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린 만큼 거둘 수 있는 한 해가 됐으면 더 바랄게 없겠다.”
전윤배(65·풍세면 용정4리, 사진 오른쪽)씨의 말이다.
지난 2일(수) 풍세면 용정4리 마을회관에는 10여명의 주민들이 모여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요즘 어느 지역이나 마찬가지로 농한기 풍경은 대부분 한산하다. 비닐하우스 등 시설재배 농가들은 시설 개·보수와 작목선정에 대한 고민을 하고, 축산농가들은 축사의 가축을 돌보는 일에 여념이 없다.
그러나 논, 밭을 이용한 전통작물 위주의 대부분 농민들은 마을 사랑방에 모여 윷놀이를 즐기고, 일부는 국내·외 정세와 관련된 열띤 토론을 벌이기도 했다.
올해 전씨는 4천평의 논에 벼농사를 지어 2백가마의 쌀을 생산했다. 최근 수매를 마치고 수중에 쥔 돈은 1천만원 남짓. 그러나 지난해 농약, 비료, 농기계 사용 등 생산비를 제외하고 남은 돈은 몇 백만원.
전씨가 지금까지 농·축협에서 대출한 부채 원금은 4천만원. 이자를 갚고 나니 수중에 남는 돈은 단 한 푼도 없다며 오히려 적자를 모면한 것이 다행이라고 푸념했다. 일년내내 힘들게 농사지어도 나아지는 것이 없으니, 이젠 희망마저 사라졌다고 말했다.
일부 젊은 영농인들은 농한기를 이용, 도시에서 일자리를 찾는 등 부업에 여념이 없다. 새해 영농자금이나 생활비라도 마련하려는 것이다.
같은 마을의 문봉환(7·사진 왼쪽)씨는 “70여년간 농촌에서 태어나 농촌을 지키며, 농업을 천직으로 여기며 살고 있다. 그러나 갈수록 어려워지는 농촌실정이 그저 안타깝기만 하다”는 넋두리를 털어놨다.
이들의 한결같은 소망은 땀흘리고 노력한 만큼의 소득이 보장됐으면 하는 바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