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탐구|이 성 구(천안교육청 제20대 교육장)“언제나 봄을 준비하는 농부의 마음으로 학생들 앞에 섰습니다”1968년 천안 광풍중학교에서 스물여섯의 나이로 첫 교단에 섰던 천안여중 이성구(62) 교장. 어느덧 36년의 세월이 지났다. 지난달 28일(토) 그의 마지막 교단일 수도 있는 천안여중 교정에서 만났다.이성구 교장은 지난 1일(수) 충남도교육청의 인사발령에 따라 천안교육장으로 새 직함을 갖게 됐다. 이후 천안시 교육행정을 책임지게 될 교육장 취임을 4일 앞두고 앞으로의 각오를 들었다.꿈은 크게 실천은 작은 것부터“돌아보면 교직 생활의 꽃은 담임을 배정받아 학생들 속에 묻혀 그들과 호흡하며 함께 꿈을 키워 나가던 시절이 아니었나 생각된다.”이성구 교장은 어릴적 꿈이 군인이었다고 한다. 고교 졸업반 육군사관학교를 지원했으나 선천적으로 약한 체력과 왜소한 신체조건 때문에 포기해야 했다.당시 커다란 상실감에 좌절하고 있는 아들을 위해 부친은 ‘양지여춘(養之如春)’이라는 문구를 손수 써 주셨다. 이미 고인이 되신 부친은 한학을 가르치던 서당의 훈장이었다. “봄과 같이 하라”라는 말이었다. 그때부터 이성구 교장에게는 ‘양지여춘’이라는 말이 필생의 교훈이자 신념이 됐다. ‘혹한 시련을 이기고 만물의 생명이 움트는 봄’, 그 봄의 의미가 어린시절 이 교장에게는 새롭고 크게 와 닿았다. 그때부터 이 교장은 부친을 닮은 교육자를 꿈꿨다. 자신이 포기했던 군인은 물론이고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다방면의 인재를 길러낼 수 있는 교육자가 되리라. 그 후 공주사범대학에 진학한 그는 1968년 광풍중학교에서 첫 교편을 잡았다.이 교장은 당시 학생들과의 첫 대면이 말로 표현할 수 없이 기뻤다고 말했다. “이 학생들 중에 미래의 군인도 있고, 박사, 예술인, 사업가, 정치인, 기술자 등 다양한 꿈이 주렁주렁 열리게 될 소중한 꿈나무들이 아닌가.”이 교장은 학생들과 있는 자체만으로도 즐겁고 행복했다고 말한다. 때론 힘겨울 때도 있었지만 학생들과 함께 하는 행복만큼은 자신이 누린 최고의 특권이었다고.특히 담임을 맡을 때가 가장 좋았다고 말한다. 장학사 시절을 제외한 22년의 평교사 생활 중 21년간 담임을 맡았다. 학생들과 더욱 많은 시간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그는 교단에 섰을 때 그의 부친이 그랬던 것처럼 학생들에게 ‘양지여춘’을 들려주었다. 그리고 30여년이 지난 지금 결혼식장에서 그들 앞에 섰을 때 다시 한번 말한다. “양지여춘, 언제나 봄과 같이 살아라. 결혼생활도, 사업이나 직장생활도, 자식교육도…”돌이켜 보면 그는 언제나 봄을 맞는 마음으로 학생들 앞에 섰다고 말했다.“‘꿈은 크게, 실천은 작은 것부터’ 이 말을 얼마나 더 할 수 있을까요?” 그는 교단을 떠나는 아쉬운 속내를 그렇게 표현했다.“잊을 수가 있을까”“어떻게 잊을까, 잊을 수가 있을까….”담배는 전혀 못하지만 회식자리에서 소주 3∼4잔 정도는 받아 마신다는 이성구 교장. 이어지는 노래방 뒤풀이에서 즐겨 부르는 노래가 나훈아의 ‘잊을 수가 있을까’라는 노래라고.교단에 있는 동안 스스로 어떤 교육자로 평가하냐는 기자의 질문에 “사실 그동안 지난 시간을 돌이켜 볼만한 여유가 없었다. 열정 하나만 믿고 그동안 너무 앞만 보고 달려온 것 같다”고 말한다.그러다 어느 날 문득 자신을 돌아보니 학생들과 차단된 공간에 덩그라니 혼자 놓인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나마 교감시절에는 일선교사와 마주하며 학생들을 접했는데 교장이 되고 나니 더욱 멀어진 느낌이더라고 덧붙였다. 그가 노래방에서 즐겨 부른다는 ‘잊을 수가 있을까’라는 가사를 되뇌일 때마다 교직 초기 긴장됐던 수업시간, 소풍과 수학여행, 흡연학생 야단치던 기억 등이 새롭게 떠오른다고.실제로 이 교장의 책상서랍 속에는 학생들과 수학여행 등에서 찍은 사진 몇 장이 보관돼 있었다.아직은 자신을 평가할 단계가 아니고 자신을 더욱 추슬러야 할 시기임을 시사했다. 그리고 앞으로 자신이 해야 할 역할이 더 중요하다고 덧붙였다.교단화합과 기본교육 충실해야“학생과 학부모님들의 걱정을 얼마만큼 덜어드릴 수 있느냐를 고민해 왔다. 상투적인 말로 들릴 수 있지만 교단화합과 기본교육의 내실화가 가장 중요한 과제며 앞으로도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교육장 발령에 대한 소감과 각오를 묻자 이성구 교장은 천안의 교육환경과 현실에 대해 고민해왔다고 말했다. 최근 가장 많이 접하는 내용은 교육에 대한 불신이라며 말을 이었다.“천안은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고 있다. 자연적으로 인구가 유입되고 신설학교의 필요성이 점차 증대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동서불균형을 이야기 하는데 교육환경에서 동서 불균형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그는 교단에서만큼은 농촌과 도시, 신도시와 구도시가 따로 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신도시 지역 신설학교의 어수선한 분위기보다는 오히려 농촌이나 구도심의 안정된 면학분위기를 갖춘 곳이 학업성취에는 더 좋은 조건을 갖췄다는 것이다. 면학분위기를 해칠 정도의 노후시설이나 학교 주변 환경에 대해서도 우선순위를 정해 개선해 나갈 방침이다.일부 교사들도 근무환경 면에서 불만을 토로하기도 한다며 대화를 통해 해법을 찾겠다고 말했다.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교육당국, 학생, 학부모들이 건강한 상태에서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두 명의 천재가 사회를 바꾸지는 못한다. 우선 교육자들이 건강한 사고를 가지면 교단이 건강해 진다. 교육자들이 최고의 컨디션으로 학생들을 지도할 때 학생들의 창의력과 학력신장이 발휘된다. 바로 그러한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교육을 책임진 자의 몫이 아닌가 생각 한다.”천안교육청 제20대 이성구 교육장은 지난 1일(수)자로 천안교육청 3층 회의실에서 관내 학교장 및 직원 1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취임식을 가졌다.이성구 체제의 천안교육행정이 천안시 기초교육의 질적 변화를 도모할 수 있을지 눈여겨볼 일이다.이성구 교육장 주요약력◆생년월일:1942. 4. 18◆본적:천안시 동면 광덕리◆주소:천안시 성정동◆학력:천동초·병천중·병천고·공주사범대 생물과 4년·단국대학교 교육대학원 석사◆주요경력:광풍중·안면중·혜미중·병천고·덕산고·천안중·입장중·천안북중·성환중(교사)/둔포고(교감)/안면고·천안여중(교장)/교육과학연구원 연구관◆주요포상:교육부장관표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