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들의 손놀림이 바빠졌다.본격적인 영농철로 접어들며 한 해 농사를 준비하는 분주한 움직임에 활력이 묻어난다. 겨우내 얼었던 들녘에는 파릇파릇 생명이 움트고 있다. 요즘 농촌 어디를 가도 볼 수 있는 풍경이다. 특히 가장 중요한 쌀을 생산하기 위한 못자리 준비에 여념이 없다. 못자리를 준비하는 어느 노인의 말이 깊은 인상을 남겼다.“매년 이맘때면 곡식이 떨어져 배곯던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쌀 걱정 없어진 것만도 큰복으로 알던 시절이 있었지. 그런데 지금은 앉아서 밥만 먹고 살 수 없는 세상이라는 것과 앞으로 더욱 어려워지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혀.”그래도 그들은 지금 희망을 심고 있다. 볍씨에서 움터나는 새싹이 조금만 더 지나면 땅에서 풍부한 영양을 공급받아 뿌리와 줄기를 내리고, 풍성한 수확을 안겨줄 것이기 때문이다.노인은 이러한 일련의 노동의 대가를 결코 경제적 가치로 환산하지 않았다. 그저 만물이 소생하는 계절에 사람에게 꼭 필요한 에너지를 제공해 줄 생명을 기르고 수확을 거두며, 그 속에서 보람과 만족을 찾으려 하는 것이다.“젊었을 때 떠난 사람들은 나름대로 도시서 자리잡고 산다. 나도 돈벌이만을 추구했다면 지금처럼 농촌에 남아 있지 않았을 것이다. 막노동을 하더라도 도시로 나갔을 것이다.”비록 어렵고 힘든 농촌이더라도 그만의 희망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