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생으로 돼있으니 올해 여든 하나지? 이래 보여도 6·25 참전용사랍니다. 고향은 전북 정읍이지만, 94년인가부터 자식따라 천안서 살기 시작했어요. 나이는 먹었어도 지금도 몸 건강히 이렇게 일할 수 있으니 다른 사람보다 행복한 거지. 아주 만족해요(웃음)”
목요일 오전 9시30분. 출근 시간이 막 지난 쌍용역(나사렛대역)에서 만난 권순호 님은 아주 활기차 보였다.
권순호 할아버지가 쌍용역에서 전철안내도우미를 시작한 것은 작년 4월경.
천안시노인종합복지관에서 준비한 노인일자리창출사업중 하나인 이 사업에는 천안시내 3개역에서 30여 명이 일하고 있다. 근무는 일주일에 4일, 아침 7시~10시까지 하루 세시간씩 한달 48시간을 일하며 받는 급여는 월 20만원 정도다.
신방동에 사는 권 할아버지는 아침 6시30분 정도에 집을 나서 도보로 출근을 하신다. 역에서 하는 주요업무는 전철역 안내. 표를 사는 일이나 경로 설명, 사고예방활동, 전철 운행시간 설명 등을 한다. 이외에 역사내 청소는 자원봉사 서비스다.
80세가 넘어 복지관의 일자리 사업에 참여하려면 자녀들의 동의서가 필요하다. 자녀들은 산수(傘壽)를 넘긴 아버지의 근로의욕을 당연히 걱정했지만, 권 할아버지는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라며 우격다짐 비슷하게 일을 시작했다고 하신다.
“일주일중 월·화·목·금요일은 여기서 일하고 수·토요일은 과천 어린이 대공원에 가지. 산책하기가 아주 그만이거든요. 일요일은 교회 나가고 아주 일주일 계획이 딱 세워져 있어요.”
사람들 구경도 맘껏하고, 가끔씩 젊은이들을 만나 얘기도 하고, 휠체어 탄 사람들의 이동을 도우며 보람도 느끼는 이 일이 할아버지에게는 맞춤인 듯 했다.
“일하다보면 좋은사람들도 참 많아요. 안내를 받으면 음료수도 사주고, 먹을거리도 가져다 주고 사탕도 한 움큼씩 주고. 분실물을 찾아가는 사람들도 고마움을 표시하는 사람들이 많죠. 물론 어려운 일도 있지. 금연구역에서 담배피고 침 뱉고, 거기에 꽁초 끄는 사람들. 술먹고 토해놓는 사람들은 좀 줄었으면 좋겠습니다.”
할아버지가 일할 수 있는 기간은 3월~9월까지 7개월. 더 하지 못하는 이유는 정해진 예산때문이란다.
“몸에 무리만 없다면 한 두달은 더 해도 좋겠습니다. 쌍용역에 오셔서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지 찾아주세요.”
할아버지의 발걸음은 오늘도 가볍기만 하다.
<이진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