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시 고교평준화시민연대 설명회를 관심있게 경청하는 학생들.
학벌이기주의, 고교서열화 폐단 지적 “성적 좀 떨어진다고 못난 사람 대접받고, 성적이 좋다고 훌륭한 사람으로 인정받는 것이 바람직한 사회의 모습인가요. 등하교시간 버스승강장 앞에 줄 서 있는 학생들의 교복 색깔로 그들의 모든 것을 평가해 버린다면 이 사회는 어디로 가겠습니까” 천안새교육공동체시민모임과 전교조천안초중등지회 등 18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천안시 고교평준화 실현을 위한 시민연대(평준화시민연대)가 고교평준화를 위한 본격적인 행보를 내딛었다. 평준화시민연대는 지난 12일(화) 오후6시30분 천안문화원강당에서 ‘2006년도 고교평준화 실현을 위한 설명회’를 개최했다. 이들은 “창의적이고 자유롭게 꿈을 키워나가야 할 초중등 어린학생까지 불필요하고 소모적인 입시경쟁 틀 속에 가둬놓는 것을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며 고교평준화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교육현장에서도 폭넓은 인성교육은 외면한 채 ‘시험만 잘 치면 우수한 학생’이라는 그릇된 교육관이 팽배해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명문고 위주로 서열화를 부추기는 현행 입시제도는 지역사회 구성원간 위화감과 분열을 조장해 결국 학벌이기주의, 배타적 패권주의로 치달아 지역공동체 붕괴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학교는 ‘시험 잘 치는 아이’ 양성소?천안시내 한 중학교 게시판에는 “1등부터 몇 등까지 ○○고교에 진학가능, 몇 등부터 몇 등까지는 ○○고교…”라는 내용이 게시돼 있다.20등 이하의 성적은 아예 거론조차 되지 않고 있다.마치 보험사나 자동차 영업점에서 업무실적평가를 하듯, 신규목표치를 부여하듯, 어린 학생들을 시험의 굴레에 속박하고 있다.폭넓은 독서와 교양을 쌓고 미래를 설계하는 아이 보다는 교과서와 참고서에 매달려 평균점수를 높이는 아이, 오로지 고교진학을 위해 매진하는 아이를 우수한 학생으로 평가하고 있다.학교장 이하 교사, 학생, 학부모에게 마치 학교시험성적에 인생의 사활을 걸라는 듯한 내용이다. 이러한 교육환경은 고스란히 고교 교실로 이어진다. 심지어 초등학생조차도 이러한 교육환경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풍토가 조성되고 있다.물론 학생이 학업에 매진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더불어사는 사회공동체를 학업성적만으로 이끌어 갈 수 있을까. 현재 천안시내 고교는 알게 모르게 서열화되고 있으며, 그 서열화된 체계를 지키려는 보이지 않는 힘들이 작용하고 있다.고교 진학과 함께 교복 색깔로 학생들의 우열을 평가하며, 학생들 나름대로 우월의식과 열등의식이 공존하고 있다. 단지 학업성적 만으로.왜 고교평준화를 말하나서열화된 고교입시제도에 학생과 학부모의 입시부담 가중 고교간 우열감 위화감 고조, 입시만을 위한 사교육비 증가, 중하위권 고교 교육활동의욕 저하, 내신성적 중압감으로 인성교육 소홀, 상위권 신입생 유치과열로 교육부조리 발생, 고교 자율경쟁 제한, 눈치작전, 배짱지원, 끼워넣기 등 비교육 적행태 성행 등 고교 비평준화에 대한 폐단은 이미 오래전부터 지적돼 왔다.또한 학교교육이 단순암기식 입시교육으로 흘러 미래지향적이고 기본원리에 충실한 교육, 깊은 사고력과 창의성계발을 제한하고 있다는 지적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지난 12일(화) 천안시 고교평준화시민연대 설명회에 참석한 몇 명의 중학생이 눈에 띄었다. 김덕영(천안중 2년) 학생은 “학업성적만을 위한 교육은 원치 않는다. 모든 학교는 서열 없는 동등한 교육환경과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고교평준화를 적극 찬성한다”고 말했다.이남규(천안중, 2년) 학생은 “진학하고 싶은 학교가 있다. 그러나 학업성적만으로 고입자격을 제한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들 학생 중 평준화와 비평준화에 대한 개념을 처음 알았다는 학생도 있었다. 그러나 평준화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동의하는 입장이었다.천안시 평준화시민연대 주은아 사무국장은 “앞으로 천안시 고교평준화 실행을 위한 거리서명을 비롯해 학부모와 다양한 계층의 관심과 참여를 유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