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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데이트-어르신들, 새 씨앗을 심어 보렵니다

등록일 2002년04월06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김 춘 수-2002 영농발대식 대회장 “우리는 당신들로부터 태어났고, 당신들은 지금 우리의 삶의 터전을 제공해 주셨습니다. 세상이 변하고 사회가 물질만능주의로 물들어 가더라도 반드시 지켜야 할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어른을 공경하고 잘 모시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지난 2일(화) 아침부터 북면지역 마을 어르신들은 면사무소로 향했다. 그곳에 마을의 아들, 며느리들이 어르신들을 위한 특별한 자리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북면 주민들이 2002 영농발대식을 겸한 경로위안잔치를 마련한 것. 행사장에서 누구보다 분주하고 바쁘게 움직이는 대회장 김춘수(48?납안리)씨를 만났다. 김씨는 일일이 행사장을 찾은 어르신들에게 “많이 드세요 더 필요하신 것은 없습니까.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세요.”라고 말하며 연신 노인들의 뻣뻣해진 손마디를 잡았다. 평생 땅파는 재주밖에 없어 땅에서 모든 것을 얻고 의지하며 마을을 지켜왔다는 어르신들. 이제 그 어르신들은 더 이상 땅파는 힘도 재주도 없어 보였다. 정확히 어느 때였는지 어르신들의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모든 것을 사람의 노동력에 의지하던 그때를. 가을이면 풍년농사 달성했다며, 마을이 떠들썩 하도록 풍년가를 불렀다. 어려웠지만 노력한 만큼 한뼘한뼘 조금씩 농토를 늘려가던 재미도 있었고, 쌀팔아 서울서 공부하는 자녀 학비도 마련해주곤 했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은 고향을 지키는 젊은 농부들이 수확을 앞둔 농토를 불사르고, 장송곡을 울리는 것을 지켜보며 “너무 오래 살았지. 망쪼가 난거여”라며 노인들의 한숨은 땅이 꺼졌다. 이날 면사무소 광장을 가득 메운 어르신들은 6백여명에 이른다. 세월의 흔적을 엿볼 수 있는 백발, 깊은 주름, 부자연스런 몸놀림에도 불구 모두 밝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번 행사를 위해 북면 주민들은 오랜 준비기간을 가졌다. 며칠 전부터는 돼지도 잡고, 김치도 새로 담고, 쌀로 술도 빚었다. 이렇게 마련한 음식은 돼지고기와 빈대떡 한접시, 김치와 국밥 한그릇 그리고 쌀로 빚은 동동주 한사발이 전부였다. 그러나 그 어떤 만찬보다 준비한 사람들의 정성이 배어 있다. 김춘수씨는 말했다. “어르신들이 마련해 준 토양위에 새로운 씨앗을 심어 보겠습니다. 농촌이 잘 사는 그날까지 지켜봐 주십시오.”
이정구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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