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철 교육의원 후보, 고교평준화 ‘여론조사’ 실시 공약화 제안
김종성, 연내 ‘천안시 고교평준화 추진위원회’ 구축 공언
강복환, 8월 여론조사 통해 빠르면 내년부터 본격 도입 시작
천안지역 고교평준화와 관련한 논의가 지방 선거정국을 통해 점차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사진은 지난 18일(화), 고교평준화와 관련해 김종성 충남도교육감 후보와 간담회에 나선 평준화연대 회원들.
지방 선거가 가까워지면서 오랫동안 제기되어 온 천안지역의 고입 평준화 논의가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국면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천안지역 시민단체들을 중심으로 줄기차게 이어져 온 고입평준화 요구는 최근 지방선거에 출마한 유력 후보들이 잇따라 내놓는 전향적인 발언에 한층 고무되는 분위기다.
천안의 경우 1980년부터 평준화 지역이었으나 우수학생의 외부유출을 막는다는 등의 취지로 1995년 폐지됐다. 하지만 그후 천안외 충남지역 학생의 유입 증가, 일반계고 선호도 가열, 신설학교 부족 등의 여건이 겹치면서 매년 소위 ‘고입대란’이 있어왔고 그때마다 평준화 실시에 대한 논의는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지난 2006년 오제직 교육감 시절 충남교육청은 평준화 관련 여론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당시 평준화 찬성이 55.7%, 반대 37.9%, 모르겠다 6.5%의 결과가 나왔지만, 당시 오 교육감은 찬성 비율이 70%를 넘지 않는다는 이유로 평준화를 유보했고 이후 지금에 이르고 있다.
현재 전국에서 평준화를 전혀 실시하지 않고 있는 곳은 강원과 충남뿐이다.
김지철, “누가 되든 여론조사 하고 결과 따르자”
고교평준화와 관련해 가장 적극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 사람은 충남교육의원 제1선거구(천안)에 출마한 김지철 후보다.
김 후보는 지난 18일(화) ‘두 교육감 후보와 교육의원 후보에게 드리는 제안’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통해 “고교평준화 ‘여론조사’ 실시를 공약화하자”고 제안했다.
김 후보는 “학생과 학부모의 학교선택권은 평준화 실시 이후 선지원 후추첨 등의 다양한 배정 방법으로 보장할 수 있다. 또한 평준화를 실시하면 천안 지역 인문계 고교에 입학하는 중3학생들의 학력의 질이 균등해지기 때문에 고교간 선의의 경쟁이 가능해져 다수의 명문고를 만들 수 있다. 더불어 타지 학생들의 유입을 차단하는 효과가 있어서 천안지역 학생들을 보호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 후보는 “이제 고교평준화 논의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대세”라며 “누가 되건 모든 후보들은 당선 이후 평준화에 대한 여론조사 실시를 공약화 하자. 그리고 그 결과에 따라 고교평준화를 실시하겠다는 분명한 약속을 하자”고 제안했다.
김종성 후보, 올해안에 고교평준화 추진위 추진
평소 원칙적으로는 고교평준화 도입을 반대한다는 소신을 밝혀온 김종성 충남교육감 후보도 “천안지역 고교평준화와 관련 올해 안으로 공청회 등을 거쳐 고교평준화 추진위원회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관심을 끌고 있다.
김 후보는 지난 18일(화) 오후 7시 선거사무실에서 천안시고교평준화실현을위한시민연대 김난주 사무국장 및 천안지역 진보신당, 민주노동당, 사회당 지방선거 후보자들과 고교평준화와 관련한 간담회를 가졌다.
