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파 이경윤의 고사탁족도.
국립 중앙박물관에 소장돼 있는 한 폭의 그림이 생각난다. 조선중기 화단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한 왕족출신의 사대부 화가로 특히, 산수인물화(山水人物畵)를 잘 그렸던 낙파(駱坡) 이경윤(1545-1611)의 ‘고사탁족도’라는 그림이다. 선비가 흐르는 물가 바위 위에 걸터 앉아, 얼마나 더운지 윗 옷을 풀어 가슴을 훤하게 드러 내놓고, 무릎 위까지 바지를 올린 다리를 꼬아, 물에 담그고 있는 모습이 잘 묘사돼 선비의 여유와 한가로움을 엿 볼 수 있다.
요즘 날씨를 보면 정말 한없이 원망스럽기만 하다. 한낮의 기온이 섭씨 35℃를 넘나드는 가마솥 불볕더위가 지역적으로 연일 기승을 부리고 열대야가 이어지고 있으니 말이다.
기상청에서는 잇달아 폭염관련 주의보와 경보를 내리고 있고 각 지방자치단체별로 폭염대비 비상체제를 가동시키고 있는 것도 그 위험성과 안전에 특별한 요구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필자는 폭염 및 열대야를 극복해 무더운 여름을 안전하고 건강하게 이겨 낼 수 있는 예방법을 몇 가지 당부하고자 한다.
먼저 기상청의 날씨 정보에 귀 기울이고 폭염특보가 발령되면 야외활동을 적당히 조절하고 가장 뜨거운 낮 12시부터 오후 17시 사이에는 야외활동이나 작업은 가급적 자제하는 것이 좋다. 자칫해 장시간 뜨거운 햇볕에 노출되거나 야외에서 하는 활동은 일사병 또는 열사병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불가피하게 외출을 할 때에는 가급적 헐렁한 옷을 입고 햇볕을 차단 해주는 모자나 양산을 챙기도록 한다.
반대로 실내에서의 과도한 냉방은 노약자들의 감기나 폐렴의 원인이 돼 병원을 찾는 일이 많아지기도 한다. 또한 만일의 정전 사태에 대비하고 바른 냉방기기 사용법을 숙지하자. 냉방을 세게 틀어놓는 것이 능사가 아니며 26℃의 권장온도를 맞추고 선풍기를 틀어놓는 것이 현명한 방법일 것이다.
하루 2리터의 물을 섭취하는 것이 좋으며, 땀을 많이 흘리는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스포츠 음료를 마셔서 신체에 염분이나 미네랄을 보충해 주어야 한다.
과도한 음주는 신체의 수분을 빠져 나가게 해 탈수를 유발 할 뿐만 아니라 체온조절 기능을 저하 시킬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열대야가 이어지는 야간에는 숙면을 취하기가 쉽지 않다. 이른 저녁에 가벼운 운동을 하고, 잠자기 전에 미지근한 물로 샤워를 하면 숙면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폭염과 열대야, 무더운 더위 속에선 우선 마음을 느긋하게 하고 여유있는 생각을 갖는 것이다.
‘고사탁족도’의 풍경처럼 자연을 벗삼아 한껏 여유를 뽐내는 선비가 돼 이 여름을 슬기롭게 극복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동남소방서 방호예방과 이재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