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이른 무더위로 벌써 냉방기를 가동하는 사무실이나 업소들이 늘고 있다. 전력당국에서는 일찌감치 지난 4월말부터 전력수요관리를 시행하고 있다. 지난 달 31일 발표된 정부의 금년 여름철 전력수급전망 및 대책을 살펴보면 시험성적서 파문관련 원전3기의 비정상정지로 올 여름 예비전력이 -198만㎾까지 하락하는 등 사상 최악의 전력난을 예상하고 있어 올 여름은 어느 해보다 절전에 대한 예방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미 정부와 공공기관은 20% 이상 전력감축을 예고하고, 대형건물의 절전규제 및 냉방온도제한, 선택형 피크요금제 도입, 주택용 전기절약 할인인센티브제 도입, ‘문 열고 냉방’ 단속 강화 및 범국민 ‘100W’줄이기 운동 등 여러 가지 대책을 내놓고 있다.
우리는 지난 2011년 9월15일 우리는 쉽게 잊지 못할 경험을 했다. 전국적으로 전기가 끊긴 것이다. 예기치 않은 정전 사태는 한바탕 혼란을 불러왔다. 엘리베이터가 멈춰 안에 있던 이들이 갇히고 가정용 산소호흡기가 정지돼 환자들이 생사의 기로에 섰다. 산업 현장의 피해는 말할 것도 없고, 각 사무실과 가정에서도 큰 불편을 겪었다. 다행히 ‘대정전’을 뜻하는 블랙아웃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우리에게 깊은 경각심을 준 사건이었다.
올 여름은 블랙아웃의 위험이 커지고 있다. 안타까운 것은 원자력발전소의 위조 부품 사용으로 총 23기의 원전 가운데 10기가 가동을 중단한 것이다. 벌써부터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기상청에서 폭염을 예고하는 마당에 원전 전체의 설비 용량 2071만㎾중 3분의1이 넘는 771만㎾를 못쓰게 된 것이다. 전력거래소는 지난 5일 오전 예비전력이 순간적으로 350만㎾미만으로 떨어지자 전력수급 경보 ‘관심’ 단계를 발령했다.
천안 아산시를 비롯한 도내 지자체들은 전력난 극복을 위한 지역 차원의 절전대책 추진에 총력을 쏟고 있다.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면서 수급에 차질이 생겨 대규모 정전 사태 같은 일이 다시 벌어지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컴퓨터 바이러스가 전국 컴퓨터의 대부분을 잠식해 무용지물로 만드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전기는 만물박사인 컴퓨터를 일순간에 빈껍데기 상자로 만들어 버린다. 전기가 끊긴 세상은 암흑과 무법천지로 돌변한다. 지구는 점차 더워지고 그에 따라 전기사용은 늘어가는데 전기를 만들어내는 데는 한계가 있다. 전력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서는 일정 수준의 예비전력이 확보돼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천안시를 비롯한 각 지자체도 실내온도를 줄이고자 공무원들에게 ‘365일 노타이’와 하절기 복장간편화를 권장하고, 엘리베이터 이용제한, 실내 냉난방 온도 및 사용기간 제한, 공용구간 자동소등을 실시하고 있지만 관공서의 역할만으론 부족하다. 지역주민 모두가 이 운동에 동참해야 한다. 전력대란을 극복해야 하는 주체는 바로 우리 자신이기 때문이다. 발전소를 증설하지 않는 한 국민 모두가 절전을 실천하는 것만이 유일한 대책이다. 백화점 등 에너지 다소비 건물과 업소의 실내 냉방온도를 영상 26℃ 이상 유지하고 모든 매장과 상점, 점포는 특히 출입문을 닫고 영업해야 한다.
지역주민들 자발적 동참을 위해 지방자치단체와 언론을 중심으로 각급 기관의 홈페이지, 정보시스템 등을 통한 홍보를 강화하고, 시민단체와 연계해 거리 캠페인을 정기적으로 벌여 의례적 행사에 그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절전 정신이다. 대형 상가 등이 창문을 열어 놓고 에어컨을 가동하거나 가정에서 조금만 더워도 에어컨을 틀면 블랙 아웃은 찾아오기 마련이다.
올 여름을 에너지 절약 정신으로 슬기롭게 보내길 기대한다.