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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아산 외암민속마을의 세계문화유산등재를 위한 국제학술 심포지엄이 온양관광호텔에서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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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암민속마을의 세계문화유산(World Cultural Heritage) 등재를 놓고 문화적 가치와 나아갈 방향에 대해 국내외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는 시간을 가졌다.
아산시가 주최하고 목원대학교 산학협력단(단장 박덕규)이 주관이 되어 문화재청을 비롯해 충청남도, 아산시 문화재관련인사, 문화재위원 등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위한 ‘외암민속마을 경관과 건축의 보전’ 국제 학술심포지엄이 지난 27일 온양관광호텔에서 개최됐다.
이날 학술심포지엄에서 이상해 이코모스 한국위원회 위원장은 기조연설을 통해 올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안동하회마을과 경주양동마을과 더불어 우리선조들이 살면서 만들어 놓은 외암민속마을을 인류의 살아있는 박물관, 전통문화의 전수장으로 외암민속마을의 경관과 건축을 어떻게 보전하고 후손들에게 물려줄 것인 가에 대해 논의할 수 있게 됨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
복기왕 아산시장은 국제심포지엄에 참석한 시민과 국·내외 참석자들에게 우리 아산의 문화유산이 우리나라의 문화유산에서 나아가 세계의 문화유산으로 널리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도록 세미나에 참석한 많은 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개진과 참석자들의 지속적인 관심을 요청했다.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신상섭(우석대학교조경도시디자인학과교수)교수의 ‘외암리 민속마을의 세계문화유산적 가치’ ▶일본 쯔쿠바대학 이나바노부코 교수의 ‘세계유산의 국제적 상황과 일본의 장점리스트상황에 관하여’ ▶문화재청 문화재활용국 이원호 교수의 ‘주민참여를 통한 역사마을 만들기’ ▶배재대학교 생명환경디자인학부 최종희 교수의 ‘아산외암민속마을의 경관보존관리 ▶중국 동남대학 주광야(朱光亞) 교수의 ‘20년 간의 중국촌락보호운동’이라는 동북아 민속마을과의 비교발표 ▶목원대학교 건축학부 이왕기 교수의 ‘외암마을 문화유산의 보존과 과제’ ▶충남대학교 건축학부 이정수 교수의 ‘아산외암민속마을 소방방재 기본구상’ 등 국내외 교수진들의 연구성과 발표를 통해 아산외암마을이 가지는 세계문화유산적가치와 향후 발전방향에 대한 과제에 대한 논의와 다양한 의견이 교환됐다.
아산시 문화예술과 박규희씨는 “이번 학술세미나를 통한 다양한 의견교환은 향후 외암민속마을이 우리의 문화유산을 넘어 세계의 문화유산이 되기 위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이며 이를 통해 외암민속마을을 홍보하고 세계문화유산의 등재 기반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선조의 물리적·사회적 유산 보전하고 적극적인 주민참여 필요
외암민속마을의 세계문화적 가치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이었지만 세계문화유산 선정기준의 강화와 이에 따른 등재를 위한 준비에 있어 지자체와 주민 등 등재주체들이 전통문화 보존을 위한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신상섭 우석대학교 조경도시디자인학과 교수는 “농촌 역사마을은 토지난개발, 향토경관 훼손 등 사회문화 환경적으로 생명력을 상실하고 있는데 외암민속마을은 전통마을의 지리적, 문화적 특징을 잘 갖고 있다. 또 17세기 생태마을, 4대 명원 갖고 있고, 5세기 이상 외손봉사 등 차별화된 가치도 잘 보존돼 있다”고 평가하며 “하지만 주차장 등 입구지역 개발이 자연스러운 마을의 경관체제를 해치고 있어 복원하는 문제도 검토해야 할 것이다. 또 외암마을의 정체성 중 하나인 아름다운 정원도 훼손되고 시설물도 무국적 적인 요소들이 많이 나타나는 등 경관요소들이 서구화 되는 흐름 등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특히 “외암민속마을이 예안이씨 동족마을에 기반하고 있지만 16세기 이후 오랜 기간동안 환경적, 경제적, 사회적 지속성과 건전성을 지켜온 농초마을로서 세계문화유산 가치 측면에서 ‘탁월한 보편적 가치(Outstandin Universal Value)의 필요충분 조건을 갖춘 사례라고 분석했다.
