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목) 경찰병력이 투입돼 천안시청사를 지키고 있는 가운데 시위에 나선 농민들이 ‘쌀값안정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쌀값안정 지자체가 나서라’
시청뜰 벼쌓고 무기한 천막농성
대풍년을 안겨준 농촌 들녘은 긴 동면에 들어갔다.
그러나 수확기부터 시작된 쌀값폭락과 함께 찾아온 농민들의 깊은 시름은 잠들 줄 모르고 있다. 결실을 눈앞에 둔 탐스런 곡식을 갈아 엎고, 볏가마를 불사르며 전국 곳곳에서 농민 시위가 두 달 넘게 이어지고 있다.
지난 5일(월) 전국농민회총연맹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쌀 생산비는 80㎏당 16만5천8백59원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산지에서 거래되는 15만1천8백15원보다 1만원 이상 높은 가격이다.
전농에서 발표한 생산비는 농림부와 농협의 자료를 근거로 산출한 것이며, 산지 쌀가격 역시 지난달 말 농림부가 발표한 것이다.
결국 농민들은 산지가격보다 9% 높은 생산비를 들여 농사를 짓고 있는 셈이다. 이는 올해 정부의 약정수매가 16만1백60원 보다도 3% 높은 수치다.
전국적으로 농민들의 볏가마 야적시위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천안농민회(회장 정진옥) 회원과 지역 농민들도 지난 4일(일)과 7일(수) 2차례에 걸쳐 천안시청 앞마당에 볏가마 3천포대를 쌓고 무기한 천막 농성에 들어갔다.
천안농민회는 쌀값안정을 위해 지방자치단체도 적극 나서야 한다며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농성은 계속 될 것이라고 밝혔다.
천안농민회 정진옥 회장은 “수확기부터 쌀값이 폭락해 대책을 촉구하는 농민들의 요구가 계속됐지만 정부와 지자체, 농협 등은 현실적인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천안시는 중앙정부와 병행해 자치단체의 예산을 편성해 쌀값 보장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천안시농업경영인연합회(회장 김주열)를 비롯한 천안지역 5개 농민단체들도 오는 12일(월) 볏가마 7천포대를 농협중앙회 천안시지부에 적재한 후 무기한 점거농성을 계획하고 있다.
차액보전 지자체가 실시하라
지난 4일(일) 저녁 6시 볏가마를 가득 실은 차량행렬이 천안시청을 향했다.
천안시 농민회(회장 정진옥)를 비롯한 지역농민 50여명이 쌀값 안정에 지자체의 적극 개입을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이날 7시부터 쌓기 시작한 벼 2천4백 가마 운반작업은 자정이 넘어서야 끝났다. 이어 무기한 천막농성에 돌입한 농민들은 지난 7일(수) 5백여가마를 추가로 적재했다.
또한 지난 8일(목)에는 천안농민회를 비롯한 지역농민 1백여명이 천안역광장에서 쌀값보장을 요구하는 집회를 갖고 천안시청까지 가두행진을 벌였다. 천안시청에 도착한 농민들은 시청 정문 앞에서 경찰들과 대치하며, ‘쌀값안정’‘시장면담’을 외쳤다.
같은날 천안시청 회의실에서 시장면담에 응한 이근영 천안시장은 정진옥 천안농민회 회장을 비롯한 농민대표 8명과 2시간동안 면담을 가졌으나 농민들의 요구에 대한 구체적인 해답을 제시하지는 못했다.
이근영 천안시장은 “농민들의 입장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천안시 단독으로 결정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다”라며 “타 시·군 보다는 더 나은 조건의 지원을 실시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에대해 농민들은 “천안시장은 중앙정부나 타 자치단체의 방침에 연연하지 말고, 소신껏 선도적 입장에 서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날 농민들이 천안시에 요구한 사항은 특별예산을 편성해 지역 RPC와 농협 수매가 그리고 정부수매가의 차액을 보전하라는 것이다. 또한 단기적 해결방안이 아닌 장기적인 계획이 따라야 한다며 2가지 요구안을 제시했다.
▲첫째는 천안시 관내 RPC 자체 수매및 농협자체 수매가 5만4천원과 정부수매가(1등기준 6만4백40원)의 차액 6천4백40원을 지자체에서 보장 ▲정부가 제시한 수매와 농가의 자가소비물량을 제외한 순수시장 유통물량에 대해서도 지속적인 직접지불제를 시행하라는 내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