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9년 국내 프로권투의 등용문이라 할 수 있는 신인왕전에 6체급 출전 4체급 석권, 2000년 2체급 출전 2체급 모두 우승을 차지해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던 김명복 권투교실이 제2의 도약을 위해 지난 27일(목) 봉명동 천고사거리 부근에 둥지를 틀었다.
선수들을 더 나은 환경에서 훈련시켜야겠다는 김명복(49) 관장이 드디어 그 꿈을 이룬 것이다. 김 관장은 권투선수들이 늘 열악한 시설에서 훈련받으면서도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는 현실에 대해 회의를 가졌었다.
1백60평 가량의 넓은 시설을 확보하고, 제2의 도약을 다짐하고 있다. 1층엔 각종 운동기구를 설치해 기초체력 단련장으로 활용하고, 2층엔 김 관장만의 독특한 철학이 담긴 ‘인성수양의 장’을 만들었다.
또한 3층엔 선수들이 합숙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춰 오로지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국내는 물론 동양에서 가장 완벽한 시설이라고 김 관장은 자평했다.
인성수양의 장은 김 관장이 사각의 링을 지칭해 부르는 말이다. 권투뿐만 아니라 모든 운동에 있어 인성교육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 김 관장의 지론이다.
“권투는 단순히 주먹으로 상대방을 때리는 과격하고 거친 운동이 아니다. 철학이 없는 운동은 진정한 스포츠라 할 수 없다. 스스로를 다스릴 줄 알고, 상대를 배려할 줄 아는 선수가 진정한 스포츠맨이다.” 김관장이 항상 강조하는 말이다.
이날 권투에 대한 시민의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 국내 유일의 세계 챔피언인 최유삼(28?라이트플라이급) 선수와 손종호 선수의 시범경기를 이벤트로 준비했다.
또한 과거 세계 챔피언에 등극하며 국민적 영웅으로 떠올랐던 추억의 복서 홍수환(51)씨를 비롯한 국내 권투원로 및 관계자들을 초청해 자리를 빛냈다.
현재 김명복 권투교실 관원은 1백여명에 이른다. 물론 선수는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20여명의 여성관원을 포함해 운동을 즐기려는 학생이나 일반인이 대부분이다. 심지어 주부나 노인까지도 김 관장의 지도를 받으며 땀 흘리고 있다.
이들 중 소질이 보이고, 본인이 희망하는 경우 본격적인 선수훈련을 받는 것이다. 신인왕전에 출전해 우승의 영예를 안았던 6명의 선수도 모두 일반 관원에서 발굴해 몇 개월간 집중훈련을 통해 육성한 선수들이다.
김명복 권투교실 소속 선수 2명이 오는 10월 아프리카와 인도네시아로 김연집(27·수퍼라이트급) 손종호(21·라이트플라이급/천안외대 재학중)선수가 각각 원정경기를 떠날 예정이다. 세계 챔피언을 향한 첫 걸음이라 할 수 있는 이번 경기에 거는 김 관장의 기대가 크다.
“권투는 무리한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 확실한 철학이 있으면 시합에서도 반드시 이긴다. 또한 축구나 야구, 농구보다 안전한 운동이 권투다. 권투를 통해 허약했던 체력과 정신력도 키울 수 있다”고 김 관장은 확신한다.
김 관장은 한때 가난하고 못 배운 사람들이 주먹만 믿고 몸을 던지던 체육관, 또는 건달들이 모여들던 음성적인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그리고 그것을 입증하기 위해 김 관장의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이정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