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시 인주면에 소재한 닭고기 가공업체인 D회사에서는 외국인 이주노동자들이 기거할 숙로로 콘테이너 기숙사를 제공해 겨울에는 방안에 얼음이 얼을 정도로 춥고 여름에는 에어컨도 없어서 한여름 열대야에 잠을 이루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네팔 국적의 이주노동자 인드라씨는 2009년 1년 동안 근무한 회사에서 지급받은 임금이 본인이 근무한 내역과 차이가 있음을 느껴 아산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에 정확한 계산과 체불임금 지급업무지원을 요청했다. 회사측에 확인한 결과 최저임금에도 미달됐고 근무기록과 다른 임금이 지급된 사실이 인정돼 체불임금 70여 만원을 지급받았다. 이처럼 근로계약서 상에 기숙사 및 식사가 제공된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기숙사사용료 및 식대를 공제한 경우가 다수며, 이는 근로기준법상 최저임금 지급 위반에 해당되는 행위다.
이처럼 아산시 외국인 노동자들의 근무환경이 아직도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산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는 충남 보령 소재 ‘동백관’에서 지난 7월31일~ 8월2일 기간동안 ‘2010 아산시 이주노동자 여름 평등캠프’를 개최하고 총 118명의 이주노동자가 참여한 이 행사를 통해 ‘아산지역 이주노동자 실태조사’를 진행했다.
조사결과 40%의 이주노동자들이 작업장에서 근무 중 폭언, 욕설을 경험했고, 입사 당시 작성한 근로계약서의 내용이 실제 근무내역과 일치했다고 답한 이들의 비율은 26%에 불과했다.
또 법적 규정인 연 1회 이상 건강검진을 정상적으로 받고 있는 비율은 61%에 불과하고, 매월 2시간씩 받아야 하는 작업안전교육은 70%가량이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어 이주노동자들의 건강과 작업안전이 심각하게 무시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권, 외국인등록증, 통장 등에 대한 회사측의 강제압류 경험자 비율은 30%를 넘었고 월급에서 기숙사 이용료를 공제하는 회사들의 기숙사 중 34%가 주택법상 주거시설이 아닌 컨테이너 또는 공장 내 사무실 등으로 나타났다.
안성원 기자
외국인 노동자, 40%이상 ‘폭언·욕설 경험했다’
컨테이너, 창고 등 비주거시설 기숙사로 이용…개선 시급
이번 2010년 이주노동자 여름 평등캠프 실태조사는 총 83명(파키스탄, 필리핀, 네팔, 캄보디아, 중국, 인도네시아 등 총 6개국)의 외국인노동자가 한국어 영어 설문지를 활용해 본인이 직접 기재하고 타 언어권 노동자들은 통역을 통해 작성했다.
지원센터측은 이번 조사를 통해 제도적 개선을 이룬 고용허가제 하에서도 이주노동자들이 경험하는 일상적인 차별과 인권침해는 크게 나아진 것이 없다는 것이 확인됐다며 앞으로 고용노동부의 각성과 철저한 실태조사 및 제도적 개선대책 마련을 촉구한다고 전했다.
아산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 우삼열 소장은 “이번 조사는 100명 미만의 비교적 작은 표본집단을 대상으로 이뤄진 조사고 아산 지역에서만 진행됐다는 한계가 있지만 이주노동자 인권실태가 열악함을 확인하기에 충분했다”며 “앞으로 정부 차원의 광범위한 실태조사가 진행돼 합리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아산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는 2001년 3월 창립한 이후 아산 지역 내 외국인 이주노동자의 임금체불, 산업재해, 폭행, 사망 등 각종 피해에 대해 시민들의 자발적인 후원과 협력을 통해 인도주의적 지원 활동을 하고 있다.
실태조사 항목별 결과
▶한국생활 중 가장 힘든 점
언어소통이 힘들다고 답한 이들이 29%로 나타나 가장 많았다.
또 힘든 일 19%, 장시간 근무 14% 등 일이 힘들다는 답변이 33%에 달해 열악한 노동환경이 중대한 문제임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것이 힘들다는 답변이 20%로 나타나 힘든 일 19%, 인권피해 18%의 비율을 넘었다.
가족과 함께 사는 것은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로서 ‘UN 이주노동자 권리협약’에서도 가족 동반 권리가 이주노동자들에게 보장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인권피해 경험
40%에 달하는 이주노동자들이 폭언, 욕설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노동 현장에서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폭언, 욕설이 매우 심각한 상황임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차별을 경험했다고 답한 이들이 25%로 나타난 것은 산업현장에서 이주노동자들에게 더욱 가혹한 작업이 강요되거나 휴일 강제근로 등 부당한 노동행위가 계속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성적폭력/희롱 피해에 대한 답변 13%는 결코 낮은 비율이 아니므로 이에 대해서는 세밀한 실태조사가 추가로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근로계약서와 실제 작업의 일치 여부
모두 일치했다고 답한 이들의 비율이 26%에 불과한 것은 놀라운 결과다.
당연히 일치해야 할 근로계약서의 내용이 실제 노동 과정에서 크게 달라지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사항에 대한 조사와 분석을 통해 개선방안을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 근로계약서의 내용이 실제와 다르다는 이주노동자들의 답변이 매우 많은 것을 볼 때, 이들이 가진 노동환경에 대한 불만이 매우 큰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연 1회 이상 건강검진
정상적으로 건강검진을 받고 있는 이들이 61%에 불과했다. 이는 10명 중 4명 가량이 제대로 건강검진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임을 보여준다.
▶월 2시간 안전교육 실시 여부
안전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이들의 비율이 70% 가량이나 돼 심각한 수준임을 보여주고 있다. 노동부의 관리감독이 사실상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정부 차원에서 특단의 대책과 법적 개선방안 마련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임금 부당공제 내역
이 질문에 대해서 다양한 답변이 나왔다. 부당공제가 다양하게 이뤄졌다는 것.
센터측은 ‘다만 급여내역서를 지급하지 않는 회사조차 있기 때문에 이주노동자들 중 급여 내역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하는 이들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부 회사측에서 정확히 급여를 지급하고 있어도 이를 제대로 알지 못해 오해하는 이들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급여에서 기숙사 이용료를 공제하는 경우의 숙소 현황
콘테이너 22%, 개조된 사무실 12% 등 전체의 34%가 주택법상 주거시설로 인정되지 않는 곳에서 생활하고 있다.
센터측은 ‘이런 경우는 임대주택이나 여관 등 타인에게 임대해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주거시설이 아니며, 단지 회사에 속한 부대시설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라며 ‘사람이 살기에 부적합한 환경에 이주노동자들을 채워넣고 이들로부터 임대료를 받는 행위는 비인간적인 행위’라고 비난했다.
안성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