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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사회복지계획 수립을 위한 공청회가 형식적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
사업계획 딸랑 10P…계획도 추상적, 참석자 질의 ‘봇물’
지역사회복지계획수립을 위해 실시한 공청회가 형식적이라는 비난을 받으며 도마위에 올랐다.
아산시 주최 지역사회복지계획수립 추진단(단장 순천향대학교 조성희 교수)이 주관하는 제2기 지역사회복지계획 수립 공청회가 지난 5일 근로자복지회관에서 시민과 사회복지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됐다.
앞으로 4년간의 지역사회복지 사업계획을 수립하기 위해 마련한 이번 공청회는 지난 2월 민관협력으로 구성한 지역사회복지계획수립 추진단에서 시민의 다양한 의견을 듣고 노인, 저소득, 장애인 등 6개 분야에 총 81개 사업에 대해 2011년부터 2014년까지의 사업추진 및 성과목표에 대한 제안 발표로 진행됐다.
이날 자료는 계획수립을 위해 우선 시민들의 복지욕구를 파악하는데 근간이 되는 욕구조사 설문지를 개발, 3월 중에 시민욕구조사를 실시했으며, 이를 분석해 지난 4월 수차례에 걸친 각 분과별 회의를 통해 실현 가능한 세부사업들을 선정해 지역사회복지협의체 위원들을 모시고 중간보고회를 가졌다.
시는 제2기 지역사회복지계획은 지난 1기와 달리 욕구 및 자원조사만을 전문 용역기관에 의뢰했으며, 지역특성과 여건을 잘 알고 있는 지역복지 전문교수 및 분야별 복지기관 관계자, 공무원 등으로 추진단을 구성 분야별 실행 가능한 사업계획을 구상해 수립됐다는 점에서 제1기 복지계획과 차별화를 이뤘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역사회복지 현장에 근무하는 참석자들에게는 기대에 한참 모자랐다.
지정토론자를 비롯해 참석자들은 분석자료에 비해 부실한 계획들과 1기 계획에 대한 분석이 없는 점 등 많은 지적과 질문을 쏟아냈지만 정작 주최측의 답변은 궁금증을 증폭시키기만 했다.
1기 사업에 대한 평가도 없어…구체적 답변은 회피
지정토론에 나선 백석대 김승용 교수는 "아동, 여성 장애인 등 분야별 사업비전은 있지만 전체를 관통하는 비전이 없다"며 "지역사회복지계획은 복지뿐 아니라 보건의료와의 연계도 중요한데 연계성을 찾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공무원 1인당 혜택을 받는 수급권자의 수가 나오면 좋겠다면서 자원조사 및 욕구조사는 자세한데(230여 페이지) 2기 사업계획은 구체적이지 않고(10여 페이지) 연차별계획과 연관성도 부족한 것 같다고 꼬집었다.
오형만 대표협의체 부위원장도 정책제안의 부실함을 짚으며 제1기 계획에 대한 평가자료가 없다고 지적했다.
노인일자리박람회는 전시성 행정이라며 취업지원센터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노인요양보험 서비스도 등급 외 사각지대의 노인들까지 보살필 수 있는 고민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성준모 나사렛대 교수는 "도농복합도시로서 성장과 분배의 불균형에 의한 사각지대를 줄이기 위한 계획이 반영되지 않았고, 통합적 사례관리 서비스를 위한 민관협력체계구축 등 대책을 고민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영유아복지에 대한 욕구가 높음에도 반영되지 않았고 청소년 욕구조사에 따른 대책도 충분하지 못하다"고 평가했다. 끝으로 연예인 자살 등으로 모방자살이 우려되고 위기 청소년뿐 아닌 가족까지 지원할 수 있는 통합위기지원센터를 마련해 정신건강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객관적인 평가를 위해 외부의 사업평가위원회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김가현 장애인부모회 아산지회장은 "장애쪽에 대한 욕구조사가 부족하다"고 불만을 표한 후 "장애인 노동권확보와 지적장애인들을 위한 그룹홈 등 주거권 보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활동보조인, 저상버스, 장애인콜택시 등 장애인을 위한 시책이 충분히 이뤄지지 못함을 제시하며 장애인 가족지원센터를 운영해 통합적인 사례관리를 통한 지원을 촉구했다.
이밖에도 종합토론에서는 종합복지관 지원부족과 척수장애인협회 누락, 지역자활센터 업무파악 부족, 아동·청소년 사례관리 확대 필요성 등 많은 의견들이 제기됐지만 질의에 대한 주최측의 답변은 알아보겠다, 노력하겠다 등 단답형으로 일관하거나 그마저도 없이 넘어가는 경우도 있어 참석자들의 불만을 야기했다.
이날 공청회에 참가한 한 관계자는 “평가없이 다음 계획을 세운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인데 이번 추진단에서는 평가자료 없이 욕구조사만으로 2기 계획을 세웠다. 그럼 지난 4년간 진행한 1기 계획은 뭐가 되는지 모르겠다. 이번 공청회는 욕구조사발표회가 아닌 계획발표회인데 4분의3이 욕구조사 결과다. 시민을 무시한 형식적인 공청회라고 생각됐다”고 꼬집으며 “실질적으로 19명으로 구성된 지역사회복지협의체에서 복지현장과 관련된 사람은 5~6명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공무원들이라 지역사회의 복지현장을 대표하기 어려운 것 같다. 추상적인 계획에 시의 계획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라는 답변을 듣고 말만 민간단체지 관변단체의 성격으로 변한 것이 아닌가 생각됐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아산시 관계자는 “1기 사업에 대한 평가는 아직 1기 사업이 진행중이라 이뤄지지 못한 것이다. 구체적인 평가계획은 없지만 1기 사업이 끝나고 내년 상반기에 실시할 예정이며, 사업계획이 미비하다는 지적이 있는데 4년간의 계획을 세우는 것이기 때문에 세부계획까지 담기는 힘들다. 연차별 사업계획에 세부계획을 세울 것”이라고 설명한 후 “이번 공청회는 말 그대로 의견을 듣는 자리인 만큼 제시된 의견들을 반영하고 계획을 보완해 대표협의체 최종보고회를 열고 최종 결정할 것"이라고 답했다.
한편, 이날 공청회에서는 지역사회복지계획수립 추진단장의 제2기 복지계획 수립개요 및 비전과 방향 설명에 이어 선문대 김교연 교수, 장안대 최순옥 교수, 서울대 조성은 연구원의 6개 분야(저소득, 노인, 장애인, 아동·청소년, 여성·가족, 지역복지)별 복지계획안 발표가 있었으며, 이번 공청회를 통해 수렴된 전문가 및 지역주민의 의견은 조율을 통해 지역사회복지협의체의 최종심의를 거쳐 7월말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안성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