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장 발파로 인한 진동으로 김성기씨의 집은 외벽은 물론 내벽에도 10여군데 균열이 생겼다. 김씨는 작고 사소한 것부터 주민의 고충을 살펴주는 그런 지도자를 원한다고 말했다.
-공익이라는 허울좋은 명분에 희생, 고통에 신음하는 소시민을 보살펴야…
“큰 일보다 작은 일을 더 살피는 지도자를 원합니다. 소시민들이 진정 믿고 의지할 수 있는 그런 의원, 시장, 도지사, 대통령을 모시고 싶습니다.”
해마다 급격한 인구증가를 보이고 있는 천안시. 이와 함께 늘어나는 인구를 수용하기 위한 도시기반시설 확충에 열올리며, 그에 따른 각종 증·개축 공사가 이어진다. 지도자들은 막대한 사업비를 끌어들여 엄청난 토목공사를 실시하고, 그 거대한 사업의 완성이 지도자의 가장 큰 역량으로 비춰지기도 한다.
물론 인구증가에 따른 각종 사회간접자본 확충이 중요치 않다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이면에는 공익의 필요성이라는 허울좋은 명분에 가려져 고통받고 신음하는 소시민들이 외면받고 있다. 이들을 보살피는 것도 진정한 지도자의 참모습이 아닐까.
최근 곳곳에 도로공사가 한창 진행중인 천안시 대표적 산간농촌지역인 광덕면을 찾았다. 수없이 드나드는 대형덤프트럭들이 희뿌연 먼지를 흩날리며, 질주하고 있다. 현기증마저 느껴질 정도로 아찔하다.
광덕2리 터널굴착현장과 인접한 마을을 찾았다. 도로공사가 진행되기 전까지는 조용하고 한적한 마을이었다. 무엇보다 가슴이 탁 트일 정도로 물과 공기가 맑고 깨끗했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마을 주민들은 밤잠조차 제대로 이루지 못하며 불안에 떨고 있다. ▲지축을 울리며 질주하는 공사차량의 소음과 분진 ▲새벽부터 밤늦도록 시도 때도 없이 울려대는 폭음 ▲덜컥거리는 중장비 소리 ▲화물차가 돌을 쏟으며 울려 퍼지는 마찰음 등은 정말 끔찍하기까지 하다.
뿐만 아니다. 풍서천의 최상류인 이 곳은 오염으로 인한 생태파괴마저 우려되고 있다. 공사현장에서 생산된 부산물들은 인근 계곡에 쌓이고 있다. 때문에 그 분진은 여과없이 그대로 하천에 유입되고 있다. 하천엔 하얀 돌가루가 유입돼 우윳빛으로 물들이며 바닥에 쌓여가고 있다.
마을 주민들은 최근 공사가 시작되면서 이 마을에서만 볼 수 있던 ‘중태기’라는 물고기가 사라졌다고 말한다. 또한 그 많던 물고기도 어디론가 사라지고 가끔 눈에 띄는 물고기들은 생기를 잃고 있다는 것이다.
만일 비라도 내리면 적재된 돌가루가 씻겨져 인근 하천을 더욱 병들게 하고, 논?밭의 작목생육마저 위협할 것이라고 주민들은 걱정하고 있다.
김성기(65‘광덕2리 안심대)씨는 평생 농사지어 모은 돈으로 두 부부가 남은 여생을 함께 보낼 집을 한 채 지었다. 그러나 공사장 발파로 인한 진동으로 김씨의 집은 외벽은 물론 내벽에도 10여군데 균열이 생겼다. 진동으로 생긴 균열은 벽지가 찢어지며 틈새가 드러났고, 김씨의 마음에까지 깊은 상처를 남겼다.
“공사는 밤낮이 따로 없이 이어지고 있다. 시도때도 없는 발파로 창문이 덜컥거리고, 땅이 흔들려도 참았다. 그러나 어느날 갑자기 집 구석구석이 갈라지며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젠 더 이상 울화가 치밀어 못참겠다. 행정을 책임지는 사람들이 나서서 지역주민을 보호해 줘야 하는 것 아닌가.”
김씨를 비롯한 이곳 안심대 주민들은 대책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작고 사소한 것부터 주민의 고충을 살펴주는 그러한 지도자를 원한다고 말했다. 공사 현장에서 당연히 예측 가능한 민원이다.
지도자에게 바라는 이러한 요구들은 이 곳 안심대 뿐만은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