일본 쯔쿠바대학 이나바노부코 교수는 “세계문화유산이 911건이나 돼 유네스코에서 숫자를 줄이기 위한 방법과 기준을 두고 고민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다른 지역에 비해 동아시아 문화유산의 수가 적기 때문에 비율을 늘리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며 더욱 기준이 엄격해 질 것을 예상한 후 “또 다른 문제는 문화유산으로서 지속적인 보전 가능성과 함께 개발 가능성과의 공존문제도 고민하고 있다. 독일과 오만에서 개발로 인해 2건이 세계유산이 지정됐음에도 취소된 사례가 있다”고 지속적인 보전방법과 개발여건에 대한 고민이 사전에 이뤄져야 함을 강조하기도 했다.
문화재청 문화재활용국의 이원호 교수는 “하회마을, 양동마을이 선정된 이유는 주민들이 선조 주거문화와 양반문화를 계속해서 계승하고 있다는 것을 역사문화로 인정받은 것이다. 주민들은 문화계승의 주체이자 생활속에서 보존하는 역할이기 때문에 세계문화유산 등재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적극적인 참여에 따라 등재를 결정할 수도 있다”며 “하지만 농촌인구의 고령화 및 이주현상, 생계와의 병행, 주거생활의 불편, 상대적 박탈감 등 어려움과 한계가 따르기 때문에 쾌적한 생활공간과 경제적인 보장을 마련해 주민참여기회를 확대하고 주인의식을 키워야 한다”고 제안했다.
세계문화유산 911개 등록, 한국 10개 보유
아산시 송악면 외암리에 위치하는 ‘외암민속마을’은 조선시대 예안이씨의 집성촌으로 마을이 형성된 이후 조선후기 사상논쟁을 주도했던 외암 이간선생 등 수많은 인물을 배출하면서 충청지방의 대표적인 반가촌으로 알려져 왔다.
조선시대 목조건축구조를 간직하고 있는 반가와 서민주택, 주민들이 거주하면서 현재까지 전해져 내려오고 있는 생활풍속 등 마을자체가 살아있는 문화유산으로 국가지정문화재 중요민속자료 제236호로 지정됐으며, 지난 2009년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정목록으로도 신규등재된 바 있다.
우리나라에서 국가지정 문화재로 지정된 전통마을은 외암민속마을을 비롯해 왕곡마을 등 농촌 2곳과 하회마을, 양동마을, 한개마을 등 반촌 3곳과 낙안마을, 성읍마을 등 읍성 2곳 등 총 7곳이며 이중 안동 하회마을과 경주 양동마을은 2001년도 세계문화유산 잠정목록으로 불류돼 지난 1일 브라질 브라질리아에서 열린 제34차 회의에서 세계유산목록에 등재됐다.
이로써 한국의 세계유산은 석굴암ㆍ불국사, 해인사 장경판전, 종묘(이상 1995), 창덕궁, 수원 화성(1997), 경주역사유적지구, 고창ㆍ화순ㆍ강화 고인돌 유적(이상 2000), 그리고 제주 화산섬과 용암 동굴(2007), 조선왕릉(2009)에 이어 통산 10번째 세계유산을 보유하게 됐다.
외암마을도 포함된 세계유산 잠정목록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지정하는 세계유산이 되기 위한 예비목록으로 최소 1년 전에 잠정목록으로 등록돼야 신청자격이 주어진다.
한편 외암민속마을과 남한산성, 중부내륙 산성군, 공주·부여 역사유적지구, 익산 역사유적지구, 울산 대곡천 암각화군, 순천 낙안읍성 등 7건이 문화유산 잠재목록에 등록됐으며, 자연유산은 창녕 우포늪 1건이다.
안성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