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초등학교 축구부가 예산부족, 선수발굴 미진, 행정당국과 시민들의 무관심으로 해체위기에 놓여 있다.
-열악한 재정, 교체멤버 없이 14명 선수 근근이 유지
“저의 유일한 꿈은 태극마크를 달고 월드컵에 출전해 국가의 명예를 드높이는 일입니다. 축구를 계속 할 수 있도록 해주세요.”
천안초등학교 축구부 정지환(6년) 주장을 비롯한 천안초등학교 축구부원 14명의 간절한 소망이다.
요즘 천안초등학교 축구팀은 오는 13일(수)∼15일(금)까지 제주도에서 열리는 ‘제2회 칠십리배 전국초등학교 축구연맹전’에 참석하기 위해 맹연습 중이다. 본 경기는 전국 84개 초등학교팀이 신청을 마친 상태다.
어쩌면 이번 대회를 끝으로 천안초 선수들은 적게는 1년에서 많게는 6년이라는 짧은 선수생활을 마감해야 할 지도 모른다.
◆이제 더 이상 버틸 자신이 없네요
“천안시내 유일한 축구꿈나무의 산실 천안초등학교 축구팀이 어려운 재정과 선수부족, 천안시민의 무관심 속에 2002년 월드컵이 열리는 해인 올해 3월을 넘기기가 어렵게 됐습니다. 우리 꿈나무들에게는 잊을 수 없는 한 해가 될 것 같아 이 글을 올립니다.
부모들에게만 의존하고 있는 열악한 환경의 축구팀은 그동안 전국대회에서도 상위입상해 천안의 위상을 높인바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학부모들의 어려운 가정형편과 부담때문에 어린 축구꿈나무들이 축구장을 떠나야 하는 안타까운 현실에 놓여 있습니다.
뜻있는 천안시민들의 성원과 정성을 모아 우리 축구꿈나무들이 날개를 펼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주시고 또한 재능있는 꿈나무들이 꿈을 펼칠 수 있도록 했으면 합니다.”
지난달 말, 본지에 날아든 한 통의 편지 내용이다.
한마디로 30년 가까운 전통을 유지해 온 천안초등학교 축구부가 올해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는 것이다.
천안초등학교 축구팀은 지난 75년 창단해 올해 27년째로 접어 들었다. 정부나 지자체, 학교 동문 또는 각계 인사들의 후원을 호소하는 내용이다. 실제로 천안초 축구부 환경은 점점 열악해져 가고 있다.
축구선수 학부모들로 구성된 운영위원회(회장 최종완)에 따르면 천안초 축구팀의 연간 최소 경비는 8천만원 가량(지도자 급여 포함) 소요된다고 밝혔다. 그 예산 전액은 선수 개개인 부모의 몫으로 돌려진다.
현재 14명으로 구성된 선수 부모들이 전액을 부담해야 하는 처지. 이렇다보니 재능있는 선수마저 과다한 경제적 부담으로 인해 운동을 포기해야 하는 사태가 발생된다. 뿐만 아니라 매 시합때마다 학부모들은 또다시 주머니를 털어야 한다.
이제 더 이상 축구팀을 유지할 여력이 없어 축구팀을 운영하고 있는 학부모들이 최후의 수단으로 나섰다. 천안초등학교 축구팀이 무너질 경우 비슷한 처지의 다른 체육팀에도 상당한 동요가 미칠 것으로 예견된다.
◆선수발굴도 최악
선수 발굴도 최악의 상황이다.
올해 축구부원의 절반인 14명의 선수가 졸업과 함께 천안초등학교 축구팀을 떠났다. 반면 새로 영입된 학생은 단 1명으로 현재 14명으로 팀을 구성하고 있다. 전력상 막대한 차질은 물론 팀을 더 이상 유지하기조차 힘들 것으로 보인다.
현재 남은 선수 중 6학년이 7명, 5학년 5명, 4학년 1명, 3학년 1명으로 구성돼 있어 사실상 팀운영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올해는 어떻게 해서든 넘긴다 하더라도 내년은 기약도 없다.
축구는 11명이 뛰는 경기다. 시합에 출전하더라도 부상자가 발생할 경우 대체선수가 전무한 실정이다. 또한 더 이상 선수발굴을 하지 못할 경우 6학년 전원이 졸업하고 나면 팀구성의 최소인원조차 채우지 못하게 된다.
남은 선수도 5∼6학년 선수가 대부분인 점을 감안하면, 새로운 선수를 발굴한다 하더라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
그러나 무엇보다 힘든 점은 28명의 학부모가 부담하던 축구부 예산을 그 절반인 14명이 부담해야 하는 점이다. 연간 8천만원의 예산을 확보하려면 매월 선수 1명당 최소 60만원을 부담해야 한다.
학부모들은 차라리 축구를 육성하는 다른 학교로 옮기든지, 아니면 축구를 그만둬야 할 형편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것도 쉽지 않다. 천안관내 유일한 축구팀 보유학교는 성거초등학교 한곳 뿐이다. 그렇다고 한 두명도 아닌 팀 전체를 영입할 수는 없는 상황.
학부모들이 주장하는 또다른 대안은 선수층 확보가 용이하도록 학생수가 많은 학교에서 천안초등학교 축구팀을 받아주는 방법이다. 현재 천안초등학교 전교생수는 7백명도 채 안된다.
따라서 선수발굴도 자체적으로 해결한다는 것이 불가능하다. 현재 대부분 축구부원도 다른 학교에서 모집해 온 인원이다.
천안초등학교 운동장도 선수들이 훈련받기에는 부적합하다. 때문에 선수들은 천안중학교 등을 전전하며 연습을 갖는다. 시설이 규격에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비라도 한 번 내리면 운동장은 사용 불가능할 정도로 배수가 되지 않는다.
◆모든 책임은 학부모가
이러한 현실은 천안초 축구팀뿐만 아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각 학교에서 육성되고 있는 체육특기선수들에 대한 뒷받침은 전적으로 부모의 몫이다.
중?고등학교로 올라갈수록 부담은 더욱 심해진다. 특히 엘리트체육에 길들여진 선수들은 중도에 쉽게 다른 길을 모색한다는 자체가 힘든 상황이다.
지난해 6월 한국일보 인터뷰기사에서 농구선수 허 재는 “자신은 최고의 스타로서 한국농구의 대들보 노릇을 해왔지만 아들은 농구에 뛰어난 자질은 보이지만 선수로 키우는 것이 부담스럽다”고 말한 적이 있다. 아버지로부터 받았던 헌신적인 뒷바라지를 자신의 아들에게 물려줄 자신이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만큼 부모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크다는 것을 반증한 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