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미(33·직산읍)
장 미씨는 올해로 한국에 온지 만 13년 된 결혼이민자다. 원래 고향은 중국 심양.
96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실습을 위해 찾아온 한국에서 당시 병역특례로 복무중이던 지금의 남편을 만났고 2년여의 연애 끝에 99년 결혼에 골인했다.
“처음에는 엄마가 걱정이 많으셨어요. 막내딸이 너무 멀리 시집가서 얼굴 보기도 힘들어 진다고요. 또 문화차이로 적응을 못할까봐 결혼에 반대 하셨었는데 결국은 제 뜻대로 결혼했죠. 지금은 초등학교 2학년인 딸과, 다섯 살인 둘째 녀석의 엄마랍니다.(웃음)”
사랑만으로 모든걸 해결할 수 있을 것 같던 결혼초기, 하지만 아무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나비’를 ‘냄비’라고 부르고 ‘시래기’를 먹는다는 말에 ‘쓰레기’를 먹는 줄 알고 경악한 적도 있었다. 더 힘들었던 것은 존댓말과 반말의 구분이었다. 시댁식구가 모여 있는 가운데 남편에게 반말을 남발했다가 시부모님을 크게 걱정시켜 드린 적도 있다.
하지만 조금씩 조금씩 적응을 시작한 그녀는 어느덧 완벽한 한국사람이 다 됐다. 이런 변화를 이루게 된 가장 큰 힘은 역시 그녀의 적극적인 성격이었다.
“천안다문화지원센터에서 지원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오카리나도 배우고, 요리교실, 미용교실 등 많은 것을 부담없이 배울 수 있었어요. 최근에는 사물놀이를 배워 신나는 경험을 했답니다.”
그녀가 참여한 프로그램은 다문화지원센터의 ‘Do Dream’ 활동. 오디션을 통해 만들어진 한국의 전통적인 사물놀이 팀이다. 장 미씨는 여기서 장구를 맡아 잠재돼 있던 욕구를 마음껏 풀어내고 있다.
“제가 어렸을 때부터 음악을 좋아하고 악기를 배우고 싶었거든요. 살면서 다 잃어버릴 줄 알았는데 이렇게 한국에 와서 배우고 공연까지 할 수 있게 돼 얼마나 고마운 줄 몰라요.”
현재 한국어능력시험 4급자격을 보유하고 있는 그녀는 이제 5·6단계에 도전할 예정이다. 다문화 강사 교육도 받고 있고 미용학원에서 미용기술도 배우는 중. 10월에는 흥타령 축제에 참가해 그간 닦은 장구실력을 마음껏 발휘할 예정이다.
한국에서 받은 지원과 사랑을 언젠가 지역사회에 되돌려 주고 싶다는 그녀의 다짐이 실현될 날도 얼마 멀지 않은 듯 하다.
<이진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