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시 전경
사람잘쓰는 지도자-철밥통을 깨뜨리세요
지난 몇 년간 중국은 전 국토가 공사판이었다.
중국 전역은 빌딩과 공장을 짓느라 야단이었고 지금도 진행중이다. 99년 일년간 상하이에 지어진 빌딩만도 무려 20만개가 넘는다. 이렇게 빌딩과 공장을 무더기로 지은 중국은 이제 그곳에서 하루가 멀다하고 온갖 물건을 쏟아내기 시작하고 있다.
“황포강만 빼놓고 다 변했다.”
작년에 북한 김정일이 상하이를 방문하고 나서 던진 말이다. 상하이는 등록인구 1천6백만, 실제거주인구 2천4백만명으로 도시가 아니라 하나의 국가규모다. 상하이시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황포강 양옆에 수천개의 빌딩이 숲을 이루고 있다.
현재 상하이는 세계 5백대 기업 중 4백여개 기업이 진출해 먹고 먹히는 치열한 승부를 펼치고 있다.
북경의 실리콘밸리라고 하는 중관춘에는 6천6백90개의 컴퓨터 관련업체가 있는데 지난해 새로 생긴 회사만도 1천3백30개였다. 하루에 3.8개의 회사가 창업한 셈이다.
요즘 상하이, 베이징에는 자고 일어나면 거대한 빌딩이 속속 스카이라인을 바꾸고 있다.
‘철밥통, 철의자, 철봉급’ 중국의 발전을 집요하게 가로막았던 싼티에(三鐵)을 말한다. 철의자에 앉아 ‘에헴’하던 늙은 공산당 간부는 이미 경로당에 갔다. 권위주의와 관료주의적 사고에 사로잡혀 중국 발전에 걸림돌이 되는 인물로 낙인찍히면 지위고하를 떠나 바로 용도폐기된다. 중국인의 느긋함을 상징하는 ‘만만디’라는 말도 사라지고 있다.
현재 중국을 움직이는 대기업 경영진은 대부분 30대다. 중국 최대의 컴퓨터제조회사 렌샹그룹 임원의 평균연령은 35세이고 회장의 나이도 30대다. 이밖에도 30대 경영진이 수두룩하다. 이들은 상속된 직위도, 낙하산 인사도 아니다. 폐쇄된 사회주의 그늘 속에서 그들의 노력으로 쟁취한 자리다.
이러한 변화로 인해 IBM이나 소니, 삼성, GE 등 세계적인 기업들과 싸워 승리하고 있다. 2002년 현재 중국 최대 가전업체 하이얼 그룹은 사원들이 아이디어를 내면 곧바로 그 가격을 매기고, 봉급에 반영한다. 임원진 선발도 임명이 아니다. 부하, 동료, 상사가 서로를 평가해서 추천한다. 거기서 가장 유능하다고 평가받는 사람이 임원이 된다. <중국을 움직이는 10인의 CEO 中>
천안시는 어떤가. 혹시 아직도 싼티에를 고수하지는 않는가. 천안을 가장 잘사는 도시로 가꿔나갈 지도자는 무엇을 해야 할까.
시키는 일이나 잘하라굽쇼
“담당자가 자리에 없는데요. 저는 아무런 권한이 없습니다. 글쎄요, 윗분에게 물어봐야 됩니다. 안된다니까요. 아 글쎄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듣겠습니까.”
민원인이 행정당국에 어려움을 겪었다면 가장 흔히 들었을 말이다. 심지어 화를 내거나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어 버리는 경우도 있다.
싼티에의 힘인지 모르지만 일반 기업체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말들이 쏟아져 나온다.
물론 대부분 공직자는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최선을 다해 일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많은 외부 사람들이 공직을 ‘철밥통, 철의자, 철봉급’으로 표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천안시 관내 대학 도서관에서 학생들이 책속에 묻혀 심기일전하고 있다. ‘7급·9급 핵심×××’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들이 눈에 들어왔다.
