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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도 눈물도 없는 백의의 천사(?)

등록일 2001년12월22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중환자실 간호사들은 피도 눈물도 없다더라.”“거칠고 독한 성격을 가진 간호사들만 중환자실에 모여 있다.”… 중환자실에서 근무하는 간호사들에 대한 입소문이나 막연한 추측들은 엄청난 편견과 오해로 얼룩져 있다. 심지어 말도 안되는 억측들이 실제 목격한 사실처럼 확대돼 굴절된 시각으로 비쳐지기도 한다. 그러나 ‘천만의 말씀’이다. 이 곳 간호사 입장에서는 정말 억울한 누명이 아닐 수 없다. 지난 18일(화) 오후 5시. 일반 직장인들의 귀가행렬이 이어지는 시간 순천향천안병원 중환자실을 방문했다. 밤근무를 준비하는 간호사들은 분주하게 움직였고,일과를 마치고 피로에 지친 간호사들은 잠시 숨을 돌리고 있었다. 위급한 환자들이 누워 있는 중환자실 문앞에는 환자 가족들이 초조한 모습으로 발을 동동 구르며 대기하고 있었다. 갑자기 사고소식을 듣고 달려 왔는지 눈물을 흘리며 오열하거나, 눈을 감고 차분히 기도를 올리는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평소 중환자실은 의사와 간호사만이 출입할 수 있다. 환자 가족들도 지정된 면회시간 이외에는 출입이 제한된다. 24시간 중환자실을 지키는 간호사들은 과연 피도 눈물도 없는 것일까. 권인숙(37?사진 왼쪽) 수간호사는 87년부터 순천향천안병원 중환자실에 근무하고 있다. 14년간 위급한 환자들과 생활하며 환자와 환자 가족들에게서 희로애락을 느껴왔다. 권 간호사는 중환자실에서 근무하며 간호사의 진정한 역할이 무엇인지 알게 됐다고 말한다. 경력 7년된 강수미(29?사진 오른쪽) 간호사는 스스로 중환자실을 지원했다고 말한다. 당시만 하더라도 응급실, 수술실, 중환자실은 가장 기피하던 곳이었다. 강 간호사가 중환자실을 선택한 이유는 직접 환자들을 만나서 간호하며, 보다 전문성을 키우기 위해서다. 권 간호사는 “의식불명상태의 환자가 의식을 되찾았을 때 느끼는 감동은 말로 표현 할 수 없다”고 말한다. 반대로 “병세가 악화되거나 사망하는 경우 무너지는 아픔 역시 말로 표현이 안된다”고 덧붙였다. 중환자실로 들어서는 환자들은 모두 위급한 환자들이지만 나갈 때는 두 종류로 나뉜다. 상태가 호전돼서 나가는 환자와 반대로 악화돼서 나가는 환자들이다. 사경을 헤매던 환자가 극적으로 소생하거나 때론 사망하는 경우가 다반사. 이때 만감이 교차하며 희비가 크게 엇갈리는 것이다. 때론 환자나 가족들로부터 모욕적인 말과 심한 욕설을 감수해야 한다. 어떤 환자는 물건까지 집어 던지며 위협적일 때도 있다. 이때 간호사들은 또다른 환자의 보호를 위해 그들을 자제시켜야 한다. 강 간호사는 유난히 눈물이 많고 마음이 여리다. 그러나 중환자실에 근무하면서부터 그 모든 것을 가슴속에 감추게 됐다. 자신이 돌보던 환자가 사망했다고해서 그 슬픔에 사로잡혀 있으면, 또다른 환자를 돌볼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럴 때 보여진 모습들이 오해의 시발이 됐을 것이다. 수술환자의 가래를 받아내는 일, 신체의 한 부분을 잃고 낙심하는 환자를 보살피는 일, 피에 얼룩진 상처를 닦아주는 일 등은 사명감 없이는 할 수 없는 일이다. 정말로 중환자실 간호사들이 독하거나 피도 눈물도 없는 사람들이었다면 환자들을 버려두고 병실을 떠났을 것이다. 그러나 그 누구보다 따뜻한 가슴을 가지고 있기에 그들은 중환자실을 지키는 것이다. 올해 순천향병원에서 선발한 새내기 간호사는 80명. 이들 중 절반 이상이 가장 힘들다는 중환자실을 지원했다고 한다. 밤과 낮이 수시로 뒤바뀌고 불규칙한 생활 속으로 뛰어든 새내기 간호사들에게도 격려를 보낸다.
이정구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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