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는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농민의 열악한 농업환경을 지원할 수 있다.
천안시청 농성현장을 방문한 천안시의회 의원들도 천안시가 쌀값안정을 위한 예산안을 올리면 최대한 승인한다는 입장이다.
지자체는 쌀 가격지지를 위해 특별예산을 편성, 시중가와 수매가의 차액을 보전해 줘야 한다는 천안농민회의 주장은 결코 무리한 요구가 아니다. 이를 가지고 예산집행의 공정성 논란이나 도농 형평성, 지역형평성 운운할 성질이 못된다.
농업기반이 무너졌을 경우 예상되는 사회적 혼란과 파장을 생각하면, 포크레인으로 해야 할 작업을 호미로 막는 정도에 불과하다.
지난 8일(목) 천안시청 회의실에서 열린 이근영 천안시장과 농민대표와의 면담에서 이근영 천안시장은 지자체의 직접지불과 WTO(세계무역기구)의 협약위반여부에 관해 언급했다. 또한 타 시군과의 형평성, 중앙정부와의 관계 등을 들며,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강원도 평창군(군수 권혁승)은 올해 국내에 처음 도입된 논농업 직불제보다 한 발 앞서 이미 지난 99년부터 전국 최초로 밭농사에 대한 직접지불제를 실시하고 있다.
직접지불제도는 WTO체제 이후 자국 농업보호를 위해 세계각국에서 다양한 형태로 실시하고 있는 제도다.
일본, 유럽연합(EU), 스위스를 비롯한 많은 나라에서는 자국의 지역실정에따라 농민들의 생산비를 보전하는 각종 정책을 아끼지 않고 있다. 중앙정부가 할 수 없는 부분까지 지방정부의 의지로 모색해 나가고 있다.
우리나라 식량자급률은 30%도 채 안된다. 농산물 수입개방으로 가격폭락이 심각한 가운데 그나마 가격이 안정적이던 쌀마저 포기한다면 더 이상 농업과 농촌의 존재 의미가 없다.
소득은 둘째치고 생산비 보장조차 되지 않는 국내 농업현실에서 농업이 살아날 수 있을까.식량안보 차원에서 생각하면 오히려 정부가 농민에게 농업만은 포기하지 말아 달라며 충분한 지원을 해야 한다. 그나마 열악한 환경에서 농업을 지키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농민들을 정부가 애써 외면하는 느낌마저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