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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환배 과수단지 현장스케치 - 배꽃에 파묻힌 마을

배꽃에 파묻힌 마을

등록일 2005년05월03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배꽃 개화 절정, 배나무 시집 보내는 날울산, 나주와 함께 3대 배 주산지로 꼽히는 성환읍에는 요즘 새하얀 배꽃 물결이 장관을 이룬다. 마을마다 굽이마다 흐드러지게 핀 새하얀 배꽃 잎이 맑은 햇살에 반사돼 차마 눈을 수가 없을 정도로 눈부시다. 때맞춰 성환읍 배 과수단지는 지난 1주일간 가장 바쁜 시기를 보냈다. 이 시기를 놓치면 과수의 결실이 불량해지기 때문에 배 밭마다 사람들이 벌, 나비가 돼서 직접 인공수분을 실시한 것이다. 개화가 절정에 달한 배 밭을 가보았다. 마을과 산, 들녘이 온통 배꽃에 파묻힌 장관은 지난 주 절정에 달했다.배 나무 시집보내는 날올해는 예년에 비해 저온현상이 심해 개화기가 1주일 가량 늦었다. 과수원 1년 농사는 개화기 날씨가 좌우한다. 한 때는 개화기 내내 비가 내린 적도 있다. 그때는 농민들 근심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하지만 올해는 청명한 날씨 덕분에 개화기가 순탄했다. 결실기와 성숙기만 태풍피해 없이 잘 넘기면 풍년이 예상된다. 대를 이어 3만여 평의 배 농장을 경영하는 성환읍 율금리 유일농원(대표 유영오)을 찾았다. 유일농원은 15∼30년 생 2천5백주의 배나무에서 연간 3백여 톤의 배를 생산하고 있다. 이날 10여 명의 품앗이 농부들이 인공수분에 여념이 없었다.배나무는 암나무와 수나무로 구별된다. 수나무에서 꽃가루를 채취해 암나무에 뿌려주는 작업이 인공수분 작업이다. 자연수정이 되려면 벌과 나비들이 꽃가루를 옮겨 주든지 아니면 바람을 타고 꽃가루가 암꽃에 날아들어 묻어야 한다. 그러나 수정률이 떨어지기 때문에 일일이 사람의 손이 필요하다. 새참 먹을 시간도 없어요배 과수 단지를 둘러보면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는 표현이 실감난다. 농부들은 새참 먹을 시간조차 아껴가며 인공수분에 여념이 없었다. 이날 유일농원 간식은 잘 삶아진 고구마와 살얼음 띄운 시원 달콤한 식혜 한 사발. 스텐레스 대접에 가득 퍼담은 밥알이 동동 뜨는 식혜와 주먹만한 고구마 한 개씩을 뚝딱 해치운 농부들은 잠시 쉴 틈도 없이 꽃가루 바구니를 하나씩 들고 수분작업에 열중이다. 휘날리는 꽃가루와 강한 봄볕을 피하기 위한 기상천외한 방법을 동원한 주민들의 눈동자가 새삼 빛나고 있다. 첩보영화나 테러집단에서 이용할 법한 두건을 쓰고 시야확보를 위해 눈동자만 내민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다.민관군 배밭으로 총동원성환 뿐만 아니라 배꽃이 활짝 핀 모든 농촌지역은 현재 민학관군이 총동원돼 배 과수원 지원에 나섰다. 일반 자원봉사자부터, 군인, 경찰, 공무원, 학생, 회사 동아리, 사회단체 할 것 없이 모두 배 밭으로 총 출동이다. 8년째 농촌봉사활동을 벌이고 있는 성환고(교장 심의경)는 올해도 2백여 명의 학생들이 배 과수원에서 인공수분작업을 도왔다. 천안시도 개화기 일주일 내내 연인원 1천여 명의 공무원인력을 농장에 투입해 바쁜 일손을 거들었다. 이밖에도 수많은 단체와 기관 등에서 영농지원이 이어졌다.배꽃 개화기에 찾아온 때아닌 비상시국과 자발적인 영농지원이 늘어 풍년농사를 기약하고 있다.

이정구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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