟구치는 듯했다.

동생 김종권(42)씨가 본격적으로 몸이 아프고 누나의 도움까지 필요하게 된 것은 약 5년 정도 전이다. 물론 이전부터 몸이 아주 건강했던 것은 아니었다. 군 복무 시절에도 결핵과 급성당뇨로 입원한 경력이 있다. 그래도 서울에서 혼자 살면서 직장생활을 하기도 하고 나름대로의 삶을 개척해 나가는 듯 했던 동생. 
시집간 이후에는 명절이나 되어야 가끔 만나며 ‘별탈없이 잘 살겠지’ 하던 동생에게 심상치 않은 전화가 온 것은 2004년 경이었다. 

“나, 누나네 집에 갈께. 앞으로 누나네 집에서 좀 살아야 할 것 같아.”

남매를 키우는 누나의 집에 갑자기 들어와 살아야만 하는 무슨 사정이 있겠거니 했지만 역시 불편한 동거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남편이 자유직에 가깝다보니 낮에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았고, 몸이 불편해지기 시작한 동생과 수시로 얼굴을 맞대야 했던 상황이었다.
결국 길지 않았던 동거를 끝내고 혼자 살던 동생의 큰 병을 확인한 것은 2006년. 

대학병원을 다녀온 동생은 신장이 좋지 않아 혈액투석을 받아야 한다는 진단을 받았다고 전했다. 큰 수술이후 일주일에 2번, 3번 혈액투석을 받아야 하는 동생. 그때부터 신장을 기증받는 과정까지 돌아가신 부모님을 대신하는 장녀 영숙씨의 본격적인 희생이 시작됐다. 

건설회사에서 경리로 일해오던 그녀는 그 시기를 전후해 여러 가지 이유로 남편과 헤어져야 했다. 이후, 공장에서 2교대로 일하기도 하고 요구르트 배달도 하다가 얼마 전 부터는 고속도로 톨게이트에서 수금원으로 일하고 있다. 시간은 남매를 점점 외롭게 만들어 가고 있었다.

여리기만 한 남매의 희망

투병중이던 종권씨가 뇌사자로부터 신장을 이식받게 된 것은 지난 9월1일이다.
톨게이트에서 야간 근무중이던 그녀는 이식이 가능하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서울로 올라갔다. 보호자의 서명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종권씨의 보호자는 언젠가부터 바로 누나 영숙씨다.

병원구석에서 24시간이 넘게 대기하던 남매는 10시간 가까운 긴 수술 끝에 중환자실로 옮겨 올 수 있었다. 당시 입원했던 서울대병원은 장마로 인한 폭우 때문에 설립이후 최초로 정전사고까지 발생했고, 아비규환 상태로 더 애를 태워야 했다. 수술 후 약간의 거부반응을 보이던 종권씨는 1주일간 중환자실에서 머물다 일반병실로 옮겨왔다. 말 못할 통증과 불안감이 엄습했지만 남매는 조금씩,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한발한발 앞으로 나아가려고 노력중이다.

앞으로 3개월 동안은 주1회씩 통원을 해 가며 상태를 확인해야 하고 이후로는 빈도가 조금 줄어들겠지만 1년이 지나고서도 두세달에 한 번은 병원을 찾아야 한다.
여기까지 오는 과정, 참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향후 이겨내야 하는 일 역시 적지 않다. 하지만 더 나은 모습을 기대하는 남매의 희망은 아직도 여려 보이기만 하다.

치료비에 대출이자, 계속될 통원치료도 걱정

지금까지 수술 및 이식·치료에 들어간 비용은 약 2800만원 정도.
여기저기서 도움도 받고, 동생도 모아놓은 돈을 다 토해냈지만 누나 영숙씨도 1000만원 가까운 대출을 받아 보태야만 했다. 앞으로도 잦은 통원과 치료를 생각하면 걱정은 쉬이 사라지질 않는다.
원래 말이 많은 편은 아니었지만 동생 종권씨는 누나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함에 더 말이 줄어들었다. 

“누나, 고마워. 수고했어.” 

어렵게 나직이 내뱉은 동생의 짧은 말에 영숙씨의 가슴은 더 메어 온다.
<이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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