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매를 키우고 있는 성거읍의 박지연 씨.
“아이들이 욕심이 없어서 다행이죠. 남들처럼 똑같이 해달라고, 사달라고 투정부리지 않는 것만도 너무 고마워요.”
여섯 자매의 엄마 박지연(34·천안시 성거읍 오목리)씨는 어려운 여건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있는 모습이었다.
성거읍 오목리의 오래 된 슬레이트 집. 시골에 오래 전 지어진 탓에 여기저기 불안해 보이는 이 집에는 딸만 여섯을 자녀로 둔 박지연씨와 남편 임씨가 살고 있다.
그리 넓어 보이지 않는 집이지만 여기에는 이들 외에도 세 가정이 공동으로 생활하고 있다.
낡은 대문을 건너 좁은 마당 옆 이들 가족의 방에는 여기저기 아이들이 해 놓은 낙서로 어질어질 하다.
한켠에는 부업을 하느라 치워 둔 자동차 부품들이 눈에 띄었다.
직장생활 탓에 늦은 저녁 인터뷰를 시작한 것도 있지만 기자를 그리 달가워하지 않는 아이들은 연신 엄마에게 매달려 대화를 잇는 것조차 쉽지가 않았다.
8남매 남편과 낳은 여섯 자매들
박지연씨가 남편 임씨를 만난 것은 지난 97년이다.
정식결혼은 아직 하지 못했고 첫 아이 은비가 태어난 99년에 혼인신고와 출생신고를 동시에 해버렸다. 이후 은별이, 은지, 은주, 은솔이, 은혜가 연이어 태어났다.
‘머슴아를 낳으려고 이렇게 많이 낳게 되셨느냐’는 질문에 돌아온 답은 전혀 아니란다.
“남편이 원래 8남매 중 일곱째 였어요. 그런데 중학교 때 부모님을 다 여의게 됐데요. 클 때부터 늘 부모님의 사랑을 그리워했고 결혼 후에도 많은 아이들을 낳고 화목하게 살기를 원했어요. 그러다 보니 이렇게 여섯 자매의 부모가 됐네요(웃음)”
첫째는 은비는 현재 초등학교 5학년인데 막내 은혜는 이제 6개월로 터울만 10년이 넘는다. 첫째와 둘째는 학교가 끝나면 지역아동센터로 가고, 셋째, 넷째, 다섯째는 어린이 집에 있다가 역시 지역아동센터로 모인 뒤 저녁을 먹고 집으로 돌아온다.
얼마 전부터 다시 식품공장에 나가기 시작한 박씨는 퇴근길에 어린이집에 들러 갓난아이 은혜를 데리고 복작복작한 집에 모여 자매들을 챙기기 시작한다.
이후에도 하나 조립하는데 2원에서 6원하는 부업을 하는 터라 잠시라도 몸을 쉬게 하기가 어려운 형편이다. 이전에는 마늘 까는 부업도 했었는데 손톱이 자꾸 빠지고 아이들에게도 마늘 기운이 뻗치는 터라 요즘은 자동차에 들어가는 조그만 부속들을 조립하는 부업만 하는 중이다.
‘아이 많은 집은 육아지원 늘려줬으면’
남편 임씨는 오래전부터 형님이 운영하는 중국집에서 일해 왔다. 10년 정도 형님과 함께 일해 왔지만 얼마 전 사정이 있어 지금은 대리운전과 탁송업무로 일당을 번다.
“솔직히 힘은 들죠. 정부지원 외에 어린이집에 들어가는 돈이 보통이 아니에요. 얼마 전에는 어린이집에서 소풍을 가는데 2만5000원을 내야 했어요. 저희는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들만 셋이다 보니 부담이 되죠. 또 자비로 부담해야 하는 특별활동비, 교재비 등도 다른 사람들의 몇 배가 되는 경우가 많아요” 한다.
자녀들이 많아서 받게 되는 지원도 많을 거라는 기대는 안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 박씨의 단언.
“아이들이 많다보니 세를 구하기도 쉽지 않고, 직장에서도 부담스러워 해요. 잔업이나 특근을 할 수 없으니까요. 차상위 계층이라고는 하지만 지원되는 돈은 한 푼도 없답니다. 아이들이 많은 데다 오래된 집이다 보니 겨울이면 난방비가 월 70만원 이상 들어가 정말 어려워 져요. ‘푸른아이 지역아동센터’가 아니었으면 정말 아이들 못 키웠을 것 같아요. 정부는 그저 아이들 많이 낳으라는데 아이들 숫자만큼 육아지원도 조금 늘려줬으면 하는게 조그만 바람이랍니다.”
<이진희 기자>
아이들이 많은 집은 육아지원도 조금 늘려줬으면 좋겠다는 박지연 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