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주(43·전교조 충남지부 정책실장)
얼마 전까지 전교조는 큰 위기를 맞은 듯 보였다.
하지만 6·2 지방선거 이후 이런 분위기는 조금 바뀐 듯 하다.
서울과 경기를 비롯해 곳곳에서 전교조에 호의적인 진보적 교육감과 교육의원들이 줄줄이 당선됐다. 이영주 전교조 충남지부 정책실장은 “선거를 앞두고 벌인 ‘전교조 죽이기’가 오히려 자충수가 됐다”고 평가한다.
현재 천안북중 수학교사인 이영주 정책실장은 95년 첫 발령을 받고 교직에 몸담기 시작하면서부터 전교조 활동을 시작했다.
학생운동을 통해 깨달은 부조리, 불합리에 대한 저항, 문제의식은 자연스레 그를 적극적인 조합원으로 만들었다.
“학교에 1년 휴직계를 내고 올 한해 전교조 전임자로 활동했습니다. 아내도 싫어해요. 전임에 나서면 대부분 징계대상이 되니까요. 매일 밤 12시를 넘어 들어가기도 하고 못 들어가는 날도 있다보니 딸도 이젠 싫어하는 것 같아요.(웃음) ”
재판 결과도 안 나왔는데 징계 먼저?
하지만 전교조와 교육당국, 나아가 현 정부와의 갈등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전교조 충남지부는 지난달 8일부터 28일까지 20여 일 동안, 도 교육청 앞에서 천막농성을 벌였다. 이영주 실장과 함께 일하던 전교조 충남지부의 선배·동료들은 현재 정치자금법, 정당법,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재판중이다. 이영주 정책실장은 그 직책에 걸맞게 이런 처분의 불합리성을 하나하나 지적하고 나선다.
“검찰자료에서조차 2007년 1월, 후원금 납부 중단과 함께 해당 교원들의 당원활동이 중지된 걸로 명시돼 있습니다. 국가공무원법상 교원의 징계시효는 2년입니다. 검찰이 기소는 했지만 징계시효는 이미 지난 사안인 것입니다. 교과부 장관이 직접 나서서 ‘파면·해임·온정주의 금지’ 등을 언급하는 것 또한 실정법 위반입니다. 공무원의 징계와 양형은 소속기관장의 회부로 열리는 징계위원회에서만 결정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이 실장은 “교사들이 학교에서 수업시간에 특정 정당에 대한 홍보나 정치활동을 했다면 처벌 받는 것이 당연합니다. 하지만 누구하나 그런 적이 없습니다. 공무원이라는 신분 때문에 국민의 한사람으로써 가질 수 있는 신념과 사상의 자유까지도 제한받아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아직 재판결과도 안 나왔는데, 기소시점에서 징계 먼저 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됩니다”라고 거듭 강조한다.
학교에서 밤9시까지 공부하는 초등학생들
최근에는 또 다시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 소위 ‘일제고사’가 논란의 중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이번 시험부터는 시·군 교육청별로 공개됐던 성적이 각 학교별로 공개돼 전국 서열까지 파악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전교조 충남지부가 포함된 충남지역의 32개 교원, 학부모, 시민단체는 시험이 치러지는 13일, 일제고사를 반대하는 학생 100여 명과 체험학습을 떠날 계획을 세워 놨다.
이영주 실장은 “아산 전체 초등학교의 95%이상이 6학년들을 저녁 7시까지 붙잡아두고 ‘공부가 아닌 시험보는 훈련’을 시키고 있습니다. 보령과 연기에서는 저녁 9시까지 아이들에게 시험공부를 시킨다는 제보가 있었습니다. 학생, 교사, 교장, 학부모까지 모두를 힘들게 하는 게 일제고사입니다. 교육현장이 삭막한 경쟁으로 쩔어들고 있습니다”라고 개탄한다.
공부하는 목적을 고민해야
아직까지 전교조에 대한 기존의 부정적 이미지가 완전히 불식됐다고 하기에는 어려운 면이 많다.
이영주 정책실장은 “보수언론의 끊임없는 침소봉대로 부정적 이미지가 확대 생산된 탓도 있지만, 기존의 투쟁 이미지를 쉽게 지워내지 못하고 국민들에게 계속해서 오해를 받는 부분은 분명한 자기반성이 있어야 합니다. 대안있는 실천 활동을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필요성을 느낍니다”고 말한다.
전교조가 갖고 있는 기본철학은 ‘더불어 함께 살기’라는 이영주 정책실장, 그래서 본인 학급의 모토는 늘 ‘공부해서 남 주자’라고.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렇게 열심히 공부하는 목적 또한 중요하다는 이영주 정책실장은 전교조 ‘참교육’의 성과를 많은 사람들이 피부로 느끼는 그런 날이 서둘러 오길 기대하고 있다.
<이진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