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시 버들육거리에 위치한 김명준 외과의원. 천안의 역사와 함께 한 가장 오래된 병원이다. 바로 이곳에서 노의사 부부가 아름다운 황혼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김명준(67·외과 전문의) 원장과 그의 부인 정덕현씨(65·소아과 전문의). 이들 부부는 바로 이 자리에서 오늘까지 30여년간 고통을 호소하는 천안지역 환자들에게 사랑의 인술을 베풀고 있다.
공휴일을 제외하고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30분까지 단 하루도 어기지 않고 진료활동을 펴고 있다. 또한 병원에서 26년간 생활하며 늘 환자들 곁을 떠나지 않는다.
그것은 긴급 상황이 발생하면 언제라도 환자를 돌보기 위한 안배였다.
그 덕분에 많은 환자들이 위급한 상황에서 벗어나기도 했다. 노의사 부부는 30여년간 의사생활을 회고하며 “남은 여생도 의사로서 부끄럽지 않게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환자를 돌보며 사는 것이 작은 희망”이라고 말했다. 또한 “건강이 허락하는 한 지역주민들을 질병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도록 건강의 파수꾼 역할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김 원장 부부가 처음 만난 것은 1959년. 당시 서울대 재학 중이던 김명준씨는 이화여대 재학중이던 정덕현씨와 동아리활동에서 만났다.
그리고 서로에 대한 믿음과 우정이 사랑으로 이어져 대학을 졸업하던 63년 결혼식을 올렸다. 결혼식을 올린 후 5일만에 잠시 쉴 여유도 없이 전주예수병원에 합류했다. 또한 이곳에서 인턴과 레지던트 과정을 나란히 마쳤다. 김 원장은 당시 수술만도 한달에 2백∼3백건씩 맡아야 했다고 회고했다.
그리고 두 부부는 각각 외과와 소아과 전문의 자격을 취득했다.
젊은 부부가 전혀 연고도 없는 천안지역에 정착한 것은 소외된 농촌지역의 열악한 의료혜택에 대한 탄식에서부터 시작됐다. 또한 공교롭게도 신혼여행지가 온양온천이었다. 때문에 지역에 대한 애착이 남달랐는지도 모른다.
김 원장이 공군 소령으로 군복무를 마치던 71년 홍성에서 김외과 의원을 개원했다. 그리고 75년 현 김명준 외과의원으로 이어졌다.
김 원장 부부가 홍성과 천안에서 진료활동을 펴는 동안 헤아릴 수 없이 많은 환자들이 고통으로부터 해방됐고, 완치된 환자들이 그들을 다시 찾아 감사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또한 그것이 이들 부부의 가장 큰 보람이고 행복이기도 했다.
그들은 이에 그치지 않고 사회봉사 활동에도 앞장서고 있다. 특히 지난 77년 천안로타리클럽에 가입한 이래 24년간 각종 사회봉사 활동을 하며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공적을 남겼다.
20년 가까이 천안시 의사회 일을 맡아 활동하며 의료계에 큰 치적을 남긴 것은 물론 후배들에게 방향을 제시하며, 지역 의료계의 맏형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김명준 외과의원 개원 당시만 해도 천안을 비롯한 농촌지역에서 의료혜택을 찾아보기란 거의 불가능했던 시절이다.
정확히 말하면 김 원장이 천안의 15번째 의사였다. 그러나 현재는 2개의 대학병원과 개인종합병원, 2백여명의 개원의 등 모두 7백69명의 의사가 천안지역에서 진료 활동을 벌이고 있다. 바꿔 말하면 당시 상황이 상대적으로 얼마나 열악했는지 짐작할 만하다. 이러한 모든 공로가 인정돼 지난달 17일(금) 호서대학교(총장 정근모)는 그동안 지역의료계에 헌신해 온 김명준 원장에게 명예의학박사 학위를 수여했다.
30여년간 지역민들을 위해 그들이 해온 역할에 비하면 아주 작은 영광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들의 삶은 많은 후배 의학도들에게 큰 귀감이 되지 않을까.
두 자녀를 출가시킨 김 원장 부부는 병원에 딸린 살림집에서 단 둘이 아름다운 황혼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그리고 언제나 변함없이 고통을 호소해 오는 또 다른 환자를 돌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