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필요한 것은 농사지을 물입니다.”
지난해 사상 유례없는 가뭄을 겪은데 이어, 영농철을 앞둔 올해도 봄가뭄은 조금도 가실 줄 모르고 있다. 요즘 농촌들녘은 봄가뭄이 지속되자 작년의 악몽을 떠올리는 농민들의 한숨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한송규(31?병천면 병천6리)씨는 지난 3월초 7마지기(약 1천4백평) 논에 물을 공급해 줄 농업용관정 굴착작업에 착수했다. 그러나 20m 이상 뚫었으나 고대하던 물은 나오지 않았다. 결국 지하수 개발업체는 더 이상 개발을 포기한 채 철수하고 말았다.
개발하려던 농업용 관정은 한씨가 지난해 천안시의 한해대책 지원사업 대상자로 선정돼, 영농철에 앞서 농업용 관정개발을 시도했던 것이다.
한씨는 관정개발에 실패하자 인근 하천의 물을 끌어들이기로 했다. 하천에 집수정을 매설하고 자신의 논까지 4백여m에 이르는 거리에 중장비를 동원 공급관을 매설해 물을 확보하기로 한 것이다.
이 작업은 관정개발비 1백80만원(보조금 1백20만원, 자부담 60만원)보다 두배 이상 경비가 소요되는 작업이다. 한씨는 4백만원 가량 예산을 들여서 작업을 완료했다. 그러나 집수정 설치는 관정개발보다 두 배 이상의 예산이 투입되는데도 불구 단 한푼도 지원되지 않았다.
정부의 보조금 지원사업목적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한송규씨는 “한해대책지원은 농업용수를 확보하지 못하는 농가를 위해 실시하는 사업으로 알고 있다. 근본 목적은 물이 필요한 농가에 물을 공급해 주는 것이 아닌가. 파도 나오지 않는 물을 어떻게 개발하라는 것인가.”라고 말했다.
한씨의 논은 7마지기(약 1천4백평). 이 곳에서 생산된 쌀을 돈으로 환산하면 잘 됐을 경우 3백만원 남짓된다. 인건비는 고려하지 않는다 해도 농기계 이용료나 각종 농자재비용을 제하고 나면 사실 남는 것이 거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사 지으려는 것은 땅을 놀릴 수 없기 때문. 만일 땅을 놀릴 경우 더 많은 세금이 부과된다. 논을 놀리지 않으려면 농업용수를 확보해야 하는데 그 농업용수를 확보하는 비용이 1년간 창출되는 총 소득보다 더 많은 4백여만원이 소요된 것이다.
한씨는 “불가능한 것을 어쩌란 말인가. 더 많은 비용을 바라는 것도 아니고 단지 배정된 예산 한도내에서라도 집행해 달라는 것이다. 결국 필요한 것은 농업용 물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