행정학을 전공한 학생뿐만이 아니다. 법대, 상경대, 이공대, 인문대, 예술대까지 전공이 다른 많은 학생들도 공직사회로 진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분명한 자기소신을 가지고 공무원이 되려는 학생들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많은 것 같다.
모든 행정인력은 시험을 거쳐 막대한 경쟁력을 뚫고 업무를 시작한다. 경쟁을 뚫고 합격한 자체만으로도 객관적으로 우수 인력임이 검증된 셈이다. 이러한 우수 인력들이 흔히 말하는 관료조직의 타성과 폐쇄성으로 인해 썩지는 않는가.
“시키는 일이나 잘해. 뒷통수 치지마. 못들은 척 해. 입조심해.”
관료조직에 첫발을 내딛으면, 조심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다. 조심하다보면 어느덧 시간이 흐르고 적당한 산티에가 보장되지 않는가.
물론 처음부터 많은 것을 기대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우수한 인적자원을 잘 활용하고 지역을 위해 사기업 이상으로 효율성 있게 일하도록 만드는 것도 행정책임자의 자질일 것이다.
천안시 새로운 지도자의 천안지역경제 활성화 전략은 사람 잘쓰는 일부터 시작하는 것은 어떨까.
천안을 처음부터 다시 보세요
천안시는 인구 45만을 바라보는 중소도시로 최근 5년간 10만명 이상의 인구가 유입됐다.
지리적으로 도·농 복합 도시로 넓은 행정구역과 수도권은 인접하고, 교통이 편리한 지리적 위치를 가지고 있다. 때문에 그로인한 기대효과와 반대로 그에못지 않은 문제점이 공존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푸른천안21추진협의회에서 천안의 대표적인 도시 이미지를 묻는 설문조사결과를 발표했다.
당시 천안에 대한 현재 평가와 천안에 대한 미래의 변화, 발전정도에 대한 시민들의 기대나 희망점수를 알아본 내용이다.
천안의 대표적인 도시이미지에 대한 질문에서 총6백6명의 시민 중 2백94명이 교통도시라고 답변해 48.5%를 나타냈다. 다음은 교육도시 1백19명(19.6%), 문화관광도시 61명(10.1%), 전원도시 51명(8.4%), 공업도시 50명(8.3%) 순으로 나타났다.
천안은 지리적 여건에 편승해 수도권의 인구가 천안시로 유입되면서 양적 성장을 하지만 사회기반시설이나 문화시설이 이에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대학이 많이 위치하고 있어 교육도시로서의 성격을 갖고 있기도 하나, 단지 대학건물만이 위치한 것이지 대학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자원이 지역사회에 상승효과를 기대하는 만큼 나타내주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대학생, 교수, 교직원 등 대학을 구성하는 인자들이 대부분 타지역 특히 수도권에 연고를 두고 있다. 이런 천안시의 현황을 파악하고, 천안시민의 의식과 삶의 질, 그리고 다양한 영역에 대한 시민의 요구를 관찰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앞으로 지역사회, 국가, 세계가 함께 가야할 청사진을 만들 준비를 하고, 이를 통해 더불어 살아가는 지역사회의 모델을 만들어 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역의 인재 지역에서
지역발전을 위해서는 유능한 인력을 정착시키고, 외부의 우수 인력을 유치하는 것이 중요하다.
젊고 유능한 인재가 일할 수 있는 취업공간과 쾌적하게 살 수 있는 생활공간을 동시에 정비해 유능한 인재의 정착을 유도해야 한다.
천안의 생활공간을 개발함에 있어 단순한 서울모방이 아닌 천안만의 역사와 전통 개성을 살리는 것도 중요하다.
현재 천안은 그 어느 곳에서도 찾아 볼 수 없는 대학의 인적자원이 풍부하다. 그러나 그들은 대학문을 나오며 천안을 떠나고 있다.
매년 3개대학에서 3천3백여명의 전문인력이, 8개 일반대학에서 5천7백여명의 학사, 17개 대학원에서 70여명의 석·박사가 배출되고 있다.
이들 인적 자원을 어떻게 지역에 활용할 것인가.
