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식배드민턴 모습.
시합 앞두고 연습장소 못 구해 전전긍긍, 정당한 권리 못 찾는 장애인 스포츠지난 2일(토)∼3일(일) 이틀간 제2회 천안시장기 전국좌식배구대회가 열렸다. 장애인 선수단과 가족 6백여명이 참석한 대회였다. 지역의 많은 장애인들이 참석해 관람하고, 응원하며, 함께 즐길 것을 기대했는데 선수단 관계자를 제외한 지역 장애우들은 찾아 볼 없었다.오는 5월10일∼13일까지 3박4일간 충북 일원에서 제25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가 열린다. 이번 체전에 출전하게 될 한빛회 천안지역 장애인 선수들이 연습할 장소를 찾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다. 당초 연습장소로 이용하던 태조산 실내체육관이 4월 한 달간 보수공사를 이유로 이용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이들은 결국 실내체육관 시설이 갖춰진 학교를 방문해 체육시설을 주1회 2시간 정도 이용할 수 있도록 배려를 부탁했다. 그러나 여러 가지 이유로 거절당했다. 학교시설은 학교장 재량으로 개방여부가 결정된다. 그러나 이들은 일주일에 두 시간만 이용하겠다는데도 학교당국의 협조를 얻지 못해 좌절감을 맛봐야 했다. “학교에도 운동선수를 육성하기 때문에 체육관에서 연습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체육시설을 관리할 인력이 없기 때문에 개방이 곤란하다”는 입장도 있었다. 한빛회 장애인 선수단은 ‘좌식배구’ ‘좌식배드민턴’ ‘보치아’ 등 3개 종목과 팀으로 구성돼 있다. 따라서 3개 학교의 시설이 필요했다. 그 중 유일하게 쌍용초등학교에서만 체육관 이용을 승낙했다.시설이용을 거절한 천안여중과 봉명초는 천안에서 장애인체전이 열리던 2003년에는 시설이용이 가능했는데, 지금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당시 시에서는 오히려 연습장을 제공해 주기까지 했었다.한빛회 장애인 체육인들은 지역을 대표해 전국장애인체전에 출전할 정도로 수준높은 엘리트체육인이다. 그런데도 마음 편히 운동할 장소가 제공되지 않아 힘겨워하고 있다. 이들이 이 정도면 일반 장애인들의 체육활동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장애인도 스포츠를 당당하게 즐겨야“장애인도 스포츠의 즐거움을 찾는데 예외가 돼서는 안된다. 일반적으로 장애인이 스포츠를 한다면 재활스포츠를 운운한다. 그러나 스포츠를 통해 삶의 활력을 얻고 자신의 장애를 장애로 받아들이지 않고 일반인처럼 똑같이 즐기는 차원으로 생각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장애인 어울림 단체인 한빛회 유황규 대표의 말이다. 유 대표는 “장애인들이 스포츠를 하는 것은 무슨 큰 일을 하는 것이 아니고 비장애인과 동일한 사람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즐김으로써 평범한 사람이라는 것을 스스로 확인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현실은 자꾸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거리가 멀어지는 듯한 인상이다. 그래서인지 유 대표는 이런 말로 끝을 맺었다.“장애인들이 하는 스포츠라고 인간승리니, 감동드라마니 그런 표현은 쓰지 말아 주시기 바랍니다. 우리도 사회의 한 사람으로서 그냥 스포츠를 즐길 뿐입니다.” 유 대표는 “스포츠도시를 선언한 이후 천안도 이제 생활체육이 활성화되는 것으로 안다”며 “장애인 생활체육도 거기에 발맞춰 다양해지고 활성화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장애인체육은 사회복지의 일부인가“일반인들의 엘리트체육은 문화관광부산하 대한체육회에서 직무를 관장한다. 그렇다면 장애인의 엘리트체육과 생활체육 또한 당연히 문광부로 이관돼야 한다. 똑같은 스포츠인데 일반인은 문광부, 장애인은 복지부에서 관리하는 것 자체가 장애인 체육에 대한 차별이다”천안시 장애인 생활체육연합회 박노철 회장의 말이다. 마찬가지로 정부의 정책을 따르다 그렇게 됐는지, 천안시도 장애인체육은 사회복지과 소관으로 돼있고, 정작 체육담당부서와는 거리가 멀다. 결국 장애인의 체육활동을 그 자체로 보기보다 장애인 복지의 한 부분일 수밖에 없다는 고정관념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일 것이라고.박 회장은 장애인체육도 문광부로 이전돼 대한체육회 산하 장애인 체육을 전담하는 부서를 신설해 지원하고 관리하는 체계가 돼야 비로소 장애인 체육도 체육 그 자체로 받아들여지고 인식될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다.장애인과 비장애인 교류에서 희망을내년에는 유량동에 장애인 전용체육관이 완공된다. 매우 환영할 일이다. 장애인들의 생활체육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비장애인들의 생활체육과도 꾸준한 교류가 이뤄지는 것도 바람직할 것이다. 전용체육관이 완공되면 선수들이 연습장소를 찾지 못해 전정긍긍해야 하는 일은 더 이상 없을 것으로 기대한다. 또한 장애인체육발전에 대해 새롭게 인식할 수 있는 희망적인 대회가 천안에서 정기적으로 열린다는데 큰 위안을 얻는다. 지난 2003년부터 본격적으로 활성화된 ‘좌식배드민턴대회’ 가 그 것.올해 태조산공원 실내체육관에서는 3월부터 11월까지 마지막주 토요일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울려 좌식배드민턴 경기대회를 갖는다. 첫 대회는 지난 3월26일 22개팀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모두가 동등한 조건으로 실시하는 경기이기 때문에 장애인이나 비장애인이나 다르지 않다. 이런 어울림의 경기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며 더불어 사는 공동체 의식이 발휘되고 있다.좌식배드민턴 경기는 장애인 비장애인 혼합팀이 구성돼 경기를 펼치기도 하고, 장애인팀끼기, 비장애인팀끼리 구성할 수도 있다. 휠체어를 탄 채로 방향전환까지 해가며 셔틀콕을 받아넘기는 모습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이 경기는 장애인이 비장애인을 압도하기도 한다. 동등한 조건과 동등한 위치에서 시합을 하기 때문이다. 한빛회 박광순 대표는 “자신의 약점까지도 두려워하지 않고 모두 내보인 채 함께 어울려 즐기는 스포츠가 바로 장애인스포츠”라는 결론을 내렸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울림의 시간을 갖는 것도 의미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