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서북소방서 김상식 방호예방과장.
“청렴은 모든 관리된 자의 본연의 의무로써 온갖 선정의 원천이 되고 모든 덕행의 기본이 된다.”
조선시대의 실학자인 다산(茶山) 정약용은 목민심서(牧民心書) 청심(淸心)편에서 이렇게 말했다. 관리된 자가 청렴이라는 본연의 의무를 지키지 못할 때, 사회전반에 온갖 악(惡)과 부덕(不德)으로 가득 찬 부정부패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이렇듯 그 무엇보다 공직자의 청렴이 강조되고 있지만, 공직자의 부정부패 소식은 끊이지 않는다. 이에 국민들은 공직자를 신뢰하지 못한 채 참담함과 허탈감마저 느끼고 있다.
최일선에서 국민의 생명을 책임지는 소방조직은 어느 조직보다도 국민으로부터의 신뢰가 중요하다. 때문에 청렴도를 향상시켜 국민이 믿고 맡길 수 있는 소방조직을 만들기 위해 여러 정책들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테면 ‘공직자가 고객의 입장에서 투명하고 책임 있게 업무를 처리한 정도’를 나타내는 ‘청렴도 지수’를 매년 측정해 평가하고, 반부패 및 청렴 윤리의식 확산을 위한 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비리공직자의 처벌을 강화한 ‘트리플-플레이 제도’를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제도들 덕분에 소방조직은 과거에 비해 더욱 청렴한 조직으로 거듭나고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2013년, 새 시대에 걸맞은 ‘청렴’은 ‘청렴3.0’으로 진화해야 한다. ‘청렴3.0’은 소극적인 반(反)부패개념에서 탈피해 공직수행을 위한 자세까지 포함하는 적극적인 개념이다.
관직에 재직하는 동안 집을 새로이 장만하거나 개축하지 않아야 한다(屋棄), 관직에 재직하는 동안 출사 전에 사사로이 거느리고 있던 자들을 등용하지 않아야 한다(奴棄), 관직에 재직하는 동안 자식들의 출세를 챙기지 않아야 한다(子棄)고 공직자의 자세를 역설한 정약용의 삼기론(三棄論)은, 새 시대에는 전부가 아닌 기본이 됐다는 말이다.
‘청렴3.0’을 통해서 소방공직자는 국민에게 신뢰를 주기 위해서는 부패하지 않는 것은 기본이다. 더 나아가 국민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소방서비스 제공을 위한 공직자의 자세가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 필자는 소방조직이 그러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소방민원 클린콜 서비스를 운영하고, 스피드 민원행정을 추진하며, 소방민원 사후관리제의 추진으로 국민 친화적 민원행정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제 이러한 제도들이 효과적이고 실질적으로 운영돼 국민에게 신뢰를 주는 단계까지 이르러야 한다. 국민들로 해금 소방공직자들은 부패하지 않았을 뿐더러, 소방공직자들이 국민들을 진정으로 위하는 자세를 갖추었다고 생각하도록 나아가야 한다는 말이다.
변화는 제도의 마련만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소방공직자 개개인이 변화할 때 비로소 소방조직의 변화가 이뤄진다.
다시 정약용의 말을 인용하자면, “청렴한 소리가 사방에 퍼져 좋은 소문이 날로 빛나면, 이것 역시 인생의 지극한 영광이다”라고 했다. 이를 조금 바꾸어, “청렴한 소리가 사방에 퍼져 좋은 소문이 날로 빛나면, 이것 역시 소방공무원 개인의 지극한 영광이며, 이것 역시 소방조직 전체의 지극한 영광이 될 것이다” 라고 말하고자 한다.
청렴한 자세가 공직자 개인에게 손해가 아니라, 결국 개인의 영광이고 조직의 영광이 됨을 인식해 소방공직자 개개인의 변화와 발전을 이뤄야 한다. 그 때야 비로소 선진소방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