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인애학교 학생들이 자신이 직접 키운 국화로 전시관을 꾸민 후 기념촬영을 가졌다.
정신지체 장애아들의 맑은 영혼으로 키운 국화꽃과 작품전시전“이 아이들의 해맑은 영혼이 국화꽃 송이송이마다 담겨있습니다. 이 아이들은 국화꽃 한 송이를 피우기 위해 지난 일년간 땀 흘려 왔습니다. 지금 보시는 이 꽃들처럼 이 아이들의 미래도 밝게 피어났으면 좋겠습니다.”정신지체 특수교육기관인 천안인애학교(교장 손병의, 성거읍 소재)에서 지난달 27일(수)부터 ‘인애가족 작품·국화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전시회장으로 이어지는 학교 복도에는 지난 1년간 학생과 교사들의 정성이 가득담긴 다양한 작품들이 벽면을 장식하고 있다.당초 계획은 30일(토)까지 4일간 진행할 예정이었는데, 전시회를 관람한 학부모나 인근 학교 등 주변의 반응이 너무 좋아 행사기간을 11월6일(토)까지 일주일 연장하기로 했다.학생과 교사들이 공동 제작한 십자수, 열쇠고리, 한지공예, 목공예, 쿠션, 식탁보, 등공예 등 작품들이 교실 한가득 전시돼 판매행사도 갖는다. 또한 학생들이 원예치료활동을 통해 재배한 채소 20여종도 선보인다. 특히 대륜작, 현애, 입국, 목부작, 석부작, 화단국 등 3백여 국화작품전이 별도로 전시관을 꾸미고 있다. 인애가족 작품. 국화전시회를 열기까지 천안인애학교에 재학 중인 정신지체 장애인들이 작품제작과 국화 등 원예를 키우며 더욱 밝아지고 있다.백승례 교사는 “우리 학생들이 국화를 키우는 동안 보고 또 보고, 매일 관심있게 지켜보는 것이 그들의 일상이 됐다”며 “자라는 국화를 보면서 생명의 소중함을 느끼고 아이들이 진지해졌다”고 말했다.올해 작품전과 국화전시회에 전시된 작품은 총 4백여점에 이른다. 작품을 만들기 위해 학생과 담당교사들은 지난 일년을 준비했다.국화전시회는 지난해까지 천안농고에서 원예를 전공하며 국화전시회를 열었던 강기원 교사가 기획했다.강 교사는 “처음엔 학생들의 움직임이 자유스럽지 못하고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지도가 쉽지 않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일반 학생들보다 더 큰 열의를 보였다”며 “내년 전시회엔 보다 많은 학생들의 참여를 유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정신지체 장애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일을 하거나, 스스로 판단해서 추진하는데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자신에게 주어진 일이나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정서적인 면에서 상당한 재활치료 효과가 있다고 한다.특히 흙을 만지고, 낙엽을 긁어모으는 동안 이해력과 사고증진 뿐만 아니라 소근육을 사용함으로써 신체균형발달에도 상당한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이상기 학생주임은 “학생들이 화분을 옮기거나 관리하기 쉽게 하기 위해 인근 정미소에서 왕겨를 구해 훈탄(왕겨숯)을 만들어 화분을 채웠다”며 “훈탄을 이용한 화분은 부엽토보다 몇 배 가벼워 신체가 부자유스러운 학생들이 관리하기도 쉽다”고 말했다.학생들은 전시장을 꾸미기 위해 교정 곳곳에 쌓여있는 낙엽을 주워 복도와에 전시장에 깔아 가을분위기를 물씬 풍기게 했다.전시장에서 열린 작은 음악회전시관을 꾸민 학생들의 모습은 그 어느 때보다 밝게 보였다. 국화전시장에서는 인애학교의 스타 변정아(17·아산시 모종동)양의 작은 음악회가 열렸다. 학생들이 즉석에서 노래를 신청하자 자두의 김밥을 열창했다. 그를 둘러싼 아이들이 박수를 치며 환호성을 질렀다.홍정진(15), 연보라(19), 정영균(20) 등 몇 명의 학생들과 인터뷰를 했다. 그들의 공통된 말이 “너무 좋다”라는 말이었다.인터뷰를 하면서 몇 가지 질문을 던졌지만 의사소통은 쉽지 않았다. 그러나 대화 대신 그들의 맑은 눈동자가 전하는 말은 ‘기쁨, 해맑음’으로 다가왔다.그들의 작품 중에는 자신의 얼굴사진과 본인이 직접 써 넣은 이름만으로 액자를 꾸민 것이 눈에 띄었다. 한글을 미처 모르는 학생이 지난 1년간 유일하게 자신의 이름을 쓰는 법을 터득한 것이다. 그 자체만으로도 훌륭한 작품이 되었다.백승례 교사는 “학생들이 꽃을 심은 이후엔 다음날 얼마나 컸을까 관찰하는 것이 하루의 시작이었다. 요즘은 전시관을 꾸민 이후로 꽃이 얼마나 피었을까로 관심사가 바뀌었다”고 말했다.자신들이 지난 일년간 제작한 작품과 피워낸 국화꽃을 보며 느끼는 그들의 만족감은 그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는 감동 그 자체인 것 같았다.▶천안인애학교는 어떤 곳천안인애학교는 천안, 아산, 예산, 연기지역 정신지체 특수교육대상자의 교육을 담당하는 교육기관이다.지난 1993년 설립당시 시설에 해한 이해가 부족했던 지역 주민들의 반대 등 수많은 난관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을 극복하고 지난 93년 5월6일 천안시 성거읍 소우리에 초등부 6학급, 중학부 1학급 등 총 7학급으로 어렵게 문을 열었다. 그동안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으며 교사, 학생, 학부모가 합심해 노력한 결과 올해는 유치부 1학급, 초등부 12학급, 중학부 6학급, 고등부 6학급, 전공과 2학급 등 총 27학급으로 성장했다. 내년 2005학년도에는 9학급이 더 증설돼 총 36학급의 대규모 특수학교 체제로 돌입 할 예정이다. 서종열교감은 “지난해 ‘중부지역 정신지체인 기능경진대회 종합우승’과 ‘전국장애학생 직업기능 발표대회 종합우승’을 거머쥐는 등 전국 단위의 특수교육을 선도하는 중심학교로도 자리매김하게 되었다”고 자랑이 대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