이들은 “천안지역이 고교평준화가 시행될 경우 교사는 문제풀이식 후진교육이 아닌 경험적 선진교육을 할 수 있다. 또 학생은 친구와 경쟁하거나 형제자매와 비교하는 반 교육 행태에서 벗어 날 수 있다”며 고교평준화 실시를 강력 주장했다. 또한 “천안 학부모들은 사교육비 부담에 덜 시달리게 되고 자녀들의 인성교육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김 후보는 “평준화에 대해 잘 몰라 앞으로 공부를 하겠다. 오제직 전 교육감 시절 고교평준화 공약을 지키지 않았던 사실에 대해 전혀 몰랐다. 각계각층의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가칭 천안시 고교평준화대책추진위원회를 연내에 구축하겠다”며 “시민들을 대상으로 지역별, 계층별 공청회를 열어 다양한 의견을 적극 수렴, 성공모델을 만들겠다”고 답했다.
강복환, 8월 여론조사 따라 빠르면 2011학년도부터
강복환 충남교육감 후보도 19일 오후, 전날 김지철 교육의원 예비후보가 “누가 되건 모든 교육감·교육의원 후보들은 당선 이후 평준화에 대한 여론조사 실시를 공약화하고, 그 결과에 따라 고교평준화를 도입하겠다고 약속하자”는 제안을 “적극 지지한다”고 밝혔다.
강 후보는 교육감에 당선된다면, “7월부터 한달 동안 천안지역에 천안시민, 시민단체, 교육계가 공동으로 심도 있는 공청회를 5회 이상 개최하고 8월말 객관적인 여론조사를 통해 천안시민이 고교평준화에 대한 지지도가 높으면, 외부 성공사례 분석을 통해 2011년부터 전면 준비에 들어가 2012년에 실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강 후보는 또, 천안 동남구, 서북구 읍·면 지역에 기숙형 공립학교를 각각 신설해 평준화를 바탕으로 지역명문고를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또 질 높은 원어민강사 100% 배치, 우수한 시청각 자료 발굴과 영어회화 콘텐츠 확보, 우수교사 해외연구 등을 실현하여 글로벌 인재 양성과 학력신장을 이룰 수 있다고 주장했다.
평준화 연대, “평준화 필요성 더 알려내겠다”
평준화연대 김난주 사무국장은 “일단 천안지역 고교평준화 논의가 활기를 띄게 된 것 자체가 고무적”이라며 앞으로의 활동에 더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김 사무국장은 “특히 지난 17일(월) 교육평론가 이 범 씨의 천안시 고교평준화에 대한 제언을 통해 참가자 대부분이 평준화와 관련한 확신이 들었다. 앞으로 평준화연대 참가 단체들은 개별적으로 평준화와 관련한 진실과 필요성을 알려내는 간담회, 설명회를 열 예정이다. 각 후보들에게도 방송토론회 등을 적극 제안해 유권자들이 평준화와 관련한 각 후보별 입장을 더 명확히 이해하고, 선택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19일, 교육감 후보들이 잇따라 보도자료를 내고 평준화에 대한 입장을 밝히자 평준화연대는 20일(목)자로 ‘천안시 고교평준화 추진협의회 준비위를 출범하자’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강 후보와 김 후보의 19일자 공약에 대해 우리는 반신반의할 뿐이다. 본 시민연대는 충남의 35%에 해당하는 천안학생들의 미래를 담보로 ‘충남교육 대통령’직을 맡게 되는 후보들이 천안 시민 한 표 한 표가 확신에 찬 산 표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며 요구사항들을 제시했다.
요구사항은 ▷5월24일까지 천안시 고교평준화 추진협의회 준비위원회를 구성할 것 ▷5월26일 평준화 문제에 대해 방송 토론회를 개최 ▷6월 한 달 동안 순회 공청회를 4회 개최 ▷7월 여론조사를 실시해 51% 이상이 찬성하면 2012년도 적용을 공표할 것 등이다.
한편, 현재 천안시 고교평준화 실현을 위한 시민연대에는 평등교육실현을위한천안학부모회, 전교조천안중등지회, 전교조천안초등지회, 참교육실현을위한학부모회, 천안여성회, 천안KYC, 천안YMCA 등 24개 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이진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