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지역 장애인의 일하는 삶을 위한 정책토론회
지난달 31일(화) 천안시청 중회의실에서는 천안지역 장애인의 일하는 삶을 위한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장애인 직업관련 시설 단 2곳, 81명만 보호고용기관서 일해
현재 천안시에 등록되어 있는 장애인은 총 2만2377명.
하지만 천안시에 있는 장애인 직업관련 시설은 단 두 곳에 불과하다. 여기서 일하는 근로장애인은 총 81명이다.
현재 천안에는 50인 이상 사업체로 장애인 고용이 의무화되어있는 기업이 총 313개가 있다. 여기서 일하는 사람은 5만명이 넘는다.
하지만 이들 기업의 근로자중 장애인 근로자의 비율은 단 1.64%에 불과하다. 그나마 전년에 비해서는 0.03%늘어난 수치. 충남지역 20개 시·군 중에서는 17위에 해당한다.
충남의 수부도시로, 타 시·군과 비교가 안 되는 인구증가율을 보이고 있지만 장애인 노동권과 관련한 천안시의 성적표는 부끄러운 수준이다.
지난달 31일(화)에는 이런 현실을 타개해 보자는 취지의 토론회가 열렸다.
천안시의회와 천안시장애인단체협의회(회장 한창석)가 공동주최한 이날 ‘천안지역 장애인의 일하는 삶을 위한 정책 토론회’는 자료에 제시된 데이터만으로도 개선방향과 지향점이 명확히 드러나는 자리였다.
내빈은 인사만? 진심으로 믿어야 하나
토론회가 열린 시청 중회의실은 장애인 취업과 관련한 높은 관심 탓인지 준비한 자리가 부족해 보조의자를 가져다 놓아야 할 형편이었다.
축사에 나선 성무용 천안시장은 “민선5기 가장 중요한 시정목표 중 하나가 일자리 창출”이라며 “장애인과 비장애인 누구나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윤택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동욱 천안시의회 의장은 “장애인 실업률이 전체 실업률의 3배다. 오늘 토론회에는 천안시의원 전원이 참석했다. 앞으로 천안시의회의 각오가 반영된 것 아닌가 한다. 토론회에서 정리된 내용들이 시정에 반영되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류창기 천안교육장은 “어쩌면 우리는 모두 미래의 장애인이라 할 수 있다. 선진국의 척도는 장애인에 대한 배려의 정도다. 앞으로 많은 변화가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작 토론회가 시작되자 소위 ‘내빈’들은 모두 일어났고 주최측인 천안시의회조차도 1·2부 사회를 맡은 심상진, 이숙이 의원, 안상국 의원 정도를 제외하고는 모두 자리를 비워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장애인 고용은 ‘직업+복지’다
‘이제는 장애인 직업이다’. 기조발제를 맡은 최윤영 백석대학교 재활복지학과장의 발제 제목이다.
최 교수는 한국의 장애인 고용현황과 중증장애인 직업재활 문제점을 지적하고 거시적인 대안을 제시했다.
지금 장애인 취업의 문제점으로는 ▷직업재활시설의 유형구분 기준과 운영의 미흡 ▷직업재활시설 수의 부족과 역할미흡 ▷직업재활시설 유형간 전이 및 연계 미흡 ▷신체중심의 노동생산성이 떨어지는 장애인들에게 요구되는 제조업이 직업재활시설의 주요 업종이라는 점 ▷주로 지적장애, 지체장애로만 직업능력 개발의 기회가 치우쳐 있는 점 등을 꼽았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는 ▶근로지원인제도 강화 ▶사회적 기업 설립·육성을 통한 장애인일자리 창출 ▶중증장애인 맞춤형 직업훈련프로그램 도입 ▶장애인에 대한 국가와 시민사회의 적극적인 노동시장정책 마련 등을 제시했다.
그는 “장애인 근로자에게 있어 고용은 직업과 복지과 결합된 복합적인 의미를 가진다. 무엇보다도 장애인 일자리 창출에 대한 공공복지 인식과 더불어 사회적인 연대의 책임이 요구된다. 정부, 기업, 사회모두가 다양하고 다각적인 부분에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조 발제를 담당했던 최윤영 백석대학교 재활복지학과장.
장애인보호고용, ‘3년 뒤에나 쪼금 바뀌려나?’
현재 천안시의 등록장애인 2만2377명 중 근로가능 연령대인 20세~59세는 1만2017명이다.
시는 이중 1~2급 중증장애인을 제외한 약 40%, 9000여 명이 근로가능 장애인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이용할 수 있는 직업재활시설은 단 2개소, 2007년에는 장애인직업지원센터를 설치한 바도 있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천안시장애인보호작업장의 이상범 팀장은 “우리 지역의 장애인 보호고용기관은 천안시장애인보호작업장과 죽전직업재활원이 전부다. 천안시 전체 장애 인구수 대비 보호고용은 0.4%에 불과하며 두 보호작업장 또한 대기인원이 현원보다 많은 상태로 절대적으로 직업훈련 기관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인구 50만인 창원시의 경우 보호고용기관이 6개소에 달한다. 인구 17만인 서산만 해도 장애인 직업재활시설이 3곳이다.
