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무상급식은 예산의 문제가 아닌 의지의 문제
토론 참가자들은 친환경 무상급식을 위해서는 모든 주체가 다함께 노력해야 한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충청남도 친환경무상급식 어떻게 실시할 것인가?’
6·2지방선거의 중요한 의제 중 하나였던 친환경무상급식과 관련, 구체적인 실시방안을 찾기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지난 22일, 오후3시 충남학생교육문화원에서 열린 토론회는 천안시친환경쌀생산자협의회와 천안학교급식협의회가 공동주최하고 충남지역 200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안전한학교급식을위한충남운동본부(충남운동본부)가 주관했다.
이 자리에는 양승조 국회의원을 비롯해 10여 명의 시·도의원들과 담당공무원, 급식종사자, 시민단체, 학부모 등 400여 명이 참석했다.
이날 토론회는 지난 지방선거 당시 중요한 정책이슈였던 친환경무상급식에 대해 충청남도의 소요예산, 추진위원회 구성, 학교급식지원센터 설치 등 친환경무상급식 실시를 위한 다양한 과제에 대해 각계각층의 의견을 듣고 해법을 찾는 자리였다.
“친환경 무상급식, 추진의지가 중요하다”
천안학교급식협의회 장기수(천안시의회 부의장) 상임대표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토론회에서는 단국대 김 호 교수가 주제발표자로 나섰다.
김 호 교수는 “6·2지방선거를 계기로 친환경무상급식이 중요한 정책과제로 대두됐고 이는 우리나라 학교급식제도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획기적인 계기가 될 것”이라며, 친환경무상급식을 통한 식품안전성 보장과 농업·농촌 생태계의 보전(환경보전) 등 외부경제효과에 대해 발표했다.
김 교수는 예산 및 재원확보 문제, 지역친환경농산물 생산량의 한계, 시·군의 친환경무상급식 추진의사 여부 등으로 인해 전면실시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실정이라며 현실 조건에 부합되는 단계적 추진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가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유·초·중, 특수학교에 무상급식을 할 경우 635억원의 예산이 추가로 소요되는데, 여기에 친환경으로 무상급식을 할 경우에는 175억원이 더해진 810억원의 예산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됐다.
김 호 교수는 “친환경 무상급식이 실시되려면 국회차원의 예산확보노력과 함께 도지사, 교육감, 시장·군수, 시·도의원, 학교장의 의지가 중요하다. 또한 식생활 교육, 로컬푸드운동과 함께 추진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2013년 까지 무상급식 완성할 것”
첫 토론자로는 6·2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진보성향의 임춘근 교육의원이 나섰다.
임 의원은 ‘친환경무상급식을 위한 충청남도의회의 역할’이란 주제로 강력한 의지를 표명해 관심을 끌었다.
임 의원은 “충남도의회 45명의 의원중 이 자리에 5명이나 참석하셨다”며 “현재 도의회 차원에서는 ‘친환경무상급식 특별위원회’가 논의되고 있는데 오는 30일(금)까지 특위를 구성할 작정이다. 앞으로도 친환경 무상급식과 관련한 조례 제개정을 통해 예산을 확보하고 구체적 실천 장치들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공언했다.
임 의원은 “친환경무상급식을 위해서는 중앙정부가 관련법을 만들어 적극 지원하고 나서는 것이 중요하다”며 “2013년까지 고등학교까지의 전면 무상급식을 실현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실제 급식에 관여하고 예산을 집행하는 충청남도교육청 학교급식담당 황태화 사무관은 충남도교육청의 ‘무상급식 현황과 해결해야 할 과제’를 주제로 토론에 나섰다.
황 사무관은 급식에 지원되는 예산분석을 통한 세부적인 고충을 토로했다. 그는 “무상급식의 확대는 단순한 식재료의 지원문제가 아니다. 급식관계자의 처우개선, 급식실 환경개선을 위한 시설 및 기구구입비가 매년 반복적으로 늘어나 급식재원이 내년 10% 정도씩 늘어가고 있는 실정”이라며 “학교급식법에 명시된 대로 국가지원이 절실하다. 또 무상급식은 예산의 편성, 운용상의 효율을 위해 단계적으로 확대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최종목표는 ‘지역산 친환경 농산물을 이용한 급식’
생산자 대표로는 당진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이근혁 전국농민회 충남도 연맹 사무처장이 나섰다.
이 사무처장은 “지난 2002년부터 시작된 무상급식운동이 이제 실행단계에 접어들었다”는 감회로 토론을 시작했다.
그는 “무상급식을 시장기능에만 맡기려 하면 안된다. 급식에 필요한 먹거리의 소비, 유통, 생산과 관련 의사결정은 이해당사자들의 사회적 합의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서는 생산, 소비, 지원 주체들의 상설협의기구를 만들고, 학교급식 지원센터를 통해 실무를 집행하며 식자재의 수요계획 및 생산자를 조직한 뒤 유통은 농협, 생협이나 새로운 사회적 기업에 위탁해야 한다고.
이근혁 사무처장은 학교급식의 궁극적인 목표와 지향점은 ‘지역산 친환경 농산물을 이용한 급식’에 두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 토론자로는 충청남도 영양교사회 회장인 김영분 광덕초 영양교사가 나섰다.
김 회장은 “급식은 교육의 일환으로 실시돼야 하는데 현재로써는 이와 관련한 행·재정적 지원이 전무하다. 지도·감독 부서인 교육청에도 영양교육 전문가가 없어 현장지원의 기능개편 의도와는 상반된 행정업무가 추진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녀는 “현재는 친환경 농산물의 생산량 및 종류가 제한적인데다 시스템의 부재로 각 학교에서 잔류농약 검사 및 유전자 검사 등 식재료의 안정성 확보를 위해 많은 시간과 재정이 투자되고 있다. 친환경 무상급식을 위해서는 국가와 지자체의 보다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친환경 무상급식은 요구차원을 넘어 실행의 단계로 도약됐지만, 앞으로도 예산확보, 조례 제·개정, 친환경 농산물 공급계획, 학교급식 유통 등 풀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모든 주체가 다함께 노력해야 한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이진희 기자>
지난 22일, 오후3시 충남학생교육문화원에서는 6·2지방선거의 중요한 의제 중 하나였던 친환경무상급식과 관련, 구체적인 실시방안을 찾기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