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지역 담배시장의 외산담배 점유율이 지난해보다 72%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천안시장 점유율 11%, 지난해 보다 72% 증가
천안지역 외산담배 시장 점유율이 지난해보다 급증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담배인삼공사 천안지점에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4월 현재 천안지역 외산담배 시장 점유율이 11%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6.4%에 비해 무려 72%가 증가한 것이다.
천안시는 민족의 성지와 충절의 고장 등이 지역정서에 짙게 깔려, 외산담배의 소비가 극히 저조했으나 이제 그 성역마저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또한 외산담배 주요 소비층은 20대 초반 젊은이와 대학생 및 부유층으로 나타났으며, 유흥업소와 다방, 대학가 등에서 가장 많이 팔리고 있다.
지난 5월말 기준 전국 외산담배 점유율 통계자료에 따르면 15.5%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지난 1일부터 시행되는 개정 담배사업법은 독점권 폐지와 가격 자율화를 주 내용으로 하고 있으며, 외국담배회사의 국내제조마저 허용돼 국내 담배시장의 외산 점유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수입산 담배를 판매하는 신방동의 한 점포 앞에서 외산담배를 구입해 나오는 소비자에 대해 인터뷰를 시도했으나 대부분 거절당했다.
익명을 요구한 점포 주인은 “외산 담배를 구입해 피는 행위를 드러내고 싶지 않은 단면으로 보인다”며 “한때 외산 담배 소비가 부도덕하거나 민족적 반역으로 인식되던 때가 있었지만 이제 그 경계가 사라진지 오래다”고 말했다.
한 때 외산 담배를 선호했던 박 모씨(33·아산시 온천동)는 “국제적으로 시장점유율이 높은 유명한 담배의 홍보전략이 큰 것 같다”며 “잡지나 외국영화 등에서 자주 목격한 담배는 더 질이 좋을 것 같은 신뢰감이 자신도 모르게 생긴다”고 말했다.
또한 실질적으로 외산담배와 국산담배의 큰 차이점은 느낄 수 없으나 공공연한 과시욕도 한몫 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모씨(28·천안시 신방동)는 “처음엔 단순한 호기심에서 피워 봤지만 곧 별게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 외산 담배뿐만 아니다. 주변에서 누군가 평소 볼 수 없던 담배를 피면, 따라서 피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고 말했다.
한때 외산 담배는 물론 외제 물품을 은밀히 구입하던 시절이 있었지만 이제 그 시기는 지난 것 같다. 또한 외산 담배의 질이 더 낫다고 생각하는 소비층에는 더 이상 애국심에 호소할 사안은 아니라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외산담배 소비증가 여파
외산 담배 소비증가로 인해 전국적으로 연간 약 7억달러에 달하는 외화가 해외로 유출되고 있다. 이는 승용차 20만대 수출과 맞먹는 액수다.
천안시에는 1천6백50여개의 담배 판매점이 있다. 한국담배인삼공사 천안점의 금년도 판매 목표액은 4백35억원.
금년 천안지점에서 천안시 재정에 납부하게 될 담배소비세는 전년대비 7억원이 줄어든 1백97억원으로 전망했다.
천안지역 잎담배 경작인수는 담배시장 개방전인 87년도 2천5백30여명에서 14년이 지난 현재 9분의 1로 감소해 2백70명에 불과하다.
외산 담배 없던 병천면마저도
병천면은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병천청년회의소(회장 김태호)와 상인들 스스로의 정화운동을 통해 ‘외산담배 없는 지역’이라는 점을 자랑으로 삼았다.
김태호 회장은 “기미년 아우내 숨결이 살아있고, 유관순 열사의 사우가 안치돼 있는 충절과 열사의 고장 병천면에 외산 담배를 몰아내자는 지역민 스스로의 자발적 참여였다”고 말했다.
또한 매년 ‘외산 담배 화형식’을 거행하며, 민족의식을 불태웠다. 기존 담배판매점포 상인들에게는 아직도 외산 담배를 팔아서는 안된다는 불문율이 형성돼 있다. 그러나 민족봉승 대동단결을 외치던 병천 지역에도 얼마 전 외산 담배 가게가 하나 생겼다. 이제 서서히 그 불씨가 꺼지는 것일까.
이에 대해 김태호 회장은 “시민들의 의식부족 탓도 있겠지만 그들만을 탓할 수는 없다. 이제 더 이상 애국심에만 호소할 문제는 아니다. 가격 경쟁력은 이미 잃고 있는 것 같다. 더 질 좋은 제품생산도 따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산담배 경쟁력 있나
국산담배가 외산담배와 비교해 경쟁력이 있을까.
한국담배인삼공사는 지난 96년 국산담배 가공 및 제조과정을 국제적 표준에 부합됨을 증명하는 ISO9002 인증을 획득했다.
지난 4월말 현재 국산담배 수출량은 지난해에 비해 오히려 2.2배나 증가한 2억갑 수출실적을 올렸다.
또한 지난 98년부터 2000년까지 3년연속 국가품질 경연대회에서 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결국 담배의 질적인 측면은 외산 담배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것이 공사측의 설명이다.
국산담배 한 갑을 판매할 경우 8백94원의 각종 세금과 공과금이 납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8백94원의 세금 중 7백65원이 천안시청에 납부돼 지역재정에 기여하게 된다. 금년 천안시 재정에 포함되는 세수 총액은 교육세 99억원을 포함해 2백96억원으로 예상된다.
국산담배 소비는 지역재정에 크게 기여한다는 점은 애연가들이 한 번쯤 되새겨 볼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