지방화시대 천안만의 전략은
“최근까지 산업정책은 중앙정부의 몫으로 간주돼, 지방자치단체가 그 지방특색에 맞는 정책을 세워 시행하는데는 한계가 있었다.”
“중앙정부차원의 산업정책은 각 지역의 특성과 비전을 바탕으로 지역중소기업의 자생기반 강화보다는 몇몇 주력산업의 육성에 초점이 맞춰지기 십상이다.”
그 결과 지난 97년 대한상공회의소 김상하 회장이 강조했던 내용이다. 기반시설이 뒤떨어지는 지방에서의 기업활동은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지방화시대에는 중앙의존형 지역개발이 아니라 독자적인 지역발전의 원동력이 있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지역경제 활성화가 관건이라는 것이다.
더욱이 최근 나타나고 있는 경제의 글로벌화추세 및 소프트 가치의 증대, 정보화기술의 혁신 등은 전반적으로 산업정책에 변화요인을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사회경제적인 여건변화에 탄력적으로 적응하기 위해서는 지역산업발전의 차원에서 천안의 특성에 맞는 산업의 육성을 위해 자원배분을 유도해 나가는 것이야말로 산업구조조정 과정이고, 이것 자체가 자원의 낭비를 줄이는 길이며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천안시는 편리한 교통과 수도권과 인접한 지리적 요건을 강조하며 지역경제 진흥을 위해 단지조성을 비롯한 기업유치전략에 힘써왔다. 그러나 지역중소기업의 건전한 발전을 통한 지역소득의 증대와 고용증대 같은 소기의 목표를 달성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지난 12월 푸른천안21추진협의회 조사결과 천안시에 좋은 직장이 많으냐는 질문에 직장이 별로 많지 않다고 답변한 사람이 1백82명(30.7%), 거의없다 69명(11.6%), 좋은 직장이 약간있다 59명(9.9%), 매우많다 13명(2.2%) 순으로 나타났다.
고교, 대학이 많아 취업인구는 많이 배출되는데 반해 지역내 직장 선호도는 매우 낮다. 이를 해결하지 않고는 지역발전을 위해 일할 우수인력 확보는 요원하기만 할 것이다. 이에 따른 산학연대에 자치단체의 역할이 더욱 요구되고 있다.
지방자치제의 정착과 지역경제활성화를 위해서는 지역산업의 구조조정과 지역경제의 기반을 이루는 지역중소기업을 어떻게 육성하는가가 중요한 과제다. 지방자치단체가 지역산업의 활성화를 위한 산업구조 개편전략을 수립, 시행함에 있어 외부로부터 기업을 유치할 것인지 지역 내부의 자생기업을 육성하는 전략을 해야 할 것인지 치밀한 검토가 요구된다.
재래시장 영속발전 꾀해야
백화점, 쇼핑센터, 대형점 등 국내 유명 유통전문업체들은 속속 천안지역을 거점으로 상권을 장악해 나가고 있다.
그만큼 지역 재래시장의 역할은 위축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농축산물, 청과, 제수용품, 일상 생활필수품 등은 재래시장에서도 많이 거래되고 있다.
재래시장은 물가안정뿐만 아니라 서민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삶의 터전으로 영속 발전시켜 나갈 필요성이 있다.
생산자와 소비자를 잇는 가교역할로서, 지역의 유통을 강화하고, 지역의 도시계획적, 생활공간적, 조경적 차원에서 뿐만 아니라 주민자치의 공간을 창출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현재 천안시 재래시장활성화 추진단이 구성돼 있다. 천안시는 단기, 중?장기계획으로 지속적인 재래시장 활성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지속적인 관심과 투자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재래시장만이 보여줄 수 있는 특화된 무엇이 있어야 한다.
현재 천안지역에 입점해 있는 대형할인매장들은 스폰지로 물흡수하듯 지역자본을 빨아들이고 있다. 그렇지만 그 자본이 지역에 환원되고 있는가.
또한 지역경제의 한 축을 형성하는 농촌경제에는 얼마나 이바지 하고 있을까. 지역에서 생산된 농축산물을 대형할인매장에서 찾아보기란 결코 쉽지 않다.