두 기관 모두 보호작업장 이후 전이될 수 있는 근로작업장이 없는 것도 문제다.
이런 현실에 대한 천안시의 대응은 사실 아쉽기만 하다.
시 주민생활지원과 김수열 과장은 “2010년 10월 장애인 직업재활시설 2개소에 직원3명을 충원해 유형을 개편하고 근로장애인의 고용창출과 소득증대를 위해 운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천안시는 향후 2013년 9월 준공예정인 동남부복지타운 내에 장애인직업재활실을 설치할 계획을 갖고 있다.
또 제2기 지역사회복지계획에 장애인 소득보장 및 직업재활 활성화 사업으로 장애인 일자리 창출 지원, 장애인 직업재활시설 지원 강화 사업을 연차별로 계획해 추진할 예정이다.
하지만 조금만 짚어보면 3년 뒤나 가서야 직업재활실 하나를 설치할 계획이며 다른 내용은 기존시설에 얼마간의 예산과 인력을 더하겠다는 입장이어서 큰 기대를 하기가 어려운 게 사실이다.
맹자曰, ‘무항산 무항심(無恒産 無恒心)’이라
발제에 이어 나선 토론자들은 천안지역 장애인 노동권과 관련한 다양한 제언을 쏟아냈다.
송희성 한국장애인고용공단 대전지사 고용촉진부장은 “장애인 고용을 보통 마음과 세상을 넓히는 일이라고 말한다. 장애인 고용은 국가의 정책적 노력만으로는 결코 해결되지 못한다. 우리사회가 장애인을 우리사회의 구성원으로 적극 참여시키려는 노력이 고용이란 형태로 나타나야만 가능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송 부장은 “천안의 50인 이상사업체 313개소 중 의무장애인 고용률 2%를 충족시키고 있는 사업체는 91개소에 불과하며 아직 222개소는 2%조차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기업에 있어 국제경쟁력 가치만큼 장애인 고용을 통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가치도 우리사회 일반에 보편적으로 통용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김영복 천안시장애인직업지원센터장은 노동의 동기를 앗아가는 일선 일부 복지사들에 대한 아쉬움을 토해냈다.
김 센터장은 “일선의 복지사들이 장애인이 일을 하게 되고 소득이 발생하면 기초수급에서 제외된다는 사실을 강조하는 경우가 많아 노동의욕을 오히려 감소시키는 사례가 많았다. 수급지원이 끊기더라도 인간으로써 왜 노동을 해야 하는지, 어떤 이유로 불가피한지 상세한 설명을 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천안시장애인직업지원센터의 센터장이 유급으로 본인보다 좀 더 전문적이고 능력있는 사람을 영입해 체계적인 지원을 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더했다.
강종건 충남장애인일자리창출복지네트워크 소장은 맹자에 보면 ‘무항산 무항심(無恒産 無恒心)’이라는 말로 말문을 열었다. 일을 통해 생활이 안정되지 않으면 바른 마음을 견지하기 어렵다는 뜻으로 인간에게 있어 일이 갖는 의미를 잘 표현해 주는 말이다.
강 소장은 “장애인복지법 제 21조 규정을 뒷받침 하는 지원조례가 마련됐으면 한다. 또 직업재활사업 수행기관 확충, 혁신적인 장애인 고용환경 조성, 장애청소년의 직업적 욕구조사를 통한 적절한 진로교육 및 직업훈련을 포함한 정책대안 모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천안시, 장애인복지법21조 얼마나 구현할까?
장애인복지법 제21조(장애인의 직업에 관한 규정)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장애인이 적성과 능력에 맞는 직업에 종사할 수 있도록 작업지도, 직업능력 평가, 직업적응훈련, 직업훈련, 취업알선, 고용 및 취업후 지도 등 필요한 정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천안시는 앞으로 이 규정에 얼마나 부합하는 행정을 펼칠 것인지 답을 내놓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토론회를 통해 제시된 기초 데이터 자체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날 토론회는 장애당사자인 심상진 천안시의원과 장애아를 자녀로 둔 이숙이 의원이 시의회에 진출하면서 빠른 시간에 의욕적으로 만들어낸 자리였다.
비록 이 자리에서 혁신적인 대안을 기대하기는 무리가 있었지만 그동안 ‘일자리가 가장 큰 복지’라는 것을 알면서도 장애인의 직업과 노동권에 무관심했던 시 행정과 지역사회에 새로운 인식을 심어주는 계기가 되었음은 분명해 보였다.
<이진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