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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이와 함께 학교에 가보는 것이 소원입니다”

엄마 현성숙씨(가명·54·아산시)

등록일 2010년08월02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풍족하지는 않았어도 누구한테 아쉬운소리 하며 살지는 않을 정도로 먹고 쓸만큼 벌면서 살았는데, 몸도 성치 않고 빚까지 지게 되니까 사는 게 쉽지가 않네요.”
배방읍 공수리에 살고 있는 현성숙씨는 2년 전 인생 최대의 위기를 맞은 사건을 어렵게 털어 놓았다.

당초 갈매리 2구에서 살고 있던 현씨는 농어민주택개선사업 지원대상이라 시에서 지원금이 나오니까 공사를 시작하라는 시청직원을 말을 믿고 1할이라는 비싼 이자로 돈 500만원을 빌려 공사를 시작했다.

하지만 정작 공사를 시작하니까 지원금이 나오지 않는다고 입장이 바뀌었다.

공사를 시작한 집은 지금도 그대로 방치된 채 흉물스럽게 남아있다. 문제는 가족들이 머물 집이 없어진 것이다.

월 50만원이라는 이자는 현씨 가족들에게는 버거웠다. 집도 구하기 어려워 마을회관에서 1달 정도 살다가 염치가 없어 무보증금에 35만원짜리 원룸으로 옮겼다. 그나마 빚은 동생이 돈을 빌려줘 갚았지만 집세와 생활비를 감당하기에는 남편의 벌이만으로는 버거웠다.

결국 현씨는 식당에서 하루 12시간씩 근무하며 돈을 벌기 시작했다. 그렇게 고된 하루를 보내던 2008년 2월16일이었다.

밤 10시를 지나서 택시를 타고 집근처에서 내린 현씨는 길을 지나다 의식을 잃고 말았다.

뺑소니 사고를 당한 것

오른다리를 뺀 나머지 사지는 뼈가 부서졌고 갈비뼈가 부서지고 방광도 터져서 사실 사고 당시에는 살아나는 것도 어렵다고 볼 만큼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 특히 왼쪽 골반과 대퇴부는 자칫 절단해야 할지도 모를 만큼 심각한 상태였고 의식도 2008년 말까지 온전하게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큰 수술을 15번이나 치뤘고 아직도 수술을 해야 하지만 왼쪽 다리 골수에서 염증이 발생해 염증을 치료하며 수술을 미루고 있는 상황. 천만 다행으로 현씨는 머리와 척추만은 손상이 없었다고 한다.

뺑소니 사고로 15번의 대수술…아직도 남은 수술과 밀린 치료비, 집세로 걱정

“식구들이 살아난게 다행이라고 했어요. 의사선생님들도 천명을 타고났다고 할 정도로 끔찍한 사고였죠. 지금도 당시를 회상하면 가슴이 두근거려요.”

그 사고로 집안은 급격히 기울었다. 원룸을 빼고 적금, 보험도 해약했다. 또 어머니는 폐물을 팔았고 동생도 돈을 보탰지만 수술비 등 치료비 1000만원은 갚지도 못한 채 남아있다.

그나마 남편의 선배의 도움으로 월 30만원씩 상환하는 조건으로 조금씩 내고 있다. 생활이 여의치 못한 달에는 부치지도 못한다고.

남편 기숙사에 사는 아이를 위해 지난 5월 통원치료 허락을 겨우 받아내서 지금 살고 있는 집으로 나왔다. 장애인복지시설에서 정부에서 중증장애인 주택을 후원하는 제도를 통해 집을 구했는데 이번에도 결정이 오래 걸리면서 돈이 나오지 않고 있다.

빚도 빚이지만 현씨의 마음은 딸을 볼 때마다 더욱 메어진다. 휠체어가 없이 이동할 수 없는 현씨를 9살 난 딸은 여느 간병인 못지 않게 잘 보살피고 있다고.

“남편이 직장을 쉬고 간병을 해서 다시 회사로 돌려 보내고 간병인을 두려고 했는데 초등학교 2학년인 딸아이가 돈이 아깝다며 자기가 간병한다고 쓰지 말라고 하더군요. 대화를 하다 보면 어른이 못따라갈 정도로 생각이 깊어요. 요즘엔 딸이 저를 데리고 병원을 다니거든요. 병원에서도 다 알아봐요. 그런데 아이의 영특함을 뒷받침을 못해줘서 안쓰럽고 미안하죠. 몸도 이래서 도와주지도 못하고….”

염증이 가라앉으면 또 수술을 해야 한다. 정말 기약 없는 치료과정이다. 하지만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의외로 현씨의 표정은 밝았다.

“몸도 않좋은데 인상까지 쓰고 있으면 식구들이 불편하겠죠. 그래서 밝게 지내려고 노력해요. 의사 선생님도 회복이 빨리 되려면 마음을 편히 가지라고 하시더라고요. 사실 얼마전까지 남편한테 짜증도 내고 구박도 했어요. 모든 남편들이 부인이 다치면 이렇게 간병하고 치료해주는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병원에 오래 있다 보니까 부인이 오햇동안 의식을 잃고 누워있으니까 집이랑 가게를 팔아서 도망간 사람도 있더군요. 또 친구들도 ‘네 남편이니까 그만큼 하는거라’라고 얘기하니까 우리 남편이 얼마나 고생했는지 알겠더라고요. 정말 미안하고 고마워요.”

밀린 치료비와 집세, 생활비, 앞으로의 수술비 등 많은 근심거리들이 있음에도 그녀를 밝게 만드는 것은 가족이 아닐까?

“요즈음 다른 바람은 없어요. 우리 딸과 남편이 건강하게 사는 것 밖에는… 만약 몸이 나아서 움직일 수 있게 된다면 딸과 함께 학교에 가는 것이 소원입니다. 학부모 행사 때 참석하지 못하니까 아이가 많이 서운해 하더라고요.”

범인이 누군지 마음이 편치 않을 거라고 오히려 걱정하는 현씨. 이런 긍정적인 마음과 가족간의 사랑이 언젠가 온가족이 함께 딸의 학교 행사에 참석하는 날이 올 것이라는 희망을 갖게 한다.

안성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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