이에 대해 일부에선 재래시장 활성화추진과 함께 천안에 입점한 대형할인매장의 협조를 통한 지역생산품 쿼터제를 주장하기도 한다.
향토상품을 개발하세요
“지방자치단체가 경쟁사회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경쟁력있는 상품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이를 위해서는 자원이 있어야 한다.”
영남대학교 행정학과 우동기 교수의 말이다.
우 교수는 향토상품 개발과 관련 일본 오이타(大分)현을 예로 들었다. 이곳은 고장의 상징인 ‘일촌일품운동’을 전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촌일품운동은 각 마을마다 하나씩 특산품을 개발해 지역을 부흥시키고자 하는 운동으로 ‘오이타현=일촌일품운동’으로 알려질 정도로 트레이드마크가 되고 있다.
이와 유사한 운동이 중국 상하이, 미국 루이지애나주에서도 전개되고 있어 지역부흥을 꾀하고 있다.
“앞으로 지역에서 관심을 가져야 할 영역은 바로 무형의 자원이다. 왜냐하면 유형의 자산은 근본적인 한계가 있는데 반해 무형자원은 제약이 없기 때문이다.”
이는 향토문화의 개발과도 직결된다. 향토문화가 경쟁력있는 상품개발의 모태가 되고 있다는 이탈리아의 산업정책이 세계적으로 통용되고 있다. 지역문화가 스며있는 상품개발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문화관광도시를 꿈꿔요
천안시 발전목표로 가장 원하는 미래도시상을 묻는 질문에 문화관광도시(44.3%)를 가장 선호했다. 다음은 전원도시와 교통도시가 각각 20.9%로 나타나 대부분의 시민들이 앞으로 천안의 도시 발전상으로 문화와 관광의 메카로써 교통이 편리한 전원도시로 발전하기를 기대하고 있었다.
“컨벤션산업이 지역경제를 살린다. 이는 전후방 지원 및 연관효과가 매우 크기 때문에 대규모 회의, 관광, 쇼핑, 위락, 레포츠, 문화행사 등을 통해 해당 지역의 이미지 제고는 물론 고수익을 보장하는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으로 분류될 수 있다”
부산경제연구소 김형구 소장이 지난 99년 대한상의 경제연구총서에서 언급한 내용이다.
소득수준의 향상, 첨단통신기술 및 교통의 발달과 함께 지역간 협력이 중시되는 고도 정보화사회에서 직접 대면접촉을 통한 고급정보 교류 및 친목 도모가 새로운 생활문화로 정착되는 현 추세를 반영한 이론이다.
이는 천안시가 적극 도입할 필요성이 있다. 천안지역은 제1?2?3산업단지를 비롯한 대흥, 마정, 외국인 전용공단 등에 이미 1천3백여개 업체가 조업중이다. 또한 아산, 예산, 당진, 홍성 등 인근 충남서북부지역까지 합치면 3천개 업체에 이른다.
충남지역 총 4천7백여 업체의 63%에 해당하는 업체가 천안을 중심으로 포진돼 있는 것이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이들이 국내?외 바이어를 만나기 위한 공간은 턱없이 부족하다.
때문에 바이어를 영접하거나 상담을 위해 수도권이나 인근 도시를 이용해야 하고, 그에 따른 시간적 경제적 손실도 만만치 않다.
이에 대해서는 이미 천안시 관내 기업인들이 정부 관계부처를 비롯한 각 정당에 건의문을 통한 협조를 요구한 사항이기도 하다.
천안시 관광통계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0년 관광객 수는 외국인(3만9천5백38명)포함 총 2백70만여명이 다녀갔다. 관광수입은 외화 3억9천여만원을 포함한 2백6억원.
반면 관광숙박업 등록업체는 단 1곳밖에 없는 상황이다. 컨벤션 산업에 관한 타당성을 검토한 후 관내 기업체들의 바이어 미팅건수나 상담애로 등 그들의 포괄적인 의견을 수렴한다면 지자체의 역